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8년만에 '진짜' 밴드가 되다…정체성 찾은 의미있는 컴백(종합)

[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밴드 버즈가 8년만에 돌아왔다. 폭발적인 인기와 사랑을 쓸어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적 정체성을 찾고 진짜 밴드가 되기 위해서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스24 무브홀에서 정규 4집 ‘메모라이즈(Memorize)’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날 멤버들은 ‘Train’ ‘나무’ 등 이번 신곡을 선보이며 확실히 바뀐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 ‘남자를 몰라’ ‘가시’ ‘겁쟁이’등의 대중적 록발라드가 아닌, 버즈가 정말로 원했던 그런 ‘버즈만의 음악’ 진실된 음악을 선보이게 됐다.

버즈는 활동을 쉬는 약 8년간 개인적인 군생활, 개인 활동, 음악적 내실을 다지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이날 신준기는 “8년만에 돌아왔지만 나에게는 첫 걸음같은 느낌이다. 버즈를 결성하면서 데뷔 전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이게 오히려 처음 시작같은 느낌이다. 앨범 작업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손성희는 “데뷔하는 기분이다. 우리의 의견이 이렇게 많이 들어간건 처음이다. 애정이 많이 가는 앨범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민경훈도 “믹싱부터 작사, 작곡까지 우리 안에서 만들어진 앨범이 우리에게 너무 소중하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윤우현은 “이번 앨범은 행복과 자유다. 2003년 데뷔해 활동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조하고 녹음한 게 처음이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녹음 과정이 이렇게 즐거운 것이란걸 깨달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버즈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의견이 많이 들어간 창작물을 낸 것에 대해 뿌듯해했다. 이 과정에서 버즈는 어쩔 수 없이 해체 수순을 밟아야 했던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우현은 “과거 활동 당시에는 제도적 권위에 갇혀 있었다. 우리 모두 악기를 다루고 곡을 쓰기 때문에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입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제도적 녹음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면서 스케줄을 다니는 등 이런 바쁜 과정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중 멤버 한두명씩 홀로 밴드를 하겠다고 하면서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때 ‘나이를 먹고 기회가 되면 서른 넘어서 같이 하자’고 했었는데, 민경훈이 전역할 시점이 돼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우리끼리 모임도 잦아지고 화이팅하는 분위기가 됐다. 그때부터 재결합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손성희는 “회사에서 기계처럼 일하는게 싫었다. 우리 사이가 나쁜건 아니었지만, 제도가 힘들었다. 나중에 자유로운 상황이 되면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후 여러 활동을 하면서 버즈 애들이랑 했던게 가장 즐겁고 열심히 할 수 있었다는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버즈는 앞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스스로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더 깊이있는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신준기는 “음악이 어렵다고 해서 작품성이 있는게 아니고, 쉽다고해서 대중적인 것은 아니다. 멤버들 각자 좋아하는 음악 성향이 달라, 대중을 생각하기 전 우리 다섯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손성희는 “우리가 1집부터 3집까지 발라드를 주로 선보여왔다. 그래서 이번이 아니면 바꿀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리한 것일 수도 있다. 밴드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계기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이번 기회는 놓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윤우현은 “외국 밴드처럼 할아버지가 된 후에도 기타들고 연주할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예준은 “과거(8년전)엔 사회적인 음악 세태 등을 봤을 때 밴드로서 사실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멤버들이나 나나 사회적으로도 많이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사랑을 받으며 순서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조금 더 밴드적인 정체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깊이있는 음악으로 발전하고 싶다”고 속내를 표현했다.

알 것 다 아는 성인남자 다섯이 모인 밴드 버즈는 싸우기도 잘 싸운다. 그만큼 화해도 쉽다. 민경훈은 “우리 내부적으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싸우고 다투기도 한다. 술먹고 싸우고 화해하고 한다. 그래도 어렵게 모였다 더 싸워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손성희도 “앞으로 주저 앉을 때도 있겠지만, 꿋꿋하게 열심히 해서 좋은 앨범을 발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버즈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나무’로 건반 베이스에 현악이 은은하게 얹혀 있으며 슬픔을 억누르는듯 던져내는 민경훈의 보컬이 두드러진다. ‘메모라이즈’ 전곡 음원은 26일 공개된다.

버즈는 오는 12월 24일부터 28일까지 총 5일간 악스 코리아에서 콘서트 ‘리턴 투 해피 버즈 데이’를 연다. 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물론, 과거 전 국민의 애창곡으로 사랑 받았던 버즈의 히트곡들을 8년만에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버즈. 사진 =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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