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번 사례는 구단의 이기주의가 아닌 정당한 권리 행사다.
한화 이글스와 재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된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를 당분간 국내 무대에서 만날 수 없게 됐다.
한화 구단은 8일 "피에와의 재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현재 새로운 외국인 타자 영입을 검토 중이다"고 발표했다. 피에는 국내 무대 첫해인 올해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 2푼 6리 17홈런 92타점 9도루, 출루율 3할 7푼 3리를 기록했다. 한화 타선에 힘을 보태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득점권에서도 타율 3할 1푼 5리로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피에는 공격과 수비는 물론 주루에서도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홈런을 치고 3루를 돌며 선보인 경례 세리머니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시즌 동안 한화에서 뛴 제이 데이비스를 연상케 했다. 그야말로 토종 선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구단은 물론 팬들도 피에의 재계약을 강력히 원했다.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양측의 온도차는 생각보다 컸고, 결국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양측의 협상이 최종 결렬된 이유는 피에의 무리한 요구 때문. 피에는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원했다. 조건이 맞지 않았다. 한화는 끌려다니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구단은 피에 측에 최종 제시안을 전달했고, 정해진 기간 내에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결과는 협상 결렬. 그리고 한화는 피에를 임의탈퇴로 묶기로 했다. 한화가 향후 2년간 피에의 보류권을 행사키로 한 것이다.
최근 기존 외국인 선수와 계약하지 않아도 자유계약으로 풀어주는 '쿨한 이별'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 국내 무대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중 쉐인 유먼(한화), 브래드 스나이더(넥센 히어로즈), 헨리 소사(LG 트윈스)가 팀을 옮겨 재취업에 성공했다. 원소속 구단이 보류권을 행사하지 않고 풀어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피에의 경우는 다르다. 한화는 재계약을 위해 그야말로 물심양면 노력했다. 하지만 피에 측의 몸값 올리기가 정해진 선을 넘었다. 한화는 외국인 선수 담당 직원을 도미니카공화국에 직접 보내는 등 열의를 보였지만 피에가 이를 거부했다. 임의탈퇴를 묶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피에는 오는 2016시즌까진 한화가 아닌 국내 어느 구단에서도 뛸 수 없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님과 구단 모두 더이상 기다리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25일 보류선수 명단에 피에를 포함시킨지 2주가 지나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미련 없이 이별을 택했다. 이제 한화는 새 외국인 타자 물색에 나서야 하는 상황. 구단 관계자는 "이미 리스트에 올려놓은 선수들이 있다. 감독님과 협의하며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다. 피에와의 계약이 불발될 것을 대비한 플랜B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오는 2016시즌까지 피에의 보류권을 갖게 됐다. 확실한 건 당장 내년 시즌 피에가 다른 팀에서 뛸 일은 없다. 한화의 조건을 뿌리치고 나갔으니 한화로 돌아올 일도 없다. 국내 무대에서 당분간 볼 일이 없다는 얘기다. 정성 들여 재계약을 시도했음에도 이를 거부한 외국인 선수에 대한 한화의 정당한 권리 행사였다. 피에의 플레이에 열광하던 팬들은 실망스럽겠지만 선수가 자신의 가치 이상을 요구하는데도 무작정 끌려다닐 수는 없다. 내년 시즌 성적으로 증명하면 그만이다.
한편 야구규약 제10장 독점교섭기간 보류권 A항에 따르면 원소속 구단이 재계약 의사를 밝혔음에도 거부한 선수에 대해서는 향후 2년간 구단의 보류권이 유지되며 국내 타 구단에 입단하려면 원소속 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해까지는 5년간 보류권을 가졌으나 올해부터 2년으로 축소됐다.
[펠릭스 피에.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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