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반전드라마다.
삼성의 반전드라마가 한국시리즈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은 경기 초반부터 결정타가 팍팍 터진 2차전(7-1 승)을 제외하고 매 경기 힘겨운 승부를 했다. 1차전서 넥센 에이스 밴헤켄에게 무너지며 2-4로 패배했다. 4차전 역시 밴헤켄을 공략하지 못했다. 선발 1+1 전략도 실패로 돌아갔다. 무기력한 3-9 패배.
삼성으로선 3차전과 5차전이 한편의 드라마였다. 초접전 박빙 승부서 힘겹게 웃었다. 두 경기 모두 0-1로 뒤진 상황. 9회까지 끌려갔다. 그리고 9회 2사 후 거짓말처럼 승부를 뒤집었다. 8회까지 잘 풀리지 않던 경기가 9회 갑작스럽게 확 풀리면서 해피엔딩을 만들었다. 삼성의 3승 중 2승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약속의 8회? 야구는 9회 2사부터
삼성과 야구대표팀의 공통점 하나. 8회에 결정적 상황을 잘 만들어낸다는 점. 유독 이승엽이 8회에 극적인 장면을 많이 연출해왔다. 대표팀과 삼성서 8회 결정적 한 방으로 많은 승리를 안겼다. 또 삼성타자들이 8회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은 뒤 9회 경기를 마무리한 적도 꽤 많았다. 예년보다 마운드가 약해진 삼성은 타자들의 힘을 앞세워 많은 역전승을 챙겼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서는 다르다. ‘약속의 8회’가 아니라 ‘운명의 9회’다. 극적인 승리를 챙겼던 3차전과 5차전 모두 9회에 뒤집기에 성공했다. 물론 3차전 8회에 결정적인 득점이 있긴 했다. 2사 1루서 이승엽의 타구에 넥센 야수진이 콜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안타가 되면서 1루 대주자 박해민이 홈을 밟았다. 극적인 1-1 동점. 그리고 9회 2사 후 나바로의 볼넷에 이어 박한이의 역전 결승 투런포가 터졌다.
5차전은 더 극적이었다. 삼성은 9회 1사까지 0-1서 반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또 나바로가 출루에 성공했다.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었으나 강정호의 실책에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삼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한이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2아웃. 그러나 채태인이 볼카운트 2S, 패배에 스트라이크 단 1개만을 남겨놓은 상황서 우전안타를 날려 2사 1,3루 찬스를 이어갔다. 그리고 최형우가 2B2S서 우선상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2경기 모두 9회 2사 후 승부를 뒤집었다.
▲경험과 응집력, 그리고 안지만
삼성의 경험과 응집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특히 5차전의 경우 패배에 스트라이크 단 1개만을 남겨놓은 절체절명의 상황서 연이어 2개의 안타가 터졌다. 경기 중반까지 번번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다 마지막에 찾아온 찬스를 끝내 놓치지 않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우리가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경험? 그런 것도 있겠죠”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은 21세기에만 10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현 주요멤버들은 사실상 2010년부터 5년 연속 맞이한 한국시리즈. 그것도 2010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최후의 승자가 됐다. 승부처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물론 상대의 결정적 수비 실수와 실책이 끼여있었지만, 절체절명의 상황에선 결국 극한의 응집력을 뽐냈다. 삼성은 5차전까지 팀 타율 0.190에 불과했다. 실제 결정타를 때려낸 박한이, 채태인. 최형우 모두 전체적인 타격 페이스는 썩 좋지 않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을 지배하며 영웅이 됐다. 특히 선수생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채태인과 최형우는 20대 중, 후반부터 포스트시즌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걸 간과할 수 없다.
또 하나. 삼성의 대반전 드라마에는 항상 안지만의 역투가 있었다. 안지만은 3차전 7회 1사부터 8회까지 깔끔하게 막아내며 대역전극 밑거름을 닦았다. 특히 8회 2사 2루 위기를 잘 넘기며 9회 대역전극으로 이어졌다. 5차전서도 8~9회 2이닝동안 6타자를 퍼펙트로 처리했다. 안지만이 추가실점 위기를 원천봉쇄하자 결국 또 9회 드라마가 탄생했다. 0-1로 뒤진 상황서 메인 셋업맨을 투입한 류 감독의 뚝심도 돋보였다. 안지만은 2차전, 4차전, 5차전 합계 4⅔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이 기록이 없었다면 삼성의 반전 드라마는 불가능했다.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공격력
8회와 9회 결정적 타격이 나오면서 반전 드라마를 쓴 삼성. 뒤집어 보면 10안타 7득점으로 편안하게 승리한 2차전을 제외하고는 시원스럽게 이긴 적은 없다. 거의 대부분 타자가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김상수는 5차전서 첫 안타를 신고했고, 박석민은 16타수 1안타로 심각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엽 역시 18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류 감독은 5차전서 두 사람의 타순을 맞바꾸면서 반등을 모색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만약 삼성이 5차전서 그대로 0-1로 패배했다면, 특히 8회 무사 만루 찬스를 놓친 게 한으로 남을 뻔했다. 경기 중반 타선이 적절히 터졌다면 9회 대역전 드라마는 없었겠지만, 삼성으로선 대신 더 편안하게 이겼을 지도 모를 일. 사실 대역전 드라마에 묻혔지만, 삼성 타선의 빈타는 1승3패서 대역전극을 만들었던 지난해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편으로 넥센보다 2명 부족한 야수엔트리 운영의 어려움도 절감하고 있다. 확실한 대타 요원도 진갑용, 김태완 정도. 류 감독은 5차전 7회 이지영 타석에서 진갑용을 대타로 기용해 성공했다. 곧바로 주자를 발 빠른 조동찬으로 바꿨으나 득점에는 실패했다. 경험이 부족한 이흥련이 8회 수비부터 기용됐다. 공교롭게도 8회 2사 만루 찬스에 이흥련 타석이 걸렸다. 그러나 포수 자원이 더 이상 없었다. 최후의 보루 김태완을 투입하지도 못했다. 이런 점이 류 감독으로선 야수운영 애로사항이다.
[환호하는 삼성 선수들(위, 가운데), 안지만(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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