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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오랜 시간 뮤지컬 무대에 서왔던 뮤지컬배우가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연기하고 노래하고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것들에 있어 무엇이 다른가 하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큰 도전이 되기도 한다. 또 막상 도전하니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배우 신의정에게 연극 '뜨거운 여름'이 그렇다. 신의정은 2007년 데뷔해 줄곧 뮤지컬 무대에 서왔다. 시원한 가창력을 무기로 관객들을 만났다. 그런 그녀가 올해 초 결혼 후 올 겨울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했다.
신의정이 출연중인 연극 '뜨거운 여름'은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마지막 작품. 공연을 앞두고 첫사랑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배우 재희가 연기를 하면서 과거 자신이 품었던 꿈과 열정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재희가 학창시절부터 꿈을 꾸게 해 준 첫사랑의 흔적과 열정의 고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신의정은 간다 단원은 아니지만 오디션을 통해 '뜨거운 여름'에 합류, 과거 재희의 첫사랑 채경과 그녀를 쏙 빼닮은 사랑 역을 맡았다. 그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한 작품 중 제일 힘든데 다른 배우들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원캐스트라 월요일만 쉴 수 있는데도 매일 보고싶을 정도로 좋다"고 입을 열었다.
▲ "간다 작품, 무조건 오디션 본다 했다"
신의정은 '뜨거운 여름' 무대에 오르며 죽을 것 같이 힘 들어도 성과가 보이니 만족을 느끼고 있다. 공감대를 얻지 못해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드는 공연이 아닌, 관객들과 소통하고 함께 공감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공연이기에 더 힘이 난다.
신의정은 "원래 극단 간다를 완전 좋아했다. 지금도 팬이다. 볼 때마다 큰 주제를 놓은 상태에서 스토리에 따라가는 여러가지 장치도 보게 되고 연기도 보게 된다"며 "간다 작품 너무 좋았던건 주제야 당연히 있는 거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배우들의 호흡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맥이 끊기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는데 항상 우리 바로 옆에 일어나는 일을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도 저기에 속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과연 저 호흡은 누가 주는 걸까. 저들이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걸까' 너무 알고 싶었고 궁금했다"며 "그렇게 좋은 기회를 얻어 하게 됐는데 첫날부터 알았다. 궁금한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는 민준호 연출님이 있더라. 내겐 정말 좋은 기회다. 갑자기 미친 연기자로 변하진 않겠지만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고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전에 약간 브레이크가 있었다. 결혼이 미뤄지면서 아까운 작품을 많이 못하기도 했는데 '너무 아까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불안한게 아니라는걸 알게 됐다. 뮤지컬' '카페인'을 행복하게 하고난 뒤 그 소중함을 알게 됐다. 그래서 다시 진짜 가슴 뛰는 작품 하고 싶었고 오디션을 본 거다."
신의정은 "오디션 때 완전 떨렸다. 연극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했고 나는 내가 성숙한 이미지라고 나 혼자 생각하는 게 있었다. 사실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면 오디션 볼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며 "뮤지컬은 음성으로 많이 결정 되는데 낮고 굵은 목소리라 여리여리한 역할을 못했었다. 간다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디션 본다 하고 왔는데 고등학생이라니 너무 놀랐다"고 고백했다.
▲ "처음으로 예뻐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의정은 뮤지컬스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공연 팬들에겐 유명한 배우. 그러나 '뜨거운 여름'에서는 그런 그녀도 오디션을 봤다. 첫 연극이기도 했고, 간다는 소속 단원들도 오디션을 보는 극단이기 때문에 다시 초심의 자세로 오디션에 임해야 했다.
