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문득 충무로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부족한 연기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배우들이 배역들을 꿰찬 반면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 출연 기회조차 잡지 못할 때 더욱 그렇다.
배우 박원빈(34)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지 13년. 군대를 다녀온 시간까지 치면 15년이다. 그렇다고 연기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 '위층 여자'를 그럴싸하게 만들어 주는 인물이 바로 박원빈이니.
'위층 여자'는 밤마다 알 수 없는 소음을 내는 수상한 위층 여자 인경, 그 여자를 알고 싶은 아래층 찌질한 백수 남자 도환의 좌충우돌 스캔들을 그린 영화다.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로 잘 알려진 서유리의 화끈한 19금 영화로 더 유명하지만, 극의 무게중심을 잡으며 이끌어가는 인물은 박원빈이다. 그 역시 연극이나 단편영화가 아닌 장편 상업영화에서는 첫 주연이지만.
박원빈은 "영화를 하고 싶어 대학교를 연극과로 갔다. 기초부터 배우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동안 계속 영화를 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혼자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오디션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오디션에 붙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사라진 경우도 있다. 군대 2년을 제외하면 연기를 한 지 13년째인데, 지칠 때는 많이 지쳤다"고 털어놨다.
한 번은 조연으로 투입돼 촬영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촬영이 밀려 7~8개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마냥 기다리기도 했다. 언제 어떻게 촬영이 잡힐지 모르니 계속 대기상태여야 했던 것. 물론 이런 상황들이 박원빈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지금도 많은 조단역 배우들이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들을 겪어낸 박원빈이기에 '첫 주연작'이라는 타이틀이 더 특별히 다가왔을 터였다.
박원빈은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라며 "처음에는 매니저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 중 '컷'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건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뱉었다. 마음을 내려놓은 채 가서 그랬나보다.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 아무 말을 안 하고 있던 감독님이 쪽대본을 줬다. 감독님에게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해도 되냐고 물어본 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애드리브를 더해 연기하기 시작했는데 현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감독님이 다시 쪽대본 한 장을 줬다. 대본 전체를 받은 게 아니니 어느 신인지 잘 모르지 않나.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를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조연출이 웃다가 카메라를 떨어뜨리더라. 그렇게 오디션을 끝내고 나왔다. 며칠 후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이찬욱 감독님에게 온 전화였다"고 설명했다.
이찬욱 감독은 박원빈에게 주인공 도환 역을 제의했다. 하지만 박원빈은 매니저 이름이 도환인 줄 알았다고. 이런 말을 들은 이찬욱 감독이 주인공의 이름이 도환이라며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박원빈은 '위층 여자'의 남자 주인공이 됐다.
박원빈은 "감독님의 말을 듣고 긴가민가 하다가 '감사하다'며 '삭발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나도 내 위치를 아니까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남자 주인공이라면 상대역이나 투자자 쪽에서 반대할 거라는 걸 내 자신이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날 주인공으로 캐스팅 한다면) 힘들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더니 감독님이 그 쪽과는 자신이 이야기하면 되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할 수 있으면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라며 "이찬욱 감독님은 내게 첫 주연 타이틀을 준 분이고, 날 믿고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 감사한 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렇게 얻게 된 기회였지만 박원빈은 촬영 초반 어색함을 느꼈다고. 그도 그럴 것이 센 역을 주로 연기해 온 탓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원빈은 "그런 게 익숙하지 않았다. 1~3회차 촬영까지만 해도 그렇다. 당시 촬영한 화면들을 보면 난 어색한 걸 바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기했다. 평상시 내가 자주 쓰는 말 같은 것들도 애드리브로 많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첫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개봉시킨 박원빈은 다음 달 또 다른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능글거리면서도 진지했다가 어느 순간 코믹한 모습으로 웃음을 빵 터뜨리는 도환과 180도 다른 역할이다. 박원빈의 표현을 빌리자면 클럽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약도 팔며 클럽을 유지해나가는 인간쓰레기 같은 캐릭터란다.
극과 극의 모습으로 또 다른 변신을 꿈꾸는 박원빈의 롤모델은 잭 니콜슨이다. 변화의 폭이 굉장히 큰,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배우 잭 니콜슨처럼 되고 싶다고.
박원빈은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제는 잘 해야 하는 나이다. 연기를 잘 하기 위해 생각, 노력하는 시간인 것 같다. 이제 2014년도 몇 달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박원빈이 이런 역도 어울리구나'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난 큰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 타입이다. 단계별로 꾸준히 박원빈을 알리고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남녀의 발칙하고 독특한 19금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 '위층 여자'는 극장과 IPTV에서 동시 상영 중이다.
[배우 박원빈.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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