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박용우가 달라졌다. 영화 '봄'을 찍으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실천하는 사람이 됐고, 연기 외 제반 사항을 염두에 뒀다면 이제는 오롯이 자신의 마음이 당기는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 어딘가 분위기가 두루뭉술해지고 긍정적으로 변한 것도 그를 찾아온 변화다.
박용우는 "흥행까지 되면 이 영화는 정말 복 받은 영화"라며 "모든 것을 다 이뤘으니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영화 '봄'은 박용우를 변화시켰을뿐 아니라 해외의 유수 영화제에서 8관왕을 기록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 출연 배우의 연기력으로도 국내외 호평을 받고 있다.
'봄'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을 배경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최고의 조각가 준구(박용우), 끝까지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던 그의 아내 정숙(김서형), 가난과 폭력 아래 삶의 희망을 놓았다가 누드모델 제의를 받는 민경(이유영), 이 세 사람에게 찾아온 봄에 대해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아내가 조각가인 남편에게 누드 모델을 소개시켜준다는 스토리를 지녔음에도 영화 속 모든 것이 외설이 아닌 예술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자칫 선정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수채화처럼 그려내 눈길을 끌었고, 많은 이들이 또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의 탄생에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불안하지는 않았을까. 설정 자체가 외설, 치정 등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고, 아무리 미술감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긴 했지만 조근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데다가 그의 전작인 '26년'과는 극과 극이니 말이다.
박용우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26년'을 보지 못했다. 선입견을 최대한 안 가질 수 있으니까 다행일 수도 있다"며 "그리고 '봄'은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조근현 감독님이 하면 굉장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근현 감독이 미술 전공이듯) 주인공도 조각가이고, 내 경우 시나리오를 읽으며 전체적인 영상을 떠올리는 편인데 떠오른 영상이 무척 좋았다. 그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미술 감독이 붙어야 하는데, 감독님이 조근현 감독님이니 분명 잘 나올 듯 싶었다. 흥행을 떠나 조근현 감독님이 하면 '정말 영화 하나는 욕먹지 않을 정도로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쉽지 않은 캐릭터들. 박용우의 경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부터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을 하얗게 불태우는 모습까지, 굉장한 진폭을 과하지 않게 연기해내야 했다. 이와 관련해 '봄'의 메가폰을 잡은 조근현 감독은 한 GV에서 준구 역에 대해 "그냥 박용우 같아 보이면 되겠다 싶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박용우는 "그럼 감독님과 통한 것"이라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용우는 "정확히 따지면 나 같을 수밖에 없다. 박용우가 연기하니까. 그 당시 처한 상황이 나와 준구가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해 매력을 느꼈다.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박용우처럼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 스타일 자체가 배우를 최대한 놀게끔 해준다. 그래서 난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담담하고 아름답게 완성해낸 데는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점점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는 조각가 준구, 그의 누드모델을 하며 자신의 봄을 맞게 된 민경 역을 맡은 박용우와 이유영의 힘이 컸다.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 아닌 예술가와 모델의 만남으로 보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하지만 박용우는 이런 공을 조근현 감독에게 돌렸다.
박용우는 "이번 작품은 감독님의 영향력이 80% 이상이고, 다행히 결과도 좋았다. 어떤 작품은 감독의 역량이 더 발휘되는 부분도 있고, 어떤 작품에서는 배우가 더 발휘되는 부분도 있지 않나"라며 "현실은 결과론 적이라 결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내 입장에서는 (인터뷰 당시 개봉 전이니) 흥행 빼고 다 이뤘다고 생각된다. 그런 입장에서 감사드린다. 시나리오 수정, 캐릭터 톤, 편집, 음악, 미술 등 모든 것들이 감독님의 의도대로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 영화는 영화의 힘으로 가야 한다. '봄'에 대한 자신감 플러스 불안감이 있다. 불안감은 딴 게 아니라 극장수다. 스크린에 걸려 있는 영화의 점유율이 올라가면 스크린 수가 많아지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점유율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내리는 영화가 있더라. 다른 작품의 흥행 정도를 예상해 영화를 내리기도 하더라.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점유율이 올라가는데도 우리 영화를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박용우는 영화 '봄'이 자신의 배우 인생 2막을 제대로 열어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변화된 배우 박용우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 '봄'이라고.
그는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경계선이 없었으면 한다. 또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전에 했던 작품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현실적, 물리적 고민을 거의 안 한 상태에서 작품을 고르고 싶다. 예전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적인 부분에서 설렘을 많이 느끼는 작품을 연달아 하고 싶다. 그런 작품들이 현실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 시작이 '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인생의 2막이냐는 말에 "제대로 2막이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박용우가 출연한 영화 '봄'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한국 최고의 조각가 준구, 끝까지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던 그의 아내 정숙, 가난과 폭력 아래 삶의 희망을 놓았다가 누드모델 제의를 받는 민경에게 찾아온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일 개봉.
[배우 박용우.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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