그는 "오디션에 붙었다는 전화를 듣고 진짜 신인처럼 전화기를 붙잡고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뮤지컬 할 때는 좋아도 좀 숨기고 '아, 그래요' 할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감사함을 표출했다. '이렇게 가슴 뛴적이 언제였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너무 긴장하고 오디션을 봤다. 연극이라 하면 미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긴장한 것 같다. 근데 연출님은 느낌을 보시더라. 그냥 말 하는 것, 편한 모습을 보고 연출님이 보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극을 하고 싶었다고 많이 했기 때문인지 답답한 무언가가 해소되는 느낌이다. 좋은 작품, 특히 간다 작품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더 행복하다. 행복하자고 하는 거라 하니 옛날 생각이 더 많이 난다"며 "야심이 강한 사람보다 지금 이 순간, 소소한 행복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연출님이 말하길 욕심의 간절함이 아닌 진짜 간절함이 보이는 사람이들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또 "간다 작품은 소재도 그렇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배우들끼리 너무 믿는다. 누가 실수를 하면 그걸 미안해 하거나 더 받아주려고 노력하기보다 본인 것을 챙기기 마련인데 서로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게 보이더라"며 "어떻게 저렇게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이 없지? 인성인가? 되게 많이 느꼈다. 연출님이 선장 역할을 잘 해주시는 것 같다. 항상 상대방에게 찾으라고 한다. 간다는 극 접근 자체가 다르다. 얘기하는 작업이 일단 많고 연기하기 위한 부담감을 없애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역할인데 심지어 첫사랑이다. 영화 '건축학개론' 수지 같은 샤랄라 역할. 심지어 1인 2역. 보고 '망했다!' 했다. 심지어 생각하는 어떤 게 아니라 계속 일상 얘기가 나오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되게 많이 받았다. 내가 교복을 입고 첫사랑 역을 할 줄이다. 사실 뮤지컬 무대에서 진한 화장을 하다 보니 무대빨이 안 받는 배우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화장을 거의 안한다. 근데 처음으로 예뻐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모습을 그만큼 보여준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우리가 뜨겁지 않으면 거짓말 하는 것"
제목이 '뜨거운 여름'이 만큼 배우들은 뜨거움을 연기한다. 그 속의 초심과 열정을 이야기 하며 관객의 뜨거움을 끌어내고, 자신들의 뜨거움도 표현한다. 신의정 얼굴에는 그 뜨거움과 행복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에 신의정은 "매일 뜨거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뜨겁지 않으면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난 사실 작품에 휘둘리는 편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냉소적인데 이 작품에선 그렇게 안 된다. 이런 얘기 하는걸 오그라들어 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된 것처럼 배우들끼리도 서로 표현하게 되고 '뜨겁다'고 말하게 된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다"며 "서로를 사랑해주면 분위기가 좋게 갈 수밖에 없다. 밉게 보면 끝도 없는데 예쁘게 봐주니 얼마나 서로가 좋겠나"라고 밝혔다.
또 "모두가 자기 자리에 딱딱 조화를 잘 이룬다. 다 개성들이 있는데도 잘 어우러진다. 그건 약속들을 잘 지켜 그런 것 같다. 무대에서의 약속 말이다.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있는 공연일 수 있는데 중간 중간 비어있는 호흡들을 본능적으로 서로가 메꾸려 하다 보니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그래서 원캐스트인 것도 더 좋다. 절대로 지겹지가 않다. 자신이 아닌 서로를 위해 하다 보니까 매번 떨리는데도 뻔해지는 게 있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의정은 그의 인생에 있어 뜨거운 여름을 묻자 "난 진짜 매순간 뜨겁게 살려고 노력은 아닌데 그렇게 자꾸 된다. 워워~ 해야 되는데 잘 안될 정도다. 너무 뜨겁게 사는 편이긴 하다"며 "지금, 현재를 중시한다. 옛날이면 옛날의 현재, 지금이면 지금의 현재 말이다. 지금 같이 있는 사람에게 가장 뜨겁게 대한다. 장점이자 단점인데 늘 그렇게 살아 왔다"고 고백했다.
"어떤 한 극단이 10년간 이어져 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간다는 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을 증인처럼 보여준 곳이라 생각한다. 몰입하고 포기 안하고 끝까지 그거에 대해 생각하면 조그만 극단도 배우들에게 신뢰를 얻고 배우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집단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말 대단한 일을 보여줬다. 그런 곳의 작품에 딱 들어갈 수 있었던건 너무나 행운이다. 분명 여기서 얻은 것들이 내 안에 쌓여져갈 것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요즘 진짜 행복하다."
한편 오는 12월 28일에서 내년 1월 11일까지 연장 공연을 확정한 연극 '뜨거운 여름'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배우 신의정, 연극 '뜨거운 여름' 공연 이미지. 사진 = Story P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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