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 이름 석자를 KBL에 남기겠다.”
197cm에 105kg. 당당한 체구와 근육질 몸매.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위력적인 골밑 플레이에 리바운드 장악능력, 헌신적인 도움수비와 블록슛 능력, 외곽수비력과 3점슛까지 장착했다. 팀 공헌도가 매우 높다.
주인공은 오리온스 신인 이승현이다. 이승현은 26일까지 19경기서 평균 9.3점 4.3리바운드 1.6어시스트, 0.9스틸, 0.7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KBL 신인들 중에선 군계일학의 활약을 자랑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신인임에도 경기에 미치는 임팩트가 엄청나다는 점. 프로에 들어와서 대학 시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플레이어로 진화했다. 마이데일리 창간 10주년을 맞아, 고양체육관에서 이승현을 만났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힘은 오세근, 센스는 함지훈
신인왕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신인왕은 의식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신 그는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얘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넘어서야 할 상대. 오세근(KGC)과 함지훈(모비스)이다. 오세근은 최근 서서히 몸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팀 동료들과의 호흡도 맞아들어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오세근 파괴력의 핵심은 파워다. 웨이트가 외국인선수 수준이다. 힘 좋다고 소문난 이승현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세근이 형과의 1라운드 맞대결서 밀린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복귀전이었는데 힘과 패스 센스가 대단했다. 정말 대단한 형”이라고 했다. 힘과 테크닉에서 아직은 오세근이 한 수 위. 그는 “세근이 형의 웨이트를 훔치고 싶다”라고 했다.
이승현은 함지훈에 대해서는 “플레이 자체에 여유가 넘친다. 힘도 좋은데 빠르진 않아도 할 걸 다 하신다”라고 했다. 실제 함지훈은 느릿느릿한 것 같아도 골밑 플레이가 매우 날카롭다. 풋워크가 매우 유연하다. 발로 수비수 1명을 가볍게 제친다. 그에 비하면 이승현의 풋워크는 힘이 있지만, 투박한 느낌도 있다. 이승현은 “지훈 이형의 몸이 점점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라며 경계했다.
뜬금없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이승현에게 “키가 5cm 정도만 컸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곧바로 “수 없이 해봤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힘과 테크닉에 키가 좀 더 컸다면, 그의 배가되는 파괴력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승현은 “여한이 없었을 것이다. 세근이 형과 지훈이 형을 더 잘 막을 것 같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이승현은 의사표현이 확실했다. 거침 없었다. 하지만, 겸손했다.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하는 자세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는 “팬들이 나를 너무 무서운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사실 난 순하다. 부담 없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어 “부상을 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KBL에서 뛰고 싶다. 나중에 ‘이 시대엔 이승현이란 선수도 있었구나’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내 이름 석자를 KBL에 남기고 싶다”라고 했다.
▲미니 에피소드① “저 순한 남자에요”
이승현은 팬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팬들이 저를 너무 센 남자(?)로 본다. 무서워하는 거 같다”라고 웃으면서 “오해다. 난 순하다. 부담 없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승현의 걱정과는 달리 오리온스 팬들은 빠르게 이승현의 팬이 되고 있다. 오리온스는 지난시즌부터 홈경기 종료 후 코트 사이드라인에서 팬들과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실시하는데, 이때 오리온스 선수들과 팬들이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보통 경기 후 마감에 바쁜 기자가 코트를 힐끗 봐도 이승현에 대한 팬들의 환호와 호감이 대단한 걸 느꼈다. 진정한 고양의 프랜차이즈스타가 돼가고 있다.
▲미니 에피소드② “NBA는 한계가 있죠”
이승현은 농구에만 파묻혀 살지 않았다. “쉬는 날에는 친구도 만나고 밥도 먹는다. 주로 집에 가는 편이긴 하다”라고 했다. 인터뷰 전날에도 짧은 외박을 받아 집에 다녀왔다고 한다. 이승현은 인터넷에 나오는 자신 관련 기사를 모두 챙겨본다고 했다. 기자의 기사 역시 마찬가지이고, 심지어 과거 기자가 타 매체에 몸을 담았을 때 인터뷰했던 기억도 또렷하게 하고 있었다.
이승현은 NBA도 간혹 챙겨본다고 했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그에게 “NBA서 뛴다면?”이라고 솔직하게 물었다. 그러자 이승현의 초현실적인 답변이 눈에 띄었다. “가능성을 보고 불러준다면 도전은 해보고 싶다”라면서도 “내 기량으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가열찬 셀프 디스(?)를 했다. 알고 보면 이승현이 그만큼 자신에게 냉정하고 엄격하다는 방증. 그가 프로 적응을 성공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원동력이다.
[이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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