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전광인(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은 성균관대 재학 시절 패배를 모르던 사나이였다. 그는 "지더라도 마지막까지는 갔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프로 입단 첫해인 지난 시즌 소속팀 한국전력은 30경기에서 7승 23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신인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부진한 팀 성적이 마음에 걸렸다. 대학 시절부터 국가대표팀 공격수로 활약했던 '에이스'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한국전력은 10경기에서 6승 4패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7승뿐이었으나 10경기에서 벌써 6승이다. 전광인은 전 경기에 출전, 경기당 평균 15득점 공격성공률 57.39%를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트당 평균 1.105리시브, 1.684디그로 수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하는 공격 주요부문 순위 10위권 내에 전광인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리그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주포로 활약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08년 제14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대표 발탁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월드리그 성인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대표팀 공격수 한 자리는 항상 전광인의 차지였다. 소속팀과 리그를 넘어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떠오른 것.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도 "전광인이 점프를 많이 하는데, 액션이 크다"며 "배구 후배의 미래를 봤을 때 관리를 해줘야 한다. 선배들 사례를 보면 무릎 부상 이후 기량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마이데일리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한국 배구의 에이스로 떠오른 전광인을 만났다. 26일 인천 대한항공전을 하루 앞둔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연습을 앞두고 만난 전광인은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올 시즌에는 꼭 마지막까지 가보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2번째 테마는 '배구선수' 전광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결정전이 끝나고 참 많이 울더라. 아쉬움이 무척 컸던 모양이다
"일단 준결승에서 일본에 져 결승 못 간 게 많이 아쉬웠고, 동메달 결정전 끝나고는 지금 멤버와 더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당시 멤버로 정말 훈련 많이 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다시 모일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사실 메달 색깔이나 결승진출에 실패한 걸 떠나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나 아쉽더라. 특히 정말 많이 준비하고 기대했다. 사실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노력해서 바꿔보자고 다짐했다. 되는 데까지 노력하고 이기고 지는 건 하늘에 맡기자고 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컸다.
-지난 시즌에는 서브에 기복이 있었다. 무조건 힘으로만 때리는 느낌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스스로 완급조절을 하는 느낌이다(전광인의 지난 시즌 세트당 평균 서브득점은 0.233개, 올 시즌에는 0.263개로 이 부문 리그 6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로는 27일 입대한 박철우(삼성화재)에 이어 2위)
"서브 연습할 때는 하루에 40~50개 정도 때린다. 지난 시즌 끝나고 서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서브범실이 정말 많지 않았나(웃음). 그래서 강하게 때리는 것도 좋지만 범실 없이 잘 넘기고 블로킹으로 잡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물론 강하게 때릴 때는 때려줘야 하지만 밸런스나 리듬이 맞지 않을 때는 가볍게 넘겨주고, 그 이후에 수비나 블로킹을 통해 기회를 노린다고 생각이다. 최대한 범실 줄이자고 다짐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다. 좋을 때 느낌이 있는데, 잘 안 될 때는 리듬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럴 때는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범실 줄이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공격과 리시브, 수비, 블로킹, 서브까지 못 하는 게 없다
"배구는 공격, 수비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모든 걸 잘해야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팀마다 빈틈이 있을 수 있다.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리시브와 수비, 블로킹에서도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더 단단해 보이지 않겠나.
궁극적인 목표 또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리베로와 세터도 다 해보고 싶다. 배구 시작한 뒤로 센터와 라이트, 레프트 다 뛰어봤는데 세터, 리베로만 안 해봤다.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하다."
-밀로스 쿨라피치와 비소토, 미타르 쥬리치까지 외국인 선수 3명과 함께했다(지난 시즌 앞두고 퇴출된 산체스 제외). 짧은 기간에 많은 외국인 선수를 경험했다
"다들 출중한 선수다. 각자 플레이에 색깔이 있다. 쥬리치는 빨간색이다. 강렬하면서 무섭기도 하고(웃음). 비소토는 하늘색이다. 온화하면서 가볍다. 하늘을 보는 느낌이다. 강타보다 연타 위주로도 배구를 참 편하게 하는 것 같다. 밀로스도 좋은 선수지만 한국 배구와는 안 맞는 느낌이었다. 프랑스리그에서는 굉장히 좋은 선수였는데 한국 배구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다 보면 해외 진출 의지도 생길 법한데
"사실 대학 때부터 얘기가 나왔다.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일단 한국에서 잘하는 게 우선이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나가보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금 실력으로는 어림없다. 더 성장하고, 뭔가 느낀다면 그때는 생각해 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실력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지금 가면 당장 분석이 안 돼 한두 경기 통할지 몰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더 성장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면 생각해볼 일이다."
[전광인. 사진 = 강산 기자, KOVO, 대한배구협회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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