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실 준척급 FA가 더 많다.
사상 최대규모의 FA 시장. 19명 모두 26일까지 원 소속구단과 협상에 임한다. 아무래도 관심은 빅5(최정, 김강민 혹은 박용택, 윤성환, 안지만, 장원준)에게 쏠려있다. 이들이 원 소속구단 잔류를 택하든, 팀을 옮기든 내년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게 확실시된다. FA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 트렌드를 좌우할 것이다. 당연히 최근 1~2년 전 시작된 FA 인플레이션도 이들이 주도할 것이다. 이들의 원 소속팀 SK, 삼성, 롯데는 일단 외부 FA보다는 최대어들을 붙잡는 게 우선이다. 또 이들이 27일 새벽에 외부 시장에만 나오길 기다리는 구단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FA 시장엔 최대어 5인방만 있는 건 아니다. 이들보다 더 많은 준척급 FA들도 있다. 그들 역시 원하는 금액과 조건이 있다. 소속팀 역시 대접하고자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만약 빅5 중 3~4명 이상 원 소속팀에 잔류할 경우 외부 FA 시장의 흐름은 결국 준척급 FA들이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
▲소중하지 않은 FA는 없다
SK와 삼성은 기본적으로 최정, 김강민, 윤성환, 안지만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놓치면 내년 전력에 타격이 너무나도 크다. 그러나 두 팀은 이들 말고도 집중해야 할 FA가 3명씩 있다. SK는 내야수 나주환, 외야수 조동화, 우완투수 이재영이 있다. 나주환과 조동화는 수비력이 안정적이다. 조동화는 국내에서 번트를 가장 잘 대는 타자이기도 하다. 기동력과 작전수행능력이 톱 클래스. 이재영 역시 셋업맨부터 롱릴리프까지 다양한 역할 소화가 가능하다.
삼성도 내야수 조동찬, 선발투수 배영수, 왼손 셋업맨 권혁이 있다. 조동찬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 타격은 썩 강하지 않지만 한 방이 있고 작전수행능력과 기동력도 좋다. 배영수는 현역 최다승 투수답게 경험이 많다. 선발이지만 구원 경험도 풍부하다. 권혁은 최근 몇 년간 썩 좋지 않았으나 올 시즌 구위를 회복했다. 최소 원 포인트 릴리프로 쓸 수 있다.
롯데 박기혁은 올 시즌 보여준 건 거의 없었으나 역시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췄다. 김사율 역시 선발과 중간 모두 가능하다. LG 박경수 역시 수비력이 좋다. KIA 송은범은 SK서 이적한 뒤 굴곡이 심했으나 윤성환과 함께 귀한 우완 선발자원. 차일목은 이번 FA 시장 유일한 포수. 리그 전체적으로 포수품귀현상은 심각하다. 두산 정도를 제외하곤 포수 자원이 넉넉한 팀은 없다. 넥센 이성열과 한화 김경언도 한 방능력을 갖췄다. 최소 대타 활용 가능하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부담도 적다
빅5에 비하면 확실히 경쟁력이 떨어진다. 사실 대부분 준척급 타자 FA들의 공통점은 공격력이 최상급이 아니라는 것. 공격력이 조금 떨어지고 기동력과 수비력, 작전수행능력 등을 갖춘 타자들은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준척급 투수 FA들 역시 다양한 보직이 가능하지만, 내구성과 꾸준함이 증명된 건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그만큼 이들과 계약하는 팀은 부담은 적다. 기본적으로 빅5에 비해 시장가격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영입 경쟁률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에 비용 자체가 적게 들어간다. 때문에 구단들로선 이들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영입할 경우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명확하게 잡는 게 중요하다. 원 소속구단은 지난 8~9년간 이들을 데리고 있었다.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
준척급 FA 14명 중 단 1명도 빠짐없이 전원 26일까지 원 소속구단과 도장을 찍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몇 명일지는 알 수 없지만, 외부 시장에 나오는 준척급 FA는 반드시 있다. 혹시 내부 FA와의 재계약이 틀어졌거나, 내년 전력보강 계획을 감안할 때 필요한 FA가 있다면 선발할 수도 있다.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최근 몇 년의 흐름을 봐도 준척급 FA 성공사례가 꽤 있다. 9구단 NC의 경우 2012년 이현곤, 2013년 손시헌을 영입해 재미를 봤다. 손시헌에겐 4년 30억짜리 계약을 맺었는데, 50억대가 훌쩍 넘어는 요즘 트렌드를 감안하면 큰 출혈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성공했다고 볼 순 없지만, 이현곤 역시 3년 10억5000만원에 2013시즌 잘 활용했다. NC의 준척급 FA 활용을 지켜본 10구단 kt 역시 FA 3명 중 1~2명은 준척급으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 kt는 전력 뼈대가 약하다. 화려하지 않아도 팀 공헌도가 높은 준척급 FA 보강이 필요하다.
준척급 FA들의 활발한 이동 및 성공사례가 많아지면 FA 시장 자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 FA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는 흐름 속에서 시장 과열 현상도 완화되면서, 직장선택의 자유라는 기본 취지에도 충실할 수 있기 때문. 구단들이 준척급 FA들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는 동시에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하느냐가 관건이다. 준척급 FA들 역시 모두가 납득이 되는 협상전략을 갖고 나온다면 최대한 유리한 조건에 원하는 팀에서 뛸 수 있다.
[위에서부터 조동찬, 배영수, 조동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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