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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2000년, 15살의 한 소녀가 가요계에 등장했다. 'ID: PEACE B'라는 앨범을 들고 나온 소녀는 춤을 제법 잘 췄고, 매력적인 음색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꿈 많던 중학생 시절, 보아는 그렇게 가수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2014년 현재 보아는 어느덧 14년차 가수가 됐다. 그리고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배우'다.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를 찍었고, 그 다음 국내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를 통해 브라운관에 신고식을 치렀다. 영화 '관능의 법칙'과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 카메오로도 등장했다. 1년이 지나갈 무렵 영화 '빅매치'로 국내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일단 반응은 좋았다. 지금까지 보아에게서 볼 수 없었던 이미지와 느낌이었고, '가수'라는 타이틀 없이 오롯이 '신인 배우'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 다소 어려운 캐릭터인 수경이었지만, 적절하게 소화했다. "첫 영화 치고는 스케일이 컸고", "좋은 배우들" 사이에서 조언을 얻고 응원을 받으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수경은 분명 어려운 역이고 강한 역이다. 흡연뿐만 아니라 치열한 격투도 담겨 있다. 이런 강한 캐릭터인 수경. 보아는 수경의 어떤 모습에 끌렸을까. 바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함이었다. 소속사의 반대도 있었지만, 보아는 수경을 놓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보면 이 역할은 누가 했으면 좋겠다, 혹은 어떤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수경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끌렸다. 이 친구(수경)의 인생. 열심히 해서 챔피언 자리에 올라갔는데,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기계적으로 사는 여자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만약 내가 그랬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뭔가 모를 연민이 느껴지더라. (수경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쉬웠다."
보아는 가수로 데뷔한지 14년 만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 배우로서의 새로운 삶이다.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동안에도 연기에 대한 제의는 많았다. 하지만 생각이 없었다. 또 자신이 가진 이슈성으로 인해 연기를 시작하고 싶진 않았다. 가볍게 생각하면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연기 제의는 끊임없이 받아왔지만 가볍게,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나의 이슈성때문에 시작한다면 연기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것 같았다. 그러다가 '메이크 유어 무브'를 했고, 그때부터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후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보아의 행보를 보면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아 보인다. 그 전에는 '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신도 없었고, 관심 밖의 분야였지만, '메이크 유어 무브' 이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달달했다. 그 작품으로 인해 협업의 즐거움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빅매치'는 어떤 맛이었을까. 한마디로 '쓰다'였다. 많은 의미가 내포된 한마디였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 하지 않는가. 하하."
'빅매치'의 맛은 썼다. 하지만 쓴 만큼 배울점도 많았다. 소위 말해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배우들 사이에서 보아는 제 몫을 해 냈다. 다행이었다. "이정재 선배님과 호흡이 많았다. 긴장을 안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잘 챙겨주셨고, 조언도 많이 해 주셨다. 어떨 때는 선생님 같기도, 좋은 선배님 같기도 했다. 기댈수 있었고, 배울 수 있었다. 어쩌면 다른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던것이 다행스러웠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보아가 '빅매치'에 들어가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주변의 반대가 있었지만 보아의 의지로 인해 작품에 들어가게 됐다. 갑자기, 뜬금없이 대본이 들어왔다. "어렵게 들어간 작품이라 잘 해 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정재의 캐스팅은 알고 있었고, 보아가 결정을 한 뒤 신하균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이 합류했다. "정말 잘해야 본전이 될까 말까 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들어간 작품이었고, '메이크 유어 무브' 이후(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이후) 들어간 첫 작품이었다. '빅매치'를 마치고 나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생각한 것과 표현된 것에 대한 차이를 알게 됐다.
"생각한 것과 표현된 것에 대한 갭이 컸다. '이게 부족하구나'를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게 됐다. 그 차이가 없는 배우일수록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 이정재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서 못봤던 표정들이 영화 속엔 담겨 있더라. 공부가 많이 됐다. 이게 20년 내공이구나 싶었다. 완성 본을 보고 나도 그런것을 놓치고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의 연기를 큰 스크린에서 볼 때면 많은 배우들이 안좋은 점을 지적하곤 한다.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칭찬할만한 부분은 없었을까. 고생했고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칭찬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럭저럭 잘 묻어갈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단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주변에서 알아줘서 좋다고 했다.
이제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보아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내년이면 데뷔 15주연이다. 가수 보아로 돌아가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연기와 노래. 하나를 택할 순 없게 됐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냐는 말에 "정말 죽도록 열심히 해서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예쁜 캐릭터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배우 보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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