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한 점 지키는 야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 하겠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이글스 제10대 감독으로 공식 취임했다. 김 감독은 28일 대전구장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이날 대전구장에는 80여명의 팬들이 찾아 김 감독을 환영했다. 이들은 김 감독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기립박수를 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지난 25일 밤 한화와 계약기간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연봉 각 5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2017년까지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된 김 감독은 3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지급받았다. 잘 어울렸다.
김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지도력은 이미 검증을 마친지 오래다. 1984년 OB 베어스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1989~1990), 삼성(1991~1992), 쌍방울(1996~1999), LG(2001~2002), SK(2007~2011)까지 국내 프로야구 5개 팀 감독을 역임했다. 특히 SK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3회(2007, 2008, 2010) 우승을 이끄는 등 통산 1234승 1036패 57무의 성적을 올리며 '야신(야구의 신)'이란 애칭으로 통했다.
프로야구계 최고의 승부사로 꼽히는 김 감독은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 특유의 강한 훈련과 철저한 전략으로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감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화 구단 측은 "팀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함이다"고 김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김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화는 다음날인 29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총 30일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마무리훈련을 실시한다. 전날에는 김광수 수석코치와 박상열 투수코치, 아베 오사무 타격코치를 영입하며 코치진 조각도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3년 만의 프로 무대 복귀 소감은
"사실 감독 한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화 구단에서 불러주셨고, 팬 여러분들이 뒤에서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 그래서 야구장 돌아올 기회가 생겼다. 지금은 굉장히 얼떨떨하다.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 살아가게 되니 '내가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인가
"아직 깊게 보지는 못했다. 밖에서 볼 때는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이 부분이 몇년 째 한화의 문제점이었다. 수비를 제대로 하느냐에 사활이 걸려 있다. 수비 연습이 훈련의 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SK 와이번스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 3년간 프로야구에 어떤 변화를 느꼈나
"벤치에서 미처 몰랐던 걸 많이 느끼고 또 봤다. 확실한 건 감독이라는 위치가 세대교체가 되면서 새로움 속에서 경기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야구라는 자체가 국민 스포츠가 됐는데, 그 무대에 올랐을 때 야구인으로서 뭘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많이 갖고 있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발전시키는데 있어 무엇이 문제인지 항상 인지하고 있었다."
-선수들과는 어떻게 소통할 예정인가
"선수들이 각오가 돼 있을 것 같다. 나도 색다르게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서로간에 얼마나 진실한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겨야 하고,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 진심이 부딪혀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앞으로 한화가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은
"이 이상 내려갈 게 없다(웃음). 올라간다는 희망이 있다. 어떤 목표의식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한다. 향후 3년간 성적은 중요시 할 필요가 없다. 오늘부터 어떤 변화를 갖고,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승부처라고 본다."
-젊은 감독들과의 경쟁, 어떤 느낌인가
"승부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벤치 대 벤치다. 상대 감독과도 싸워야 한다. SK 있을 때도 제자들과 경기 해봤다. 세대교체를 보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우리 세대에 힘을 줄 수 있는 결론이 나올 필요도 있다."
-비시즌 전력보강이 필요한 부분은
"욕심 같아서는 FA로 나온 선수들 다 데려왔으면 좋겠다. 젊은 선수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안에 들어와서 보니 나이 든 선수들이 많다. 투수는 젊은 선수들 많은데 야수는 베테랑들이 많다. 야수들을 어떻게 젊게 만드느냐가 내가 할 일이다. 김태균이 33살인데 20대로 되돌려야 할 것 같다."
-밖에서 본 한국야구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한화의 4강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베이징올림픽 이후 큰 변화가 왔다고 봤는데, 이후 선수들이 FA 되면서 연봉이 너무 올랐다. 그러면서 도전의식이 부족해졌다. 현실에 안주하는 느낌도 받았다. 악착같이 매 순간 모든 걸 쏟아내는 절실함이 부족한 것 같다. 아까 (김)태균이와 '시즌 끝나고 웃으면서 악수하자'고 얘기했다."
-고양 원더스 해체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고양 원더스 해체는 내가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안 잘린 것 같다. 이후 1주일간 굉장히 초조했다. 5개 구단이 나를 왜 안 부르나 싶었다. 1주일 지나도 안 와서 거의 포기상태였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한화는 김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가
"뒷산을 보니 1982년 생각 난다. 감개무량하다. 다시 돌아왔구나 싶었다. 대전은 과거에 야구 도시였다. 좋은 기회가 왔다는 점이 감동적이다. 아까 톨게이트 나올 때 보니까 왔구나 싶었다.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의식이 생겼다. 내년에는 반드시 위에서 싸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연이 깊은 김응용, 김인식 감독이 모두 거쳐간 팀을 맡게 된 소감은
"김응용 감독과 내 나이 합치면 몇 살인지 생각했다. 김응용 감독이 만들어놓은 팀을 내가 인수했다. 그걸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한화는 김영덕, 김인식, 김응용 감독과 나까지. 이름이 있는 감독들이 지나간 구단이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왔는데 반드시 업적을 이뤄내야 할 것 같다.
-코칭스태프 구성은 어떻게 했나
"내 계약이 늦었다. 새벽까지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모든 게 새로워질 것이다."
-마무리훈련에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가
"선수들에게 왜 머리 안 깎고 다니냐고 물어봤다. 내일부터 머리 깎고 나올 것 같다. 이틀에 한 번은 수비 훈련만 한다. 5일 연습인데 이틀은 수비만 한다. 대전구장이 넓어져서 외야수들 움직임도 고쳐야 한다. 김태균은 당분간 3루에서 반 죽을 것이다."
-한화에 어떤 야구를 장착할 생각인가
"한 점을 지키는 야구,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타선에 의존하는 야구는 약하다. 수비 속에서 얼마나 지키면서 도망가느냐가 중요하다. 한화는 너무 마음이 좋아서 점수를 자꾸 주더라. 점수 안 주는 야구를 해야 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프런트 야구'에 대한 생각은
"프런트와 현장 모두 이기는데 전념해야 한다. 최근 야구계가 들끓고 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인지하면 그런 문제는 해결된다. 남이라고 하는 의식 속에 들어가니 그런 문제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프런트와 트러블이 많다고 하더라. 가장 중요한 건 조직이 플러스되기 위해 감독이 희생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서 감독이 트러블메이커가 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그런 의식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올 시즌 한화의 외국인 선수 3명에 대한 생각은
"외국인 선수 3명은 전력상 굉장히 플러스 되는 요인이다. 신중하게 끌고 가야 한다. 어느 위치에 누가 필요한지를 지금부터 생각해야 한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못 넣더라."
-팬들의 열망이 굉장했다. 대전 팬들께 하고 싶은 말은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에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장소가 대전이다. 비와서 물 고인 채로 야구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팬 여러분들이 많은 성원 보내주셨는데 감독 하면서 부담스럽다는 걸 처음 느낀다. 이번에는 결과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성원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만큼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다른 팀 갔을 때보다 그게 더 크다."
[김성근 감독. 사진 = 대전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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