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울리 슈틸리케(60) 축구대표팀 감독은 제3의 공격수를 찾고 있다. 조건은 간단하다. 열정 있고 배고픈 선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문전 앞에서 결정력을 높여야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열정 있는 선수, 아직도 배고픈 선수를 찾고 있다”
2015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제주도 전지훈련에 나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은 ‘최전방’에 있다. 슈틸리케는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서 진행되는 전지훈련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몇몇 선수들의 소속팀 입지가 좁아졌다. 박주영은 최근 풀타임을 뛰고도 골이 없다. 조영철은 두 달 전에 소속팀 선발이었는데 지금은 못 뛰고 있다”며 공격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최전방에 대한 고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좋지 못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현재 활용 가능한 공격수들은 부진하다. 또 이동국, 김신욱 등 K리그 최고 공격수들은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제주도 전지훈련을 계획했다. 아시안컵을 넘어 동아시안컵을 대비함과 동시에 ‘가능성’ 있는 골잡이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마지막까지 전지훈련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선수가 있다면 마지막에 ‘깜짝’ 발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깜짝’ 발탁의 시선은 자연스레 ‘최전방’으로 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①박주영은 골이 없고, ②이동국과 김신욱은 부상이다. 또 ③지동원은 부상과 경쟁에 밀려 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를 유추해볼 때 슈틸리케호에서 ‘물음표’가 붙는 위치는 박주영이 포진한 ‘원톱’이다. 아시안컵 최종 명단은 23명이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하고 필드플레이어는 20명이다. 4-2-3-1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각 위치당 2명씩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박주영과 이근호가 아시안컵에 가장 근접한 상태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새 얼굴을 원하고 있다. 지난 달 요르단, 이란 원정을 통해 골 결정력 부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1순위로 고려하고 있던 박주영은 중동 리그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박주영, 이근호 외에 ‘제3의 공격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깜짝’ 발탁을 언급한 이유다.
후보는 5명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제주도 전지훈련에 김승대, 강수일(이상 포항), 황의조(성남), 강수일(포항), 이용재(나가사키), 이정협(상주)을 공격수 부분에 발탁했다. 직접 발로 뛰며 K리그와 J리그서 점찍은 선수들이다. 슈틸리케는 “이전에 선발된 적이 있는 선수도 있고 최초로 발탁된 선수도 있다. 그 중에서 이정협은 상주 경기를 5번 보고 뽑았다. 1~2번 본 게 아니라 여러 번 확인을 걸쳐 소집했다. 이정협은 상주에서 주전으로 많이 뛰진 않았지만 20분, 25분을 뛰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래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발언이다. 슈틸리케는 이정협이 선발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이정협의 ‘조커’로서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선발에 가까운 박주영, 이근호 외에 ‘제3의 공격수’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는 23명이다. 골키퍼 3명을 빼면 20명이다. 때문에 공격수를 3명 발탁하면 포지션별로 더블 스쿼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전체의 균형을 무너트리진 않는다. 두 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틈을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그런 선수를 꾸준히 선발했다. ①박주호는 ‘왼쪽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할 수 있다. ②장현수는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다. ③김민우는 ‘왼쪽 날개’와 ‘왼쪽 수비수’ 모두 가능하다. 이들을 통해 왼쪽 수비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 숫자를 줄인다면 공격수 3명을 선택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기자회견서 ‘골 결정력’에 대한 고민을 거듭 밝힌 점을 미뤄볼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 대표팀은 확실한 골잡이가 부족하다. 더구나 박주영과 이근호는 플레이스타일도 유사하다. 두 명만으로 한 대회를 치르기엔 공격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지난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조광래 전 감독은 박주영의 부재 속에 지동원, 유병수, 김신욱 등 공격수 3명을 발탁했다. 대신 왼쪽 수비를 이영표 한 명만 뽑았다. 수비가 가능한 왼발잡이 이용래가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스로 “1-0 보다 2-1 승리를 더 선호한다”며 공격축구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가올 제주도 전지훈련이 공격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제3의 공격수’를 뽑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대한축구협회, 상주 상무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