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올 시즌에는 총액 1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의 초대형 계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몸값 폭등에 대해 ‘거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대부분이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프로 야구단들이 자생력을 갖추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금액을 지출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과연 합리적인 투자를 한 것인지에 의문이 든다.
▲자생력 없이 모기업 지원금에 의존한 프로구단들
지난해 무려 523억원(구단 발표 기준)이라는 역대 최고의 돈 잔치가 열렸던 프로야구 FA 시장이 올해에는 더욱 과열될 기세다.
올해 프로야구 FA 시장에는 총 19명의 선수들이 나왔다. 특히 이들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들은 삼성 우승 주역인 우완 투수 윤성환과 안지만, 롯데 좌완 장원준, SK 내야수 최정과 외야수 김강민 등이 ‘대어’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 중 최정은 다년계약을 체결했을 때 총액 10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FA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이유는 10구단 체제에 접어들면서 선수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지만, 이에 걸맞은 뛰어난 선수들의 수급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각 팀의 영입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공급이 적고 수요는 폭등하니 ‘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쯤 되니 구단들은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높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구단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각 구단(LG는 LG스포츠, SK와 KIA 제외)들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구단은 없다. 모두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이 가장 많은 1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넥센(67억원)과 한화(18억원), 롯데(15억원), LG(11억원) 등의 손실을 봤다. NC(4억8000만원)와 두산(1억3000만원)도 손실 규모는 작았지만 돈을 벌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프로야구단은 매출액의 대부분이 모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모그룹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지원금도 줄고 있다. 구단주인 그룹 오너들이 야구단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구단들의 자금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이유다.
물론 여기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경기장 광고수입을 가져가는 등 구단들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도 있다. 하지만 구단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수 영입을 위해 무분별하게 지출 규모를 늘린다면 곤란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는 구단을 소유한 각 기업에 엄청난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한다. 야구단 운영이 기업의 ‘사회 공헌’이라는 인식도 이 같은 적자 운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이 ‘내 돈 써서 홍보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구단들이 모기업의 지원금만 바라고 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야구가 계속해서 인기를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인 김광현과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을 거쳤지만 금액은 200만달러(약 22억원) 수준이다. 과연 구단들은 한국 야구 수준과 자신들의 형편에 맞게 합리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FA 관련 제도 손질 노력도 없어
현행 FA 제도도 이 같은 FA 시장 과열 양상을 일으킨 측면이 크다. FA 제도는 프로야구 사장단으로 구성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를 통해 마련됐다. 시즌이 거듭되며 FA 선수들의 몸값은 계속 치솟았고, 지난 2008년에는 FA 제도 폐지안까지 제기됐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FA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타자는 매 시즌 페넌트레이스 경기 수의 ⅔이상 출전, 투수는 규정 투구 횟수의 ⅔이상을 투구한 시즌이 9시즌에 도달한 경우(페넌트레이스 1군 등록 일수가 145일(2006년 이전은 150일) 이상인 경우에도 1시즌으로 간주)에 해당돼야 한다. 다만 4년제 대학을 졸업(대한야구협회에 4년간 등록)한 선수는 위 조건이 8시즌에 도달하면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때문에 현행 FA 자격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제기돼 왔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는 6년 이상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선수(25인 로스터에 포함돼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해야 함) 중 한 시즌 동안 172일의 등록 기간을 채워야 한다. 미국에 비해 선수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FA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것마저 어렵다보니 수준급의 선수들이 FA 시장에 나오는 것은 흔치 않다. 때문에 선수가 나왔을 때 영입을 위한 팀들 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선수들의 몸값은 당연히 높아졌다.
그나마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대부분 나이가 서른을 넘긴다. 야구 선수들의 선수 생명이 타 종목에 비해 길다고는 하지만 FA 자격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
FA 자격 요건을 완화한다면 수준급의 선수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해 저평가 받던 선수들도 다른 팀으로 이적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 선수 공급이 늘어 구단들이 무리해서 몸값이 높은 선수를 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몇몇 선수에게 몰렸던 연봉이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나눠 투자할 수 있어 프로야구 전체적으로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FA에 대해 프로야구 전체가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기가 다가온 것 같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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