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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올림픽에서도 즐기겠다.”
세상 사람들 중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적성에 맞아서 시작했다고 해도 막상 일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손연재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발레를 잠깐 했던 손연재는 거부감 없이 리듬체조에 입문했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에 입문한 이후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부담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세계무대서 통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손연재를 향한 국내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올해 손연재가 일궈낸 업적은 화려했다. 리스본월드컵 개인종합 우승 및 4관왕, 월드컵시리즈 11연속 메달 획득에 이어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동메달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세계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확고부동한 1인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런 그녀도 아시안게임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동안의 말 못할 고충을 털어놨다. 아시안게임 직후 은퇴도 고려했을 만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재미있고, 즐겁기만 했던 리듬체조가 손연재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손연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손연재는 5일 2015시즌 준비를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손연재는 “런던올림픽 이후에 기대가 워낙 크고 관심도 많이 받다 보니 나도 모르게 부담을 가졌다. 인천에서 아시안게임 열리니 당연히 금메달 따야 하지 않느냐는 시선이 스스로에게 부담이 됐다”라고 털어놨다.
손연재는 아시안게임 이후 마인드가 바뀌었다. 그녀는 “즐기는 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에선 성적 부담감 때문에 즐기지 못하는 건 없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물론 그녀는 “올림픽이란 무대는 아무도 쉽게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손연재가 정상적으로 준비할 경우 무난히 참가 자격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손연재는 “아시안게임 이후 여유를 찾았다. 이젠 큰 대회도 즐기는 게 중요하다. 오늘 러시아로 출국하는 데 새롭게 출발한다는 느낌이 든다. 주변에서 항상 축하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행복하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놓는 건 아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손연재는 “런던올림픽 끝난 뒤엔 솔직히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올림픽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내년 시즌을 치르겠다. 내년에는 광주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있다. 한국 팬들에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 된다”라고 했다.
앞으로 2년. 손연재가 즐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몸 관리가 중요하다. 손연재는 아시안게임 이후 각종 잔부상 치료에 집중했다. 손연재는 “지금은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다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부상 부위가 좀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내년엔 올 시즌처럼 많은 대회에 나서진 않을 것 같다. 올해는 체력적으로 무리를 했다. 부상도 치료하는 선에서 시즌을 치르겠다”라고 했다.
손연재는 지난 몇 년간 폭풍성장했다. 기량뿐 아니라 멘탈도 성장했다. 이 세상엔 즐기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손연재. 사진 = 인천공항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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