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조안이 뜻 깊은 일에 동참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최초의 극영화 '소리굽쇠'에 재능기부를 한 것. 연기는 물론, OST에 참여하고 엔딩크레딧에 삽입된 캘리그라피도 조안의 솜씨다.
이런 조안의 재능기부가 더 돋보이는 건 '소리굽쇠'가 의미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소재도 소재지만 향후 수익금이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안 뿐 아니라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조안은 "우리 영화가 재능기부 영화인데 그로 인해서 제가 칭찬을 많이 받아요. 그게 좀 죄송해요. 스태프들도 그렇고, 정말 숨은 재능기부 공로자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모두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굉장히 고생하셨어요. 저보다 훨씬 더요. 아무래도 전 배우니까 더 챙겨주시잖아요. 그런데도 혼자 칭찬을 받는 것 같아 죄송해요"라며 모두가 함께 한 재능기부에서 유독 더 집중 받는 것을 미안해했다.
그래도 흔쾌히 재능기부에 동참하는 게 쉬운 일이냐고 하자 조안은 자신도 살짝 고민이 있었다며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재능기부 자체가 고민이 된 건 아니었다.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촬영차 정글에 다녀온 후 피부병과 육체적 피로 등이 쌓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단막극에 바로 투입돼 그러질 못한 것. 이렇게 피곤이 쌓인 상태에서 바로 또 다른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쉬운 일 만은 아닐 터였다.
조안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러 갔는데 다들 굉장히 좋은 분들이셨어요. 수익금을 할머니들의 아픔을 알리고 청소년 교육을 위한 홍보용으로 기부하려고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영화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죠. 좋은 뜻으로 만난 것이니 개런티를 받지 않고 일하는 건 괜찮았지만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 것 같았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선한 눈으로 취지를 말씀하시는데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처음 촬영을 나갔을 때 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스태프들의 선한 눈, 맑은 눈동자를 보면서 그 분들에게 고맙고 또 죄송했어요"라고 회상했다.
이런 착한 마음들이 모이고 또 모여서인지 현장에서 큰 소리 한 번 나지 않았다. 저예산에 해외 로케, 추운 날씨 속에서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열악한 조건들을 모두 상쇄시킬 만한 따뜻한 마음들 덕이었다.
조안의 경우 열악한 환경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감정들 외에도 중국어, 연변어 등으로 고생해야 했다. 조안의 말에 따르자면 감정신보다 중국어와 연변사투리에 더 어려움을 느꼈다고. 하지만 함께 모녀 호흡을 맞춘 중국 길림성 연변가무단 국가 1급 배우 이옥희가 조안의 중국어, 연변어 연기를 칭찬하며 나중에 중국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선보인다.
조안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스태프 중에 중국 출신도 계셔서 틈틈이 물어보고 귀임(이옥희) 선배님에게도 틈틈이 물어보기도 했어요. 이런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귀임 선배님은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같이 하자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어요.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부담감과 중압감이 컸어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알아들으실 테니까. 잘 못해서 (관객들이) 웃음이 나면 어쩌나 한동안 겁도 먹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라며 뒤늦게 당시 느꼈던 부담감을 전했다.
이번 영화로 인연이 돼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을 2년째 방문 중인 조안은 이것 역시 '자원봉사'가 아닌 '만나 뵙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단지 자신은 할머니들을 만나 예쁨을 받고 올 뿐이라고.
조안은 "봉사라고 이야기하시면 제가 부끄러워요. 제가 할머니들에게 해드리는 게 없어요. 오히려 예쁨을 받고 오는 게 더 커요.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정말 그렇거든요. 먹을 걸 사가면 자신들이 드시기 보다는 제 입에 넣어주시면서 더 배불러 하세요. 진짜 제 할머니들 같고, 굉장히 좋으신 분들이에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할머니들을 뵈러 가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조안이 출연한 영화 '소리굽쇠'는 해방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중국 거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최초의 극 영화로, 전 출연진과 제작진의 재능기부로 완성됐다.
[배우 조안.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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