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포스트시즌의 백미. 불펜 조기투입이 대성공을 거뒀다.
넥센이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았다. 1-3으로 끌려가다 6회 대거 4득점하며 승부를 갈랐다. 타선의 순간적인 폭발력과 응집력은 역시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넥센 선승의 결정적 원동력은 염경엽 감독의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였다. 넥센이 자랑하는 필승조 조상우-손승락 카드가 정규시즌보다 한 템포, 아니 두 템포 빠르게 투입됐다. 결과는 대성공.
염 감독은 1차전 선발로 에이스 밴헤켄이 아닌 헨리 소사를 내세웠다. 소사의 구위가 좋고, 구위 저하 속도가 다른 선발투수보다 늦다는 것을 높게 평가했다. 염 감독은 소사를 1차전서 최대한 길게 끌고 간 뒤 4차전 이후 재투입 시나리오를 그렸다. 그러나 염 감독의 1차적인 구상은 어긋났다. 소사가 LG 타선을 한 차례 상대한 이후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
소사는 1-3으로 뒤진 5회 1사 1,3루 위기서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염 감독은 4번타자 이병규 타석 때 과감하게 메인 셋업맨 조상우를 투입했다. 이병규가 전 타석서 선행주자 추월로 아웃을 당했지만, 소사를 상대로 좌중간 큼지막한 타구를 날리며 좋은 타격을 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5회 1사서 등판한 메인 셋업맨 조상우는 이병규를 2루수 병살타로 솎아내며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조상우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서 2⅔이닝동안 1피안타 2탈삼진 1볼넷으로 매우 좋은 투구를 했다. 정규시즌 후 열흘간 컨디션을 조절한 조상우의 구위는 최상이었다. LG 타자들이 도저히 공략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염 감독의 승부수는 또 있었다. 8회 박용택~이병규~이진영으로 이어지는 좌타 중심타선을 상대로 조상우를 빼고 마무리 손승락을 투입한 것. 이미 5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쉽진 않았다. 조상우의 공이 LG 타자들에게도 서서히 눈에 익는 시점. 게다가 아무래도 노련한 좌타자들을 상대로 사이드암 한현희를 투입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염 감독은 아예 8회 시작과 동시에 마무리 손승락 카드를 밀어붙였다. 결과는 역시 성공. 손승락은 8회 1사 후 이병규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으나 이진영을 2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웠다. 9회에도 무사히 2아웃을 잡았고 곧이어 등판한 한현희가 세이브를 따냈다.
염 감독도 넥센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2년차 감독이다. 그러나 2년차 답지 않은 날카로운 판단력이 단연 돋보였다. 본래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결과가 나빴다면 비난 받게 된다. 하지만, 염 감독은 넥센 마운드 냉정한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날 상황에선 불펜 조기투입 승부수가 최상의 옵션이었다. 염 감독의 강렬한 승부수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를 뒤흔들었다. 넥센이 그렇게 플레이오프서 선승했다.
[손승락을 다독이는 염경엽 감독. 사진 = 목동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