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따뜻하다. 유쾌하지만 애잔하다. 당당했지만 그 뒤에는 눈물이 있었다.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속 '쓸모없는 아빠' 태만(김상경) 이야기다. 10년째 백수인 태만은 아내 지수(문정희)에게 '쓸모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이를 지켜본 태만의 딸 아영(최다인)은 급기야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라고 선언한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2013년 '올해 한 권의 책'으로 선정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0년째 백수인 아빠 태만 역에는 김상경이, 생활력 강한 슈퍼맘 지수 역은 문정희가, 이 두 사람의 딸 아영 역은 최다인이 각각 열연했다. 평범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명문대 출신이지만 사업 실패로 10년째 백수인 아빠가 있다.
이 작품에는 '아빠'가 필요한 인물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아빠가 없는, 혹은 다른 아빠기 필요한, 진짜 아빠가 필요한 이들에게 태만은 맞춤형 아빠 역할을 해 주며 10년 만에 백수에서 탈출했다. 일명 '아빠 렌탈 서비스'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간혹 등장하는 '피식' 유머 역시 영화 속 양념으로 작용하고, 순진 무궁한 얼굴로 아빠를 내놓은 아영 역의 최다인의 깜찍한 연기로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여기에 태만의 친구 승일 역의 조재윤을 비롯해 채정안, 방민아, 남보라, 이도경 등은 영화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애잔하기만 하다. 백수인 아빠를 내 놓은 딸 아영의 모습부터, 아빠의 부재로 태만을 따르는 미연(채정안)의 아들, 미혼모로 출산을 위해 아빠가 필요한 연희까지 이들의 사연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이런 사연들에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영의 말처럼 엄마에겐 쓸모없는 사람일지라도, 비록 집에서 빈둥거리는 백수일지라도 아영에겐 최고의 아빠일 수 있다. 그만큼 아빠의 부재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2013년 '아버지다움 연구소'가 전국 35세에서 49세 사이 아버지 1천명과 15세에서 24세 사이 자녀 500명에게 동시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빠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아버지 26.3%는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답한 반면 37.2%의 자녀들은 '가족과 함께 지내기'라고 답했다. 극명한 시각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이런 시각차를 조금이나마 좁혀준다. 아빠 태만과 엄마 지수, 딸 아영의 마지막 장면은 다소 직설적이긴 하지만, 현재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이 꼭 들어야 할 메시지다.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스틸컷.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주)레드로버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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