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혼돈의 3회초였다.
넥센과 LG의 플레이오프 1차전. 3회초가 중요한 승부처였다. 넥센과 LG 모두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 그 악재가 넥센보다 LG에 훨씬 더 컸다. 결과를 떠나서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기 위해선 반드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전력은 종이 한 장 차이. 승부는 세밀한 야구에서 갈린다.
0-1로 뒤진 3회초 LG 공격. 넥센 선발투수 헨리 소사가 흔들렸다. 손주인과 정성훈이 연이어 볼넷으로 출루했다. 상황은 여기서 시작된다. 김용의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에 넥센 100% 번트수비가 무너졌다. 이후 LG는 주자들과 주루코치, 벤치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병규의 황당 주루사가 나왔다.
▲ 당황한 넥센 100% 수비
국내야구에서 더 이상 100% 수비는 놀랍지 않은 전술. 무사 주자 1,2루서 타자가 희생번트를 시도한다고 확신할 때 투수의 투구와 동시에 1루수와 3루수가 홈으로 대시하고, 2루수와 유격수가 1루와 3루를 커버하는 시스템. 기본적으로 3루로 향하는 선행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한 작전. 1루수와 3루수가 그만큼 빨리 홈으로 대시하기 때문에 번트 타구를 수습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당연히 선행주자를 아웃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넥센의 경우 무사 1,2루 위기서 100% 수비에 실패했다. 일단 LG 벤치가 넥센의 100% 수비를 눈치채고 김용의에게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를 지시했다. 100% 수비 포메이션은 필연적으로 3유간과 1,2간이 텅 빈다. 그 쪽으로 타구를 보내기만 하면 안타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LG는 그걸 의도적으로 노렸다.
그러나 김용의의 타구는 바운드를 일으킨 뒤 곧바로 소사의 글러브 속으로 향했다. 상황에 따라 더블플레이도 가능한 상황. LG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는 의미. 하지만,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소사가 타구를 잡고도 곧바로 송구를 할 수 없었다. 100% 수비 때 1루를 커버해야 하는 2루수 서건창이 1루 베이스를 비웠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1루 커버를 들어오다 김용의의 강공에 재빨리 2루로 방향을 틀었다. 1-4-3으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서건창의 2루 베이스 커버는 상대적으로 늦었다. 결정적으로 소사가 이를 눈치채지도 못했다. 결국 주자 3명을 모두 살려줬다. 내야진의 긴밀한 호흡이 살짝 부족했다.
▲ 주루 불협화음
넥센의 100% 수비를 깬 LG. 대량득점 흐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LG는 2득점으로 역전에 만족한 뒤 흐름을 스스로 끊었다. 상황은 이랬다. 박용택의 1타점 적시타로 동점이 된 상황. 다시 무사 만루. 후속 이병규가 좌중간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를 생산했다. 3루주자 정성훈이 홈을 밟아 2-1 역전.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일단 2루주자 김용의의 상황판단이 늦었다. 리드폭도 컸고, 귀루할 듯하다 약간 늦게 3루로 스타트했다. 그래서 최태원 3루 베이스코치가 처음엔 김용의에게 3루에서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다. 김용의는 3루에서 살짝 주춤했다. 그러나 타구가 완전히 빠지자 곧바로 최 코치가 팔을 돌렸다. 김용의는 홈으로 대시했다. 그런데 넥센 야수진의 홈 중계플레이는 신속, 정확했다. 결국 김용의는 홈에서 태그아웃.
이후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루주자 박용택이 2루를 밟고 3루 부근까지 갔다가 김용의가 3루에서 주춤하는 걸 보고 급히 2루로 돌아왔다. 박용택으로선 순간적으로 3루에서 멈칫한 김용의가 홈으로 들어갈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타자주자 이병규가 2루 베이스를 찍고 오버런을 했다. 이렇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선행주자 박용택보다 뒷주자 이병규가 앞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야구규칙상 이병규의 단타 및 주루사로 기록됐다. 종합적으로는 모든 주자와 벤치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한 결과.
고급 전술의 완성도가 살짝 떨어진 넥센보다 기본적인 주루플레이 미스로 순식간에 2아웃을 당한 LG가 더욱 뼈 아픈 결과를 안았다. 단기전은 주루와 수비로 승패가 갈린다.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도 여실히 증명했다. 1차전 혼돈의 3회초. 넥센과 LG는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핵심은 기본과 세밀함이다.
[박용택과 이병규(위), 김용의(아래). 사진 = 목동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목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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