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구나 최고의 무대를 향한 꿈을 꾼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양현종의 포스팅 최고 입찰액은 김광현(200만달러)과 비슷하거나 미치지 못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KIA는 고민에 빠졌다. 단순히 KIA의 전력 약화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한국야구를 위해 고민하는 흔적이 보인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포스팅과 계약규모가 훗날 국내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하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두 사람의 메이저리그 진출 및 그 과정은 한국야구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꿈을 꾼다. 일단 KIA가 포스팅 금액만 수용하면 미네소타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고 싶어한다. 양현종으로선 당연한 욕심. SK 역시 김광현의 메이저리거를 향한 꿈과 진정성을 믿어준 것이었다. 김광현의 열망이 강하지 않았다면 포스팅 200만달러 응찰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김광현-양현종은 류현진과 다르다
2년 전, 류현진이 2573만 7737달러 33센트(당시 한화 약 280억원)라는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그 최고 포스팅 금액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결국 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다저스의 기대대로 류현진은 지난 2년간 잘해줬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확실히 국내야구의 눈이 높아졌다.
하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은 류현진과 달랐다. 포스팅금액이 선수의 절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투영되는 게 당연하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샌디에이고, 미네소타가 최고 입찰액을 써냈다. 돈을 많이 쓰는 빅마켓 구단이 아니다. 두 사람의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면 당연히 빅마켓 구단이 달려들었을 것이고, 경쟁이 붙으면서 류현진처럼 많은 입찰액이 책정됐을 것이다.
현실은 냉정했다.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김광현과 양현종을 류현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봤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수를 영입할 때 헛된 기대를 품지 않는다. 정확하고 냉정하게 바라본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류현진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긴 했지만, 지난 수년간 극동 스카우트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가 있다. 류현진보다 꾸준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고, 부상 전력이 있다는 걸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잘 알고 있다. 투구 스타일과 세밀한 약점도 완벽하게 알고 있다. 단지 눈으로 직접 많이 보지 못했을 뿐이다.
▲김광현과 양현종, 후회없는 도전하라
아직 양현종의 포스팅 최고액이 정확히 얼마인지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광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본다면, 그 액수 자체가 형편 없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결정적으로 김광현과 양현종 포스팅이 1998년 이상훈(60만달러) 2002년 임창용(65만달러) 2002년 진필중(2만5000달러) 2009년 최향남(101달러)처럼 참담한 수준도 아니다.
김광현이 연봉협상 중이고, 양현종도 KIA의 OK 사인이 떨어지면 연봉협상에 들어간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샌디에이고와 미네소타가 두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왼손 투수진이 빈약하다. 미네소타 역시 마운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다른 구단들은 어떻게 봤을지 몰라도, 적어도 샌디에이고와 미네소타는 김광현과 양현종에 대한 분명한 기대치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류현진처럼 풀타임 선발로 엄청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진 않겠지만, 최소 왼손 불펜과 선발이 가능한 스윙맨으로 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프링캠프 때 메이저리그 25인 엔트리 진입에 대한 경쟁 기회가 어느 정도는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이 대단하다. 미국 언론들은 결국 KIA가 양현종의 포스팅을 수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상태. 그렇다면 김광현과 양현종으로선 후회 없이 도전하는 일만 남는다. 연봉협상서 입단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두 사람의 열망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이 크진 않다.
▲한국야구, 좀 더 냉정해져라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양현종과 김광현 말고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는 줄줄이 나올 것이다. 풀타임 7년을 채워 포스팅시스템을 통할 수도, FA 자격을 얻어 곧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일단 강정호가 12월 윈터미팅 이후 포스팅 입찰에 들어간다. 또, 일본야구를 통해서도 메이저리그 도전이 가능하다. 오승환의 경우 한신과의 계약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막연한 꿈보다는 이제는 눈 앞의 현실을 즉시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국내야구 수준 자체를 좀 더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선수들을 비롯한 국내야구에 종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해당된다. 그래야 국내야구를 바라보는 해외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향하는 선수가 많아져야 해외 진출 및 국내복귀에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SK와 KIA가 적은 포스팅 금액에 난감해한 건 당연했다.
한국야구를 먹여 살렸던 슈퍼에이스 류현진. 그는 한국야구 상위 1% 엘리트다. 그의 실력이 한국야구의 애버리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현실. 이제 한국야구 종사자들이 달라져아 할 때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계기로, 국내야구 현실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부터 김광현, 양현종,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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