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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지난 9일 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 중 직장인들의 애환을 노래하는 '렛잇비' 코너에서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를 상징하는 캐릭터 인형이 등장했다. 이 인형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공영방송에서조차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다며 질타했고, 이를 모르는 이들은 인터넷을 검색한 뒤에야 그것이 '일베'를 상징하는 인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논란이 터진 뒤에야 사태를 파악한 제작진은 방송 다음날인 10일 오후 뒤늦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소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였고, 특정한 의도는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바꿔 말하면 소품 준비 당시에는 이 인형이 '일베'를 상징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말로 풀이된다.
지상파에서 '일베'와 관련한 논란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추세다. 이미 지난해 연세대학교 로고를 패러디 한 '일베' 이미지를 뉴스 화면에 그대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던 SBS는 다시 지난달 16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내보내 다시 유족과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했다..
MBC에서도 지난해 '기분 좋은 날'을 통해 화가 밥 로스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이미지를 노출시켜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고, 지난달 12일에는 '섹션TV 연예통신'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실루엣을 그대로 가져다 써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중년 남성의 이미지를 웹에서 검색해 사용했을 뿐"이라며 일베 논란을 일축했다.
그나마 이러한 논란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던 공영방송 KBS마저 실수를 저지르면서 대한민국 대표 지상파 방송 3사가 일베와 질긴 악연을 맺고 말았다. 어떤 일에든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실수가 반복되면 잘못이 되고 만다. 이 잘못에 대해 매번 반성과 해명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정확히 무엇이 '일베'인지 알고 애초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앞서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은 기미가요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방송 도중 일본 대표 등장과 함께 배경음악으로 기미가요가 쓰인 때문이다. 만약 제작진이 이 기미가요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고 일왕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노래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대로 방송에 내보낼 수 있었을까.
이쯤 되면 방송사에서도 좀 더 책임 있는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개인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를 위한 공부 말이다. 제작진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러한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실수라고 말하기 전에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할 뿐이다. 이것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 나온 일명 '베충이' 캐릭터, MBC '섹션TV 연예통신' '기분 좋은 날' 속 고 노무현 이미지. 사진 = KBS MBC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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