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까진 명암이 확실했다.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삼성과 넥센. 리그 최고의 톱타자들이 있다. 야마이코 나바로와 서건창의 맹활약은 올 시즌 두 팀이 정규시즌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원동력. 두 사람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나바로는 중심타선에서 뛰어야 할 스타일. 그러나 삼성 중심타선이 워낙 두꺼워 아킬레스건인 1번타순서 뛰고 있다. 반대로 서건창은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톱타자다.
나바로는 올 시즌 타율 0.308 31홈런 98타점 25도루 115득점을 기록했다. 톱타자로서 홈런과 타점이 리그 최다. 어지간한 팀의 중심타자들보다 좋은 성적. 득점권 타율은 0.407로 리그 1위. 한 마디로 팔방미인. 서건창은 올 시즌 타율 0.370 7홈런 67타점 135득점 48도루.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야구 최초 200안타(201안타) 시대를 열었다. 기동력 역시 리그 최고 수준.
▲확실한 명암
두 사람의 포스트시즌 활약은 명암이 엇갈린다. 거의 극과 극 수준. 나바로는 정규시즌서 보여줬던 강점을 한국시리즈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경기서 8타수 4안타(2홈런) 타율 5할 4타점 4득점 맹활약. 2경기 연속 홈런으로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 1차전서는 밴헤켄에게 동점 투런포, 2차전서는 소사에게 달아나는 투런포를 날렸다. 영양가도 만점. 2차전서는 1회 선제 2루타에 이어 결승득점도 올렸다. 전형적인 톱타자 역할과 중량감 있는 중심타자 역할의 절묘한 결합.
반면 서건창은 정규시즌 막판 200안타를 만들었던 기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서 18타수 3안타, 0.188에 그쳤던 서건창은 한국시리즈 1~2차전서도 8타수 1안타, 타율 0.125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6경기 합계 26타수 4안타. 타율 0.154. 서건창 특유의 강점이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다.
▲좁아진 득점루트
두 톱타자의 명암은 두 팀 공격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두 팀 타선은 명실공히 리그 최강. 그러나 스타일은 다르다. 넥센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확실히 삼성보다 한 수 위다. 그 파괴력은 바로 서건창의 안타, 출루능력이 시발점. 서건창이 출루하고 2번에서 적절히 연결해주면 유한준 박병호 강정호 김민성이 쓸어담는 방식.
그러나 서건창이 주춤하면서 넥센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뚝 떨어졌다. 사실 1차전서 삼성타선의 너무나도 큰 무기력함에 가렸을 뿐, 넥센 역시 6안타 7볼넷 4득점에 그쳤다. 마운드가 잘 버텨준 덕분에 타선의 떨어지는 생산력이 부각되지 않았다. 1차전서 서건창이 유일하게 출루했던 3회(선두타자 3루타)에 2득점했고, 서건창이 출루하지 못했던 이닝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5안타 1득점에 그쳤던 2차전 역시 서건창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넥센은 묵직한 중심타선에 비해 하위타선이 다소 약하다. 서건창이 출루한 뒤 중심타선이 해결하는 루트는 강력하지만, 다양성은 떨어진다. 때문에 서건창의 활약에 따라 넥센 득점력은 편차가 심하다. 강점이면서 약점. 적어도 1~2차전서는 서건창의 부진으로 넥센 타선에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득점루트가 좁아지고 불분명해졌다. 중심타선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서건창의 부활이 잔여 한국시리즈서 넥센 공격력의 핵심 포인트다.
▲다양성 갖춘 득점루트
1~2차전서 공격력만 놓고 보면 삼성의 완승. 나바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바로의 최대 강점은 톱타자 고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중심타자의 파괴력도 겸비한 것. 톱타자 고유의 파괴력은 서건창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다양성에선 우세하다. 나바로는 2차전서 1회 선두타자 2루타로 출루한 뒤 채태인의 결승타에 홈을 밟았다. 전형적 톱타자 역할. 그런데 2회에는 달아나는 투런포를 터트렸다. 중심타자 역할이었다.
나바로의 이런 다양성은 삼성타선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삼성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넥센보다 한 수 아래. 그러나 삼성은 박해민~이지영~김상수로 이어지는 하위타선 파괴력이 넥센보다 좋다. 하위타선서 출루와 기동력을 발휘하면 나바로가 쓸어담는 게 삼성의 또 다른 득점 공식. 나바로의 다양한 역할에 삼성타선의 득점루트 역시 다양해졌다. 세밀한 분석이 뒤따르는 한국시리즈서 특정 타자의 부진에도 득점력이 뚝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넥센은 나바로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것이다. 다만, 폭발적 상승세의 나바로가 갑작스럽게 페이스가 뚝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밴헤켄과 소사에게 일격을 가한 나바로로선 넥센에 딱히 두려운 투수가 없다. 오히려 삼성으로선 박해민의 부상 이탈로 약해진 7~9번 하위타선의 생산력이 고민이다. 1번타순서 해결하는 나바로의 뛰어난 클러치능력도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바로(위), 서건창(가운데), 나바로와 서건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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