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용인 강진웅 기자]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거미줄 배구’로 선풍을 일으키며 올 시즌 V-리그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1라운드에 비해 2라운드에서는 연패에 빠지며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명가 재건’을 꿈꾸고 있는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박 감독의 지휘 아래 점차 좋아지고 있다.
흥국생명은 1라운드에 4승 1패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연패를 당하며 지금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 나아진 성적이고 연패를 당하는 와중에도 어린 선수들로 재편된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점차 끈질긴 팀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흥국생명은 5위(13승 17패)-5위(6승 24패)-6위(7승 23패)로 과거 ‘명가’라는 칭호를 무색케 할 정도로 패배에 젖어 있었다. 이에 흥국생명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세 번째 여성 감독인 박미희 감독을 지난 5월 선임했다.
박 감독은 이제 6개월을 갓 넘은 초보 지도자다. 하지만 2006년부터 올해 초까지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경험과 선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팀 색깔을 바꾸고 있다. 특히 평균연령이 22세에 달할 정도로 어린 선수들 중심의 팀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지휘하며 V-리그 판도를 흔들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현역 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리며 화려한 시기를 보냈고, 지도자로서 새로운 배구 인생을 설계해 나가고 있는 박미희 감독을 만났다. 박 감독과는 지난 24일 경기도 용인의 흥국생명 연습장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초짜’ 지도자로서 다소 조심스럽지만 그 속에서 은근한 자신감도 내비친 모습이었다. 인터뷰 첫 번째 이야기는 ‘초짜 감독’ 박미희다.
- 해설위원을 8년 정도 하다 꼴찌 팀 감독을 맡은 이유는 무엇인가?
“특별이 흥국생명을 오겠다는 이유보다는 우연히 기회가 닿았다. (이전부터) 지도자를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흥국생명을 처음부터 택한 것은 아니었고 가장 먼저 제의가 들어왔다. 주위에서는 왜 하필 지도자 경험도 없는데 꼴찌 팀을 맡았느냐고 하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팀이었고(웃음), 우승도 하고 싶지만 우선 1차 목표를 플레이오프를 가는 것으로 정했는데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 같은 현장에 있지만 해설위원으로서 배구를 봤을 때와 감독으로서 배구를 하는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물론 감독이 힘들 것 같지만...
“사실 팀을 떠나 밖이나 주위에서 보면 (그 팀의) 문제점들이 훨씬 더 잘 보인다. 해설은 경기에서 직접 부딪치지 않아서 더 쉽게 보이기도 한다. 또 멀리서 보면 사물이 더 잘 보이듯이 배구도 해설할 때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감독을 하다 보니 해설을 하는 것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고 팀에 속해 있어 가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지난 5월 7일 감독 부임 이후 지금 6개월 정도 했는데 해설위원 경험은 도움이 되고 있나
“현장 감각이 그대로 살아있으니 분명 도움은 된다. 그런데 해설은 경기 중에 수치도 워낙 많이 얘기하고 장기 두듯이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직접 몸으로 해줘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해설은 달인인 분들이 많지만 막상 감독으로서는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은 것처럼 저도 그렇다. 오히려 감독을 해보고 있는 지금 저도 해설을 다시 하면 조금 더 명쾌할 것 같다(웃음).”
- 국내 프로 종목을 통틀어 역대 3번째이자 현역 유일의 여성 사령탑이다. 감독 선임 됐을 때 기분은 어땠나? 혹시 여성 감독이라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최초는 아니어서 제가 비중은 덜 한 것 같다. 그런 면보다는 저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면들이 많을 것 같다. 주위에서 “너마저...” 그런 말을 하는 선후배들이 많다. 또 “언니마저 실패하면 우리들 길이 완전히 막힌다” 이런 말들을 해서 그런 면에서 제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좀 있다.“
- 처음 흥국생명에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선수들 경기력은 어떻다고 판단했나?
“선수들이 예전에 이기는 경기를 하다가 몇 년 동안 지는 경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이기는 기분을 잊어버렸다.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패배의식에 젖어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만나서 선수들과 얘기를 했더니 선수들이 나에게 편하게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아직 1년도 안 된 애송이 감독이기는 하지만 어떤 기술적인 면보다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것저것 많이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선수들과 면담을 많이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도자들이 대부분 면담을 그렇게 하지 않나? 다만 내가 여자라는 것이 경기 중에도 그렇고 대화할 때 선수들을 대하기 더욱 편한 것 같다.”
- 지도자 생활을 이제 시작했는데 감독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항상 내 자신에게 물어봐요. ‘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나?’ 여렸을 적부터 해온 것이 아니고 여성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 어떻게 보면 파격적이지 않나. 내가 여기에 오래 있을 수도 있고 다른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데 선수들에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들에게 어떤 지도자도 만족을 줄 수는 없다. 모두 다르니깐. 선수들이 그냥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지도자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박미희 감독. 사진 =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 제공]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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