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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알렉스 퍼거슨 은퇴 후 잃어버렸던 ‘승리 DNA’를 마침내 되찾은 것일까. 적어도 최근의 흐름은 긍정적이다.
맨유는 9일(한국시간) 영국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서 열린 2014-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원정경기서 혼자 2골을 터트린 로빈 판 페르시의 활약에 힘입어 사우스햄튼에 2-1 승리를 거뒀다. 승점 28점이 된 맨유는 리그 3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경기력은 최악에 가까웠다. 원정을 감안하더라도 맨유는 사우스햄튼에 경기 내내 끌려갔다. 이는 기록이 말해준다. 사우스햄튼이 총 505개의 패스를 기록한 사이 맨유는 466개에 그쳤다. 점유율에서 52.3%대47.7%로 밀렸다.
더 충격적인 기록은 슈팅 숫자다. 사우스햄튼은 15개의 슈팅을 맨유 골문에 퍼부었다. 그러나 맨유는 단 3개에 그쳤다. 이는 2003년 8월 이후 맨유가 한 경기서 기록한 가장 적은 슈팅 숫자다. 더구나 3개의 슈팅도 판 페르시 1명에게 쏠렸다. 이를 두고 맨유 전설 게리 네빌은 영국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충격적인 경기력이다. 판 할 감독 인생 최악의 경기였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루이스 판 할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경기 후 “운이 좋았다. 사우스햄튼의 경기력이 맨유보다 나았다. 우리는 너무 쉽게 상대에게 볼을 빼앗겼다. 첫 골은 상대 수비 실수로 넣었고 두 번째 골도 골키퍼가 나오지 않아서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맨유가 사우스햄튼에 밀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판 할 감독은 사우스햄튼의 파워 스트라이커 그라치노 펠레를 의식한 듯 포메이션을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 증명됐듯이 맨유는 여전히 스리백에 익숙지 못하다. 또한 전반 18분 만에 크리스 스몰링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수비라인이 더욱 어수선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줄 마루앙 펠라이니와 후안 마타가 부진한 것도 사우스햄튼에 너무 쉽게 주도권을 내준 이유다. 판 할 감독은 전반 39분 안드레 에레라를 투입해 이 부분을 수정하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결과’를 가져온 건 맨유에게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맨유는 과거 퍼거슨 감독 체제에서도 사우스햄튼 원정처럼 ‘나쁜’ 경기력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 퍼거슨 감독 전 감독은 어떻게든 골을 넣었고 웬만해선 실점하지 않았다. 축구에서 결과는 죄악이 아니지만 프로의 세계에선 반드시 결과를 보여줘야만 한다. 슈팅 14개를 날리고도 스토크시티에 패한 아스날보다 슈팅 3개로 승리한 맨유가 팬들의 더 큰 지지를 받는 건 그 때문이다.
[사진 = ESPN·맨체스터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캡쳐]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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