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과 함께한 10가지 이야기 [창간 10주년 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타율 .329(13위), 157안타(5위), 30홈런(7위), 101타점(5위), 88득점(10위), 14도루(20위), 42볼넷(34위), 15사구(1위).

30홈런과 100타점은 중심타자의 상징과 같다. 올해 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딱 6명. NC 외야수 나성범(25)의 이름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지 세 번째 시즌 만에 이뤄낸 성적표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과연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나성범은 벌써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를 만날 때만 해도 마무리훈련에 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고 휴가를 받았다. 힐링의 시간을 갖고 바로 마무리훈련에 들어갔다. 어느 선수든,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마이데일리는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향후 한국 야구를 대표할 '차세대 수퍼스타'인 나성범을 찾아 그를 둘러싼 것들을 10가지 키워드로 종합해 이야기를 나눴다.

①편에서 이어짐

포스트시즌

NC와 나성범은 나란히 성장했다. 나성범이 제 기량을 발휘할수록 NC도 승리를 쌓았다. 1군 무대 2년차에 정규시즌 3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NC는 4위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그런데 NC는 1차전 1회초에서 무려 6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준플레이오프의 향방은 사실상 그때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NC는 홈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3차전을 이겼지만 끝내 4차전을 패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나성범도 1차전 1회초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분위기가 LG 쪽으로 넘어갔다"는 그는 "첫 포스트시즌이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경험이 많이 없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또다른 무대였다. 나성범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회상하며 "포스트시즌은 모르는 것이란 걸 느꼈다", "이상하게 '이번 시리즈는 힘들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말을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비록 팀은 6점을 줬지만 나성범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타석에서는 0-0이라 생각하고 우리 팀의 빠른 색깔을 살려 1점, 1점 따라가면 역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쳤는데 넘어가서 놀랐다"고 기억하는 그다.

그가 기억하는 또 하나의 장면은 바로 4차전에서 패배를 확정한 순간이었다. NC에게 더이상의 경기는 허락되지 않았다.

"너무 허무했다. 다들 혼이 빠진 표정으로 있었다"는 그는 "올 시즌에 했던 모든 장면이 한 순간에 지나갔다. 작년 캠프부터 준비한 것, 가을잔치를 목표로 잡은 것, 마산이나 다른 구장에서 잘 한 것과 못 한 것 모두 다 지나갔다"고 밝혔다.

"사실 조금 눈물이 날 뻔했다. 모두 아무 말 없이 도구를 챙기고 있고 코치님께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한마디씩 해주시고 격려의 박수를 쳐주시는데 '아, 이게 이런거구나. 끝났구나'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하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 순간, 2015년이 떠올랐다. 끝났으니까 내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2015년

"2015년이 떠올랐다"는 그에게 무엇이 떠올랐는지 궁금했다.

내년은 여러 변화와 변수가 있다. 나성범도 익히 잘 알고 있다. "잘 하는팀이 워낙 많고 144경기로 늘어서 몸 관리, 체력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는 그는 "올해는 사흘씩 쉴 때가 있어서 페이스 조절도 잘 했는데 내년부터는 그게 없다. 몸 관리를 잘 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익수로 변신에 도전한다.

"많은 공을 잡아보면서 경험을 쌓겠다. 펑고도 많이 받고 어려운 타구를 많이 받으면서 조금씩 수비 범위도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송구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지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미 팀의 간판 스타로 거듭났지만 아직 내년 NC의 우익수 자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캠프 때보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 내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겠다. 내년에 우익수로 누가 갈지 아직 모르지만 내 자리로 확실히 하겠다"

나성범은 물론 NC도 업그레이드된 야구를 펼쳐보일지 기대된다. NC는 준플레이오프의 아픔을 딛고 강도 높은 마무리훈련으로 내년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나성범은 "다들 안보이는데서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고 각자 준비를 잘 하고 있다. 내년에 우리 팀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귀띔해줬다.

NC 다이노스

NC의 창단 멤버들은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내일'을 기약했다. 그리고 기대반 걱정반으로 2013년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 나섰다. 마침내 올해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성공을 거뒀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과연 나성범에게 NC란 팀은 어떤 의미일까.

"창단 멤버로 왔는데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선수들이 많이 없었다. 같이 시작을 했고 힘들게 땀흘리면서 하루하루를 지낸 선수들이라 더 애정이 많이 간다. 다른 팀에서 뛴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NC는 이 팀 만의 색깔이 있는 것 같다"

나성범이 생각하는 NC만의 팀 컬러는 무엇일까. 그로부터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근성과 파이팅이 좋은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메이저리그

나성범은 파워, 정확성, 발, 수비, 어깨를 두루 갖춘 파이브툴 플레이어로 꼽힌다. 그래서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성범 역시 추신수를 닮고 싶어한다.

지난 스프링캠프 당시 추신수와 처음 만난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좋아하는 선수가 추신수 선배다. 지난 번에 만나서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마인드부터 다르더라. 대단한 것 같다"는 그는 "신수 형은 미국에서 야구를 계속해왔고 마이너리그에서 고진 세월을 이겨냈다. 플레이만 보고 좋아했는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니까 사람까지 좋다는 걸 알았고 배울 점이 많은 선배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나성범도 추신수처럼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그날이 올까. 도전의 의지는 분명히 있다.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보내만 주신다면 가보고 싶다. 미국 무대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팬 여러분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나성범은 감사 인사부터 건넸다.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정규시즌에 3위라는 성적을 거뒀고 가을야구도 같이 한 것 같다. 야구는 우리가 했지만 팬들이 옆에서 파이팅, 응원 많이해주셔서 같이 즐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내 '죄송'한 마음을 드러냈다. "올해 가을잔치는 솔직히 부끄러웠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은 가을잔치를 즐길 수 있게 해드리겠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바람도 있다. "우리 연고의 팬들이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신다. 올해보다는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

NC는 지난 준플레이오프에서 '험난한 원정길'을 가야 했다. 중립구장 성격이 강한 잠실구장의 대다수 좌석을 LG 팬들이 메운 것이었다. 때문에 LG를 향한 함성이 엄청났다.

나성범은 "사실 서울에 가면 기세에 눌리기도 한다. 원정 경기를 가도 팬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많은 응원에 따라서 성적이 잘 나올 수 있다"고 바랐다. 이어 새로운 팬들도 늘어나길 기대했다.

"우리 팀만의 젊은 피, 빠른 야구란 팀 컬러가 있으니 많이 즐기시고 같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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