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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흔히 아는 마술이 아닌, 행동심리학과 통계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멘탈 매직이다. 마술사 최현우는 어쩔 수 없는 고정관념에 최대한 맞추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멘탈리즘 열풍이 분 만큼 마술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최현우의 신념이다.
최현우가 이번에 선보이는 매직콘서트 'The Brain'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열광하고 있는 마술 트렌드인 '맨탈 매직'을 국내 최초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비와 연출을 통해 마술을 뛰어넘은 환상적이고 놀라운 쇼를 선보인다.
최현우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우리 나라에선 멘탈리즘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게 있었다. 마술하면 고정관념이 있다. 2년간 책을 썼고 마술과 심리학을 이어 보려고 오랫동안 연구를 했다"고 입을 열었다.
▲ "까다로운 한국 관객, 전원 참여하는 멘탈 매직 시도"
그는 "우리나라 20~30대는 미녀들 몸통이 잘리고 이런 것들은 신기하지만 많이 본 그림이라 생각한다. 부모님 세대인 50~60대는 마술 하면 미녀가 춤을 추고 하늘을 날아주는 형태가 머리에 박혀 있다. 또 10대~20대는 기존 마술과 달리 카드 마술이나 소품 등이 마술의 원형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세대가 혼재돼 있으니 다 보여줘야 되는 과도기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과도기인 만큼 마음속에 있는걸 끄집어내고 현실화해내는게 현대 마술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로 마술 무대에 선지 18년째 된다. 멘탈 매직에는 10여년동안 매달렸다"며 "사실 이게 굉장히 쉽지 않은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마술을 보면 뭔가 있겠지 하기 때문에 연기와 액티브로 바꾸는게 쉽지가 않다. 좀 더 준비해야지 생각하다가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 전원이 참여하는 공연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관객들 전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술이니 만큼 최현우에게 관객은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매직 콘서트를 해왔지만 기존의 것들을 탈피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을 때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 여전히 걱정이다. 다양한 세대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관객들은 더욱 까다롭다.
"한국 관객들은 진짜 까다롭다. 대륙의 특성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것을 되게 좋아하는 중간에 있다. 마술도 그 문화가 중간이라 굉장히 큰게 나오는걸 바라면서도 아기자기한 것도 잘 해야 되고 TV에서 안 본 것들, 신선한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 나라 사람처럼 까다로운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마술사라면 다 잘해야지' 하는 종합선물세트를 좋아하는 그런 유형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 "관객들에게 새로운 세계 열어주고 싶다"
최현우는 한국 마술의 트렌드를 이끄는 선두주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마술사들이 있지만 대중에게 제일 익숙한 마술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있고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마술에 대한 욕심도 크다.
그는 "지난해까지 집중했던건 뮤지컬화였다. 마술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공연이 점점 대형화 됐다. 에피소드가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통괄하는 주제를 갖고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내가 느낀게 있다. 도구의 값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반복하다 보면 한계점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관객 마음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한 것도 그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디어파사드((Media-Facade)라고 해서 최근에 영상을 많이 구현하는데 이번 공연에 쓴다. 영상미까지 가미해서 새로운 시도를 가미해보고자 한다. 전세계 마술 트렌드 일부분을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마술은 렌트가 없다. 도구도 사야 하고 저작권도 사야 한다. 내가 만든 것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한테 저작권이 있다. 세상에 없는걸 해보자 하고 다 만들고 꽉 채웠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기획하는데 도구만 거의 11억 정도 평균으로 든다. 음향, 조명, 영상 다 별도다. 총 금액은 20억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관객님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매년 공연을 하는데 따지고 보면 학예회다. 공연하면 돈을 많이 번다 생각하지만 돈 때문에 공연을 하는게 아니다. 새로운 세계를 관객들에게 열어주고 싶다. 매년 새로운걸 보여줘야 한다는게 있어서 1년동안 열심히 돈 벌어서 학예회에 투자 하는거다."
▲ "속이는 맛이 기가 막히다"
최현우는 마술사가 흔하지 않을 때 이은결과 고등학교 때부터 마술을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마술사 고(故) 이승선의 1호 제자로 마술을 시작한 그는 꾸준히 마술을 하며 대선배가 된 만큼 후배도 많다. 당시 마술을 함께 시작했던 동료들이 도중에 마술을 포기해 어쩌다 보니 최현우가 원로가 된 셈이다.
최현우는 "나는 잠을 잘 안 잔다. 무섭다. 많은 사람들이 마술사 하면 마술로 돈을 벌거나 명맥을 유지할 거라고 오해하고 한국 시장에서 공연이 가능한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며 "후배 마술사들도 마술 올림픽이나 선수권에서 너무나 많은 상을 탄다. 너무 잘 하니까 세계에서 견제할 정도다. 그렇게 실력을 키워 나가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나도 잠 안 자고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한게 20년 가까이 마술을 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만큼 재밌다. 속이는 맛이 기가 막히다.(웃음) 어릴 때 마술사를 하는 게 맞는 길일까 너무 불안해 사주팔자를 봤는데 아저씨가 날 막 때리더라. '너는 팔자가 사기꾼인데 큰 사기꾼은 아니고 범죄를 저지를 정도도 아니다. 근데 살짝 살짝 사기 치는 사주다. 뭐하는 놈이야?' 하면서 툭툭 쳤다. 그게 마술사를 말한 것 같다."
사실 최현우의 어린 시절 친구들은 마술사가 된 그를 보고 놀란다. 마술을 하는게 신기한게 아니라 방송이나 공연에서 말을 하는 최현우의 모습이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학창 시절 최현우는 누구 앞에서 뭔가를 하는 재능이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마술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바뀌었고 이제 성격을 넘어 인생 자체가 마술로 인해 변해가고 있다.
그는 "마술은 하루 3~4시간 매일 하지 않으면 기술이 떨어진다. 기술을 유지하려면 매일 해야 된다. 쉬면 안된다. 주말도 해야한다. 일어나서 매일 한다. 하루종일 마술을 한다. 다시 태어나면 마술사 안 할 거다. '제 얼굴 말고 연기에 집중해주세요'라는 말까지 할 수 있는 잘 생긴 영화배우로 태어나고 싶다"며 웃었다.
"이렇게 얘기해도 마술은 진짜 재밌다. 지겹지가 않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말도 못하고 손도 작다. 연습량이 더 많아야 한다. 어릴 때 재능의 한계에 대해 진짜 많이 생각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했다. 고 이흥선 선생님이 제자들 중 내가 가장 먼저 그만 둘 것 같다고 했는데 나만 하고 있다. 재능이 나한테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100%로 치면 10% 미만일 것이다. 나머지 90%는 지속할 수 있는 열정이 재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번 공연 후엔 후회된다. 만족한 공연이 있냐고 하면 없다. 그래서 매번 이번이 최고의 공연이 되길 바라며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편 최현우 매직콘서트 'The Brain'은 오는 11월 8일부터 2015년 1월 4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공연된다.
[마술사 최현우.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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