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난, 잠시 끝내기인 줄 몰랐다니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11일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어제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경기 중 하나가 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삼성은 10일 5차전서 0-1로 뒤진 채 9회말 2사까지 몰렸으나 2사 1루 상황서 채태인의 우전안타, 최형우의 끝내기 우선상 2타점 2루타로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채태인과 최형우의 안타는 모두 2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온 터라 더욱 극적이었다.
최형우 타구가 우선상 깊숙하게 들어가고, 3루주자 나바로가 홈을 밟은 뒤, 관건은 1루 대주자 김헌곤이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느냐였다. 이미 3루 덕아웃에 있는 삼성 선수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김헌곤이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드는 순간 반쯤 그라운드로 나와있었다. 김헌곤이 세이프 판정을 받자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듯 전 선수가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뒷얘기가 흥미롭다. 류중일 감독은 “그 상황에 집중한 나머지 9회 끝내기 상황인 줄 몰랐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고 조금 있다가 끝난 줄 알았다”라고 했다. 사람이 놀라운 순간을 갑자기 겪을 때 순간적으로 멍해질 때가 있다. 류 감독뿐 아니라 경기를 지켜본 대부분 야구 팬이 그랬을 것이다. 류 감독은 “그 상황에서 끝내기 홈런이 나오면 나왔지, 그런 타구가 나올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만약 그 전에 파울 타구가 페어 지역으로 흘렀다면 절대 끝내기 안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최형우가 1스트라이크에서 2스트라이크를 당할 때 파울을 쳤는데, 1루 라인선상을 살짝 빗겨간 파울이었다. 그게 페어가 됐다면 1루수 박병호에게 잡힐 가능성이 컸다는 것.
그러고 보면, 최형우 타구는 그렇게 1루 라인선상에 많이 붙는 타구는 아니었다. 류 감독은 “1루 주자가 끝내기 주자라 라인 선상 수비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안타는 선상을 타고 가는 것보다 12간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크다. 주자가 스킵을 하니까 순간적으로 병호가 조금씩 따라서 움직인 것 같다”라고 했다.
또 하나. 류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김헌곤의 빠른 홈 귀환(?)을 바랐다. 그러나 그는 “원래 헌곤이 발이 빠르다. 그런데 그때는 왜 그렇게 늦게 들어오는지”라며 웃었다. 심지어 류 감독은 “누구 등에 업고 들어오는 줄 알았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승부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대주자. 류 감독 입장에선 김헌곤이 혹시 아웃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유독 느리게 보였던 모양이다.
[김헌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