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야구 선수에게 있어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일생 일대의 기회인 한국시리즈라면 그 확률은 더 낮아진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는 삼성 최형우가 한국시리즈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2009년 나지완(KIA) 이후 5년 만에 탄생한 한국시리즈 끝내기 안타였다. 최형우의 기록은 역대 8번째에 해당한다.
역대 최초의 한국시리즈 끝내기 안타는 프로 원년인 1982년에 탄생했다. OB(현 두산)와 삼성의 5차전에서는 OB가 4-0으로 앞서다 오대석, 박찬에게 투런포를 허용하고 4-4 동점을 내줬으나 9회말 유지훤의 끝내기 안타로 5-4 승리를 거뒀다. OB는 이 승리로 3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6차전에서 그 유명한 김유동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원년 우승의 신화를 썼다.
'최동원 시리즈'로 유명한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끝내기 안타 기록이 있다. 1승 1패로 맞선 3차전. 2-2로 팽팽하던 9회말 정영기의 끝내기 안타로 롯데가 3-2로 승리했다. 당시 최동원은 9이닝 2실점에 탈삼진 12개로 완투승을 거뒀다. 롯데는 최동원이 4승 1패를 거두는 투혼 속에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해태(KIA)가 4연패 신화를 이룩하는데 그 출발점이 된 1986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김성한이 영웅이었다. 9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극적인 3-3 동점을 이뤘고 연장 11회말에는 4-3 승리를 확정하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사상 첫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은 1994년에 탄생했다. LG와 태평양은 1차전부터 대접전을 벌였다. 1-1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김선진이 김홍집의 141번째 공을 휘둘렀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LG의 2-1 승리. LG는 이 승리를 발판으로 4연승을 마크하고 'V2'를 이뤘다.
삼성과 LG가 맞붙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의 9회말은 프로야구 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승엽의 동점 3점포로 9-9 동점을 이뤘고 곧이어 등장한 마해영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삼성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은 그렇게 극적인 마침표로 마무리됐다.
삼성은 200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9회말 김대익의 극적인 동점포로 연장 승부로 끌고 간 뒤 12회말 김종훈의 끝내기 안타로 3-2로 승리, 홈에서만 2승을 챙겼다. 결과는 삼성의 4전 4승 우승이었다.
KIA가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순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있었다. 최종전인 7차전에서 5-5 동점이던 9회말 나지완의 타구가 왼쪽 펜스를 넘어가면서 KIA의 우승이 확정됐다.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가 더욱 극적이었던 것은 지금껏 한국시리즈에서 탄생한 끝내기 안타와는 달리 안타 하나로 승부 자체가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0-1로 뒤지던 9회말 2사 1,3루 찬스에서 타석을 맞았고 우익선상으로 빠지는 적시타를 쳤다. 3루주자 야마이코 나바로는 물론 1루주자 김헌곤까지 득점하면서 삼성이 단숨에 2-1로 역전하고 5차전 승리를 가져갔다. 한국시리즈 사상 역대 최초로 끝내기로 뒤집기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최형우는 삼성의 '흑역사'를 지우는 선수다. 한국시리즈 끝내기 안타 기록을 보면 1980년대에 탄생한 기록은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이 얻어 맞은 것이었다. 삼성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도 큰 경기에서는 약한 모습을 드러낸 팀이었다. 그러나 2002년 우승을 계기로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삼성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한국시리즈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최형우는 지난 2012년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삼성 선수 최초로 한국시리즈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린 주인공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탄생한 역대 세 번째 만루홈런으로 1982년 김유동, 2001년 김동주의 기록을 이은 것이다. 김유동과 김동주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한 팀은 모두 삼성이었다. 삼성은 최형우 같은 선수가 있어 옛날의 슬픈 기억을 모두 지울 수 있다.
[삼성 최형우가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9회말 2사 1.3루 2타점 역전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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