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장그래(임시완), 바둑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가 냉혹한 현실에 던져졌다. 하지만 그 냉혹한 현실이란 사실 크게 놀랄 것도 없다. 우리의 현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시청률이 최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5.0%를 넘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신드롬 기운을 보이고 있는데, 당시 '응답하라'가 1990년대 추억을 되새기며 "그 땐 그랬지"라는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면 '미생'은 "내 지금 처지와 비슷하다"라는 공감대를 일으키고 있다.
'미생'이 공감대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그동안의 직장 드라마가 실장님, 본부장님을 중심으로 캐릭터 표현이 이뤄졌던 데 비해, 눈높이를 한층 낮춰 대중적인 공감을 샀다는 데에 있다. 그간 드라마 속 실장님이라는 직위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대변하기 위한 장치 뿐이었으며 줄곧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왔다.
하지만 이번엔 신입사원들의 이야기이다. 드라마로 표현하기에는 그리 화려하거나 재미가 없을 수 있었지만 현실감을 앞세워 공감대라는 큰 무기를 안고 출발했다. 특히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이야기면에서 탄탄함을 안고 있었고 두터운 팬층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미생'은 고위직들의 화려한 이야기가 아닌 처연하기 그지없는 인턴사원, 신입사원, 대리들의 이야기다. 극 중 대사처럼, '갑'들이 술을 마시고 싶을 때 마셔야하고 그들 앞에서 매번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야하는 '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공감을 느끼면서도 등을 토닥여주고 싶은 연민을 느낀다.
1회에서 장그래의 대사 중 "내 길은 거기서 끝났다. 바둑과 알바를 겸하기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주는 부모라서도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그냥 난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라는 말은 자신을 냉혹한 현실에 적응시키도록 하는 훈련의 한 과정이었다.
극 중 김동식(김대명)이 "직장을 다니는 이유, 월급과 승진이지. 그 이상은 아직 찾지 못했어"라는 말이 슬프게도 공감가는 이유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처럼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학점, 토익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 수학적인 잣대가 이 사회에서 그리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꿈'을 묻는 것이 이상한 사회가 돼버렸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미생'에서 그 답은 의외로 섬유1팀의 날라리같은 신입사원, 한석율(변요한)이 알고 있었다. 그는 장그래에게 "삶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거창한 질문 같지만 사실 간단하다. 선택의 순간들을 모아두면 그게 삶이고, 인생이 되는 것. 매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게 바로 삶의 질을 결정짓는거 아니겠느냐"라며 과정이 모여 하나의 무언가가 된다고 쿨하게 조언했다.
'미생'이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도, 굳이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회사라는 배경 속에 넓은 의미의 인생을 투영시켰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의 걱정과 설렘, 조마조마한 감정과 점차 그들 집단에 물들어가는 장그래의 모습은 어디에서든 우리가 한번쯤 느꼈을 법한 에피소드다.
장그래가 옥상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미 장그래의 모습에 자기 자신을 반영해 점차 몰입하고 있다. 앞으로 장그래가 소리없이, 꾸준히 성장해나갈 모습을 기대해본다.
[임시완. 사진 = tv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