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빅이닝. 포스트시즌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전통적으로 포스트시즌은 투수전으로 전개된 케이스가 많았다. 한 이닝에 4~5점씩 득점하는 빅이닝이 자주 나오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 역시 서로 15~20안타를 치고 받는 엄청난 타격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한 이닝당 4~5득점 이상 기록되는 빅이닝은 꾸준히 속출한다는 게 눈에 띈다.
6경기를 치른 상황. 4점 이상의 빅이닝은 정확히 5차례 나왔다. 거의 1경기당 한 차례씩 나온 수준. LG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 1회 6점, 8회 5점을 올렸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도 7회에만 6점을 뽑아내며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도 8회 6점을 올렸다. 넥센도 플레이오프 1차전서 6회 4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갈랐다.
▲ LG 빅이닝, 홈런은 단 한 차례
보통 한 이닝에 대량득점이 나오려면 연속안타뿐 아니라 홈런, 볼넷, 실책 등이 섞여야 한다. 특히 홈런은 공격하는 팀이 가장 적극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 상식적으로 접근해도 2~3점짜리 홈런이 섞일 때 빅이닝이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LG는 6경기서 4차례 빅이닝을 만들어냈음에도 홈런이 섞인 건 준플레이오프 1차전 1회 최경철의 스리런포가 유일했다.
LG는 정규시즌 때 팀 홈런 90개로 최하위였다. 16개의 이병규(7번)가 팀내 최다홈런타자. 팀 타율(0.279)도 최하위. 달리 말해 상대 투수가 제구가 흔들려 볼넷, 폭투를 연이어 내주거나 수비수가 실책을 범하지 않는 한 빅이닝을 만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 LG가 포스트시즌 6경기서 4차례나 빅이닝을 만들어낸 게 놀랍다. 그만큼 타선 응집력이 좋다는 의미. 빅이닝이 나온 4경기 모두 해당 팀이 이겼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8회 5득점의 경우 상대 투수의 연이은 몸에 맞는 볼로 1사 1,2루 찬스를 잡긴 했으나 이후 연속안타, 볼넷, 희생플라이 등을 적절히 섞어 승부를 완벽하게 갈랐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 7회 6득점 당시에는 3연속 안타가 무려 두 차례나 나왔다. 물론 상대 볼넷과 실책 한 차례가 섞였지만, LG 타선 자체의 집중력이 더 눈에 띄었다.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 8회 6득점 당시에도 상대 투수들이 갑자기 제구가 흔들려 볼넷을 남발하긴 했지만, 때를 놓치지 않고 장타와 희생플라이를 섞은 타선의 효율적 공격이 뒷받침 됐다.
▲ 광활한 잠실, 장타보다는 응집력
플레이오프 3~4차전은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잠실은 외야가 광활하다.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빅 이닝의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1점, 1점 뽑아내는 효율적인 공격이 필요하다. LG가 홈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 차례 3연속안타를 통해 잠실 빅이닝의 바람직한 예시를 선보였다.
LG는 정규시즌 때 팀 득점권타율 0.288(4위)로 낮은 팀 타율, 좋지 않은 장타력을 커버하는 찬스 응집력이 있었다. LG가 이번 포스트시즌 전체 6경기서 4승2패로 호조인 건 꾸준히 타선 응집력이 발휘되면서도 간간이 홈런포마저 터지기 때문이다. 반면 마운드는 안정적이다. LG가 이번 포스트시즌서 빅이닝의 희생양이 된 건 플레이오프 1차전 1번뿐이었다.
넥센은 정규시즌부터 LG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든 타격지표가 뛰어났다. 객관적인 파워와 응집력을 봐도 넥센 타선이 LG에 한 수 위. 그런데 플레이오프 1~2차전서 넥센타선의 파워와 응집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LG를 압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박병호 강정호 쌍포가 침묵했고 안타왕 서건창이 유기적인 흐름을 이끌지도 못했다. 1차전 6회 윤석민의 대타 결승 스리런포가 나오지 않았다면, 넥센은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뻔했다. 넥센으로선 드넓은 잠실에서 열릴 3~4차전서 일단 장타본능보다 응집력을 살리는 게 과제다.
빅이닝의 법칙. 이번 포스트시즌서는 LG가 잘 알고 있다. 타격의 팀 넥센마저 그 본능을 발휘할 경우 플레이오프가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수 있다.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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