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안경남 기자]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독수리’ 최용수 감독에게 통쾌하게 복수했다. 키워드는 ‘스리백’이었다.
전북은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서 카이오의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로 서울에 1-0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전북은 승점 71점으로 2위 수원(승점61점)과의 승점 차를 10점으로 유지하며 남은 4경기서 1승만 거둬도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게 됐다.
서울만 만나면 작아지던 전북이다. 최근 6경기서 단 한 번도 서울을 이기지 못했다. 전북에게 서울은 까다로운 ‘천적’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서울전에 이를 간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울과의 경기를 앞두고 3일 동안 맞춤형 전술을 짰다. 작전은 ‘스리백 변신’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과거 부상 등을 이유로 스리백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대놓고 스리백으로 시작한 건 실로 오랜만이다. 그만큼 전북은 서울에 복수하고 싶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최보경에게 스리백 수비의 리더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김기희, 윌킨슨이 양 옆에 섰다. 그리고 좌우 윙백에는 최철순, 이재명이 포진했다. 낯선 모습이다. 그러나 전북의 스리백은 생각 이상으로 잘 돌아갔다. 최강희 감독도 “생각보다 선수들이 잘 해줬다. 특히 최보경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하나의 옵션이 더 생긴 것 같다”고 기뻐했다.
5명의 수비가 라인을 갖추고 그 위에선 파이터 김남일, 신형민이 중원을 휘저었다. 그러자 서울은 중원에서 전방으로 이어지는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전방에 포진한 에스쿠데로, 에벨톤, 몰리나는 완전히 고립됐다. 최강희 감독은 “아마 서울도 이렇게 답답하긴 처음일 것이다. 오늘처럼 하면 서울이 할 수 있는 건 킥과 백패스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작정은 성공이었다. 똑같이 스리백을 사용해 서울의 활로를 모두 차단했다. 전북도 공격을 못했지만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보는 팬들 입장에선 ‘재미없는 경기’였다. 최강희 감독도 경기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느라 힘들었다. 그는 “사실 비기려고 생각했다. 교체를 할 마음도 없었다. 공격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자제하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전북이 똑같이 나오자 오히려 서울이 당황했다. 경기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고 서울이 공격적으로 올라갔다. 전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38분 교체로 들어간 레오나르도를 시작으로 역습을 시도했고 카이오의 극적인 버저비터 골이 터졌다. 그동안 서울에게 당했던 방법 그대로 전북은 복수에 성공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홈에서 당한 걸 되갚아줘서 기쁘다”며 “우리도 서울처럼 수비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이 계속 이렇게 하면 우리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서울 같은 팀이 오늘같이 홈경기인ㄴ데도 적극적이지 않다면 결국에는 경기 전체가 지루해진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전북이, 서울에게 큰 한 방을 날렸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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