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시리즈는 덕아웃 전쟁이다.
3일 미디어데이로 문을 여는 한국시리즈. 오랜만에 한국시리즈서 리그 최강팀들이 만났다는 평가. 삼성 류중일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의 지략 싸움이 볼만하다. 사령탑의 순간의 선택이 시리즈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그만큼 두 팀의 전력 간극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 넥센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으나 간격은 고작 0.5경기였다.
류 감독과 염 감독은 확실한 컬러가 있다. 그리고 디테일에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의 정규시즌 4연패, 한국시리즈 3연패는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하위권에 허덕이던 넥센을 단숨에 강호로 이끈 건 이유가 있다. 재빠른 상황판단과 발 빠른 대처, 과감한 승부수가 언제나 통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두 감독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는 것. 류 감독의 별명은 ‘야구대통령’, 염 감독의 별명은 ‘염갈량’이다. 한국시리즈서는 두 지략가 중 1명만 웃는다.
▲ PO는 염갈량 시리즈, 과연 KS는
플레이오프는 염 감독이 지배한 시리즈였다. 2선발 헨리 소사를 1차전과 4차전에 내세운 게 핵심. 소사의 빠른 피로회복을 감안한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소사가 2경기를 잡아주면 나머지 2경기 중 1경기는 에이스 밴헤켄이 잡아준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 전략이 무서운 건 염 감독이 한국시리즈까지 내다본 결정이라는 게 드러났기 때문. 물론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갔다면 밴헤켄이 나서야 했다.
염 감독은 4차전 정도서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소수정예 불펜의 힘과 막강 타선의 조화로 원투펀치 도움을 덜 받고도 1경기 정도는 이길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다. 실제 3차전 선발 오재영이 의외로 호투하면서 그 계산이 통했다. 밴헤켄이 나섰던 2차전서 패배했지만, 밴헤켄이 무너진 건 아니었다. 염 감독은 계산대로 한국시리즈 1,4,7차전서 에이스 밴헤켄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밴헤켄은 삼성전 4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22. 8개구단 상대 성적 중 가장 좋았다. 밴헤켄과 소사가 한국시리즈서도 제 역할을 해줄 경우 넥센은 삼성에 밀릴 이유가 없다.
▲ 야통의 이유있는 여유만만
류중일 감독은 넥센이 한국시리즈 상대로 결정된 뒤 “한국시리즈 상대가 어떤 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상대에 관계없이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면 된다. 선수들이 야구가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것 같다”라고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류 감독 특유의 여유와 기싸움. 그는 소위 ‘앓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리 철저하게 준비한다.
류 감독은 지난 4년간 뚝심과 믿음으로 점철된 사령탑이었다. 기본 전력 시스템을 최대한 공고하게 구축해 단기전서도 굳이 변칙 승부수가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2011년과 2012년 한국시리즈가 그랬다. 기본적으로 전력상 우위인 상황서 기존 전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SK를 눌렀다. 하지만,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는 달랐다. 평소와는 달리 한, 두 박자 빠른 선발투수 교체, 구위가 좋은 밴덴헐크의 구원기용, 적절한 타순변화로 1승3패서 4승3패로 판을 뒤엎었다. 류 감독의 디테일이 투영된 한국시리즈. 그는 넥센의 플레이오프를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뭔가 확실한 승부수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KS 승부수는
염 감독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오프서 사용했던 전략을 한국시리즈서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성현의 몸 상태가 관건이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시키더라도 기존 3선발 체제를 고수하는 게 안정적이다. 불펜 소수정예 체제는 넥센 마운드의 어쩔 수 없는 현실. 기본적으로 타선은 믿고 신뢰하는 편이지만, 삼성 투수들에 따라 다양한 대타카드를 준비시킬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단기전이라고 해도 경기 중반까지는 특별히 개입을 하지 않는 편이다. 지난해 6~7차전처럼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는다면 그렇다. 차분히 판세를 읽다가 결정적 순간에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 3년과는 달리 삼성이 넥센에 파트별 전력서 딱히 완벽한 우세를 보이는 부분이 없다는 점, 또한, 염 감독이 승부를 거는 지점에 따라 예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있다.
넥센은 상대적으로 투수들의 기량 편차가 크다.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적다. 대신 대타, 대수비 카드는 상대적으로 풍족하다. 반면 삼성은 투수들의 기량 편차가 적고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대타, 대수비 등 야수 카드도 풍족하지만, 넥센보다는 개개인의 파괴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강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감추는 게 사령탑의 미덕. 야통과 염갈량의 두뇌싸움이 한국시리즈의 중요한 변수다.
[류중일 감독과 염경엽 감독(위), 류중일 감독(가운데), 염경엽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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