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김주성을 넘어선 것 같다.
현재 국내 최고 스몰포워드는 누구일까. 공격력, 특히 승부처에서의 파괴력만 보면 문태영(모비스)이 떠오른다. 그런데 팀 경기력과 조직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보면 윤호영(동부)도 만만찮다. 오히려 문태영보다 나은 부분이 있다. 올 시즌 동부가 지난 두 시즌의 부진 악몽을 씻은 건 윤호영이 팀 전력을 끌어올린 게 크다.
우려가 있었다. 윤호영은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다. 지난 시즌 막판 상무에서 전역한 이후에도 시련이 이어졌다. 2월 9일 삼성전서 엄지발가락에 부상했다. 시즌 아웃. 그 여파로 대표팀서도 도중 하차. 당연히 비 시즌에 충분히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을 깼다. 몸 관리가 잘 되고 있다.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특유의 효율적인 경기력을 팀 전력에 100% 녹여낸다.
▲효율성의 극치
동부는 11승4패, 공동2위. 잘 나간다. 하지만, 과거 전성기 같은 파괴력은 아니다. 백코트 듀오 두경민과 허웅은 과거 박지현-황진원 콤비에 비하면 세기와 노련미가 부족하다.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득점해줄 해결사도 마땅치 않다. 안재욱 박병우 박지훈 김종범 한정원 등 예년보다 벤치멤버가 두꺼워졌지만, 타 팀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결국 윤호영의 복귀가 결정적이다. 지난 시즌 막판 돌아왔으나 당시 동부는 회복불능의 상태였다. 외국인선수 농사도 실패했고, 전임 감독이 두 시즌 연속 시즌 말미에 물러났다. 팀 분위기 자체가 최악이었다. 천하의 윤호영이라고 해도 무릎 부상 후유증에 발가락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상황서 팀을 구해내긴 어려웠다.
김영만 감독 체제로 정비된 올 시즌. 윤호영은 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유의 강점들이 새로운 멤버들의 경기력과 함께 복합적, 유기적으로 팀 전력에 연결됐다. 기본적인 골밑 수비,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속공 처리, 도움수비 때 2선에서 시도하는 강력한 블록슛, 상대 패스라인을 차단하는 타고난 감각과 부지런한 움직임, 강력한 리바운드 응집력 등이 공수에서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 1.5블록(2위), 7.33리바운드(10위, 국내선수 2위), 1.5스틸(7위). 윤호영이 팀 조직력을 높여주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멤버들이 자신의 강점 표출에 집중할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19일 LG전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현장 지도자들은 윤호영을 에이스이면서 살림꾼이라고 말한다.
▲김영만 감독의 역할분담
시즌 전 연습경기서 김영만 감독은 “윤호영의 출전시간을 조절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30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호영이 빠질 때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전력을 유지하겠다는 계산. 그러나 윤호영은 현재 경기당 34분18초를 뛰었다. 철인 양동근(33분41초)을 넘어선 리그 1위. 윤호영이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점, 승부처에서 존재감이 여전하다는 점, 기량이 탁월한 덕분에 백업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투영된 결과다. 때문에 김 감독의 윤호영 출전시간 조절을 실패로 단정할 순 없다.
오히려 김 감독의 세밀한 역할 분담이 눈에 띈다. 동부산성의 핵심은 역시 지역방어. 기본적인 2-3, 3-2 지역방어, 이젠 많이 알려진 3-2 드롭 존 모두 수준급 완성도를 자랑한다. 동부 지역방어는 변칙일 때가 많다. 앞선에서 대인방어의 형태로 달라붙는 3-2 매치업존, 앞선에서 철저하게 스위치를 하는 3-2 스위치존을 애용한다. 변형 수비의 핵심은 역시 윤호영. 김주성과 함께 뛸 땐 3번으로서 앞선에서 완벽하게 스위치 디펜스를 해낸다. 골밑 수비수들이 코너로 퍼질 땐 기민하게 골밑 수비에 가담한다. 김주성이 쉴 때 4번으로 뛰면서도 골밑과 외곽 수비를 자유자재로 해낸다.
타 구단 한 감독은 “윤호영의 스피드와 탄력, 이해력도 인상적이지만, 김영만 감독의 역할 분담 역시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현재 윤호영은 동부에서 공격 가담이 그렇게 많지 않다. 속공, 미스매치, 완벽한 외곽 오픈찬스가 아니면 공격을 자제한다. 대신 김 감독은 데이비드 사이먼과 앤서니 리처드슨이 투입될 때 조금씩 달라지는 공수 시스템을 장착했고, 윤호영에게 역할 부여를 했다. 평균 9.1점이지만, 막아내는 평균점수도 10점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매 경기 20점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 김주성을 사실상 넘어섰다
김 감독도, 김주성도 “동부의 중심은 윤호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동부는 김주성의 팀이었다. 그러나 윤호영이 군 복무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첫 시즌을 맞이한 올해부터 동부 무게중심은 윤호영으로 넘어갔다. 윤호영은 중앙대 시절부터 좋은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플레이 스타일은 아무래도 김주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봐야 한다. 현재 윤호영의 경기지배력은 김주성의 전성기와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다.
김주성은 한국나이 36세다. 그것도 2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확실히 예전 같은 기량은 아니다. 테크닉과 노련미는 여전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수비력의 기본인 순발력과 탄력이 전성기에 비해 다소 떨어진 상태. 또 지난 15년간 대표팀-소속팀 생활을 병행하면서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 사이 한국나이 31세 윤호영은 기량이 농익어가고 있다. 올 시즌 플레이를 보면 최전성기에 돌입한 느낌. 연차별 경기력 그래프가 있다고 가정하면, 윤호영의 올 시즌 그래프는 김주성의 그래프와 교차하는 시기에 들어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만큼 윤호영의 매력이 엄청나다. 올 시즌 동부 부활의 핵심이자 원동력이다.
[윤호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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