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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극본 이현주 연출 김진민)의 배우들은 "우리도 어렵고 공부 많이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니아층까지 나타나는 드라마 인기 덕분에 "재미있게 촬영 중"이라며 웃음 지었다.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진행된 '오만과 편견' 기자간담회에서 한열무 역 배우 백진희는 "처음에는 저도 대본을 보고 어려워서 5번은 읽어야 이해가 될 정도였다. 수첩을 펼치고 분석하고 극 중 감정에 대해 일일이 수첩에 적어가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 "5번은 읽어야 이해돼"
구동치 역 배우 최진혁은 "어려운 드라마인데 '한국 시청자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시청자들이 내용을 미리 예측한 글을 보면 저 역시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도 고백했다. "어떻게 보면 불친절한 드라마"라면서 "배우들도 많이 고민하며 제작진과 촬영하고 있다. 재미있게 봐준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만족이다.
문희만을 연기하는 베테랑 배우 최민수 역시 "이 작품은 머리가 좋아야 본다. 머리가 안 좋으면 안 본다"며 "찍는 저희도 되게 복잡하다"고 너스레 떨었다.
특히 최민수는 '오만과 편견'이 권력의 힘으로 삶의 무게가 상실되어 버린 공간에서 한열무 캐릭터를 통해 "우리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란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가요무대'랑 비교, 우스웠지만…"
'오만과 편견'은 방영 전까지만 해도 SBS '비밀의 문',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는데, 실제로는 뚜겅이 열리자 '오만과 편견'이 손쉽게 월화극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정창기를 연기 중인 손창민은 '내일도 칸타빌레'에 대해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했는데 우리 현실과 안 맞고, 국한되고 제한적이었던 것"이라고 나름의 분석을 내렸다. '비밀의 문'에 대해선 "기대가 많았는데 기대에 치우치지(충족하지) 못하고 얘기가 너무 어렵고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월요일 밤 10시 방송되는 KBS 1TV '가요무대'가 '오만과 편견'을 포함해 지상파 3사 월화극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최민수는 "처음에 '가요무대'랑 비교되는 게 우스웠다. 한국의 방송 대진에서 어떤 얘기까지 들어야 하나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할 게 아니구나' 싶다. '가요무대'는 가요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믿고 보는 것이다. 작품도 믿고 봐야 한다"고 했다. 드라마의 단단한 구조가 보장돼야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드라마적 싱크홀이 생기면 안 된다.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정성'이 있다면 시청자가 찾아볼 것이라는 생각이다. "기교나 테크닉은 이후의 문제"란 말도 덧붙였다.
강수 역 이태환은 "월요일 밤에 '가요무대'가 방송하지만 '가요무대'랑 붙는다고 말하기도 그렇다. '가요무대'를 이기기 위해 이렇게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오만과 편견'은 '오만과 편견'이고, '가요무대'는 '가요무대'인 것이다. 신경 안쓰고 드라마에 집중해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 "러브라인 유무, 중요한가"
한국 드라마들이 지나치게 러브라인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최진혁은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러브라인이 나오면 어떻고, 안 나오면 어떤 건지 잘 이해가 안 가고 왜 비판 받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만과 편견'은 다른 드라마보다 덜하다고 좋게 얘기해주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도 했다.
"다만 이야기가 무겁고 진지하며 표현 방식이 돌려서 얘기하는 것도 많아 어렵고 헷갈려 하는 부분이 많은데, 러브라인이란 게 시청자들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르겠다. 미국드라마나 일본드라마 등 해외드라마를 보면 그런 것들이 없이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지만 그게 중요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한국드라마 속 러브라인에 대한 비판에 뚜렷한 관점을 갖고 있지는 않은 인상이었다.
하지만 최민수는 "우리 작품 안에서의 사랑은 아무 데서나 편안하게 얘기하고 먹거나 하는 세태 속 사랑이 아니다"며 "(열무와 강치가)굉장히 얇은 얼음 위에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말 백마디 필요 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면 무한한 힘이 솟는 것이다. 그런 사랑이 이 작품 안에서 굉장히 큰 부분"이라고도 밝히며 "보통의 다른 드라마들처럼 (러브라인에)양념을 더 쳐야 하지 않냐는 말도 있는데 이 드라마는 다르다"고 했다. 최민수는 "이들의(열무와 강치의) 러브라인은 살얼음판 위에서 '내 손을 잡아. 그러면 안전해' 하며 내밀어 주는 손이다"고 전했다. "굉장히 좋고 깔끔하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백진희는 남은 분량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이제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됐다. 퍼즐의 조각이 일부 맞춰졌고, 나머지 퍼즐은 아마 끝날 때쯤 나올 듯하다"며 "저나 다른 배우들 모두 드라마를 하며 성장하고 있으며 관계가 정립되며 더 깊은 장면을 만들고 있다. '다음에는 어떤 장면이 나를 기다릴까' 무섭고 떨릴 때도 있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힘내서 하겠다"는 각오였다.
총 20부작 '오만과 편견'은 검사 한열무와 구동치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로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건에 문희만, 정창기, 강수 등 등장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12회까지 방송됐으며 13회가 이날 밤 10시 방송된다.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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