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트렌드가 된 것 같습니다.”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가 진행됐다.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다. 인천 아시안게임서 20년만에 금메달을 따낸 여자농구대표팀의 세리머니 얘기가 나온 것.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되자 코트 중앙으로 달려나와 위성우 감독을 발로 밟으면서 기쁨을 표현했다.
사실 선수가 감독에게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위 감독과 선수들은 기분 좋게 넘겼다. 그만큼 대표팀의 단합과 소통이 좋았다는 의미다. 말 하지 않아도 이해한다는 것. 실제 위 감독은 지난 2년 연속 우리은행 통합우승 당시 밟히는 세리머니를 당한 바 있다. 우리은행과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빙자한 울분(?) 표출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위 감독이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인다.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났다. 우리은행에서도, 대표팀에서도 타협이 없었다. 굉장히 꼼꼼하고 치밀하다. 완벽주의자다. 우리은행과 대표팀은 위 감독 지시 속에서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은 그 과정에서 오기가 생겼고, 위 감독을 밟으면서 약간의 욕구불만(?)을 해소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위 감독은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밟혔는데,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대표팀 감독으로, 우리은행 감독으로 작년, 제작년 우승하면서 심하게 밟혔는데, 그게 이젠 트렌드가 되는 것 같다. 대표팀에서 밟힐 줄은 몰랐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웃었다.
선수들은 예상대로 울분과 쾌감(?)을 표했다. 박혜진은 솔직하게 말했다. “헹가래 치고 내려놨는데 본능적으로 밟았다. 훈련량도 많았고 그래서”라고 웃었다. 이어 “당연히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경기에 뛰지 못했다. 그 한도 감독님 밟으면서 다 풀었다. 그 자리가 아니면 감독님을 밟을 기회가 없다. 인정사정 없이 밟았다. 그게 컸다”라며 좌중을 폭소 도가니에 빠트렸다.
그런데 정작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6개구단 대표선수이자 대표팀 멤버들은 위 감독을 제대로 밟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경은은 “짠 건 아니었다. 난 아쉽게도 헹가래 하고 돌아서면서 감독님을 밟지 못했다. 다음엔 꼭 밟고 싶다”라고 웃었다. 김단비는 “감독님이 신한은행에서 코치로 계실 때 많이 혼났었다. 많이 못 밟았는데 더 열심히 밟을 걸 그랬다”라고 했다. 이미선도 “금메달을 따고 우느라 정신 없었다. 나중에 대열에 합류했다. 다른 선수들이 빠지고 살짝, 가볍게 터치했는데 감독님과 눈이 마주쳐서. 일으켜 세워줬다. 좀 더 세게 밟을 걸 후회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시즌이 끝나고 감독을 밟을 수 있는 팀은 딱 1팀이다. 위 감독의 우리은행이 통합 3연패를 달성하면 당연히 위 감독은 또 밟힐 것이다. 다른 5개구단서 우승팀이 나올 경우 감독이 밟히는 세리머니가 연출될 것인지 궁금하다.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밟히는 위성우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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