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높은 곳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선수죠.”
박석민은 삼성을 대표하는 오른손 강타자. 올 시즌에도 좋았다. 110경기서 타율 0.315 27홈런 72타점. 그는 지난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프로데뷔 11년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실력과 명성에 비해 골든글러브를 너무 늦게 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구관계자들은 박석민의 야구센스가 천부적이란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박석민이 데뷔 11년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은 걸 오로지 천부적인 센스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박석민은 누구보다도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다. 프로라면 노력과 준비는 당연하다. 하지만, 박석민은 고질적인 잔부상 속에서 매 시즌 꾸준히 자신의 틀을 깨왔다. 그래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박석민에게 최정이란
적어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지난 10년간 박석민의 노력과 결과물들이 묻혔다. 적어도 박석민만큼, 혹은 그 이상의 노력과 결과물을 거둔 선수가 있었다는 걸 방증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던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김동주(2008년), 김상현(2009년), 이대호(2010년), 최정(2011년~2013년)이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한 시대를 풍미한 강타자들.
김동주와 김상현은 전성기를 넘겼다. 이대호는 국내에 없다. 실질적으로 현재 국내 최고 3루수를 꼽으라면 역시 박석민과 최정. 적어도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 전까지 박석민이 최정을 시원스럽게 제치고 최고 3루수로 인정받은 적은 없었다. 올 시즌 최정이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박석민의 진가가 입증됐다.
박석민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최정은 자신보다 나이도 2살 어리고 프로 입단도 1년 늦었다. 그러나 프로는 나이와 연차로 말하는 곳이 아니다. 박석민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직후 “정이는 저 위에 있는 선수다. 나에겐 저 위를 쳐다볼 수 있게 해준 선수”라고 했다. 이어 “나는 최고의 입장이 돼 본적이 없어서 그 기분을 잘 모른다. 하지만, 밑에 있는 선수 입장에선 정이의 존재가 나를 더 열심히 하는 선수로 만들어주곤 했다”라고 했다. 그는 “라이벌이라고 해주면 고맙다. 내겐 좋다”라고 웃었다.
박석민은 올해 최정을 누르고 국내 최고 3루수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박석민은 본인이 아직 진정한 의미의 최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박석민에게 최정은 건전한, 그리고 최고를 향한 자극제다. 2015시즌에도 박석민은 최정을 넘어서기 위해 치열하게 달릴 전망이다. 두 최고 3루수의 선의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GG 향한 자부심과 고마움
골든글러브를 향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박석민은 “골든글러브는 최고의 상이다. 그동안 후보에만 수 차례 올랐는데 한번도 못 받았다. 솔직히 2012년에는 개인성적도 좋았고 팀도 우승을 해서 은근히 기대했다. 그런데 페어플레이상을 주더라. 야구선수로 살면서 골든글러브를 한번쯤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박석민은 이번 황금장갑 수상으로 야구인생 숙원사업 중 하나를 해결했다.
박석민은 골든글러브 수상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고마운 사람들을 쭉 열거했다. 웃음기를 쫙 빼고, 진심을 담아 감사 표현을 했다. 특히 아들 사랑이 대단했다. 그는 “두 아들에게 특히 고맙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 큰 아이가 나 다음으로 좋아하는 선수가 박병호(넥센)인데 병호도 받고, 나도 받아서 정말 좋아할 것 같다”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한편으로 수상소감 때 언급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지금은 야구판을 떠난 선동열 전 감독과 한대화 전 한화 감독이다. 박석민은 “선 감독님과 한 감독님은 2008년부터 나를 키워준 분들이다. 정말 감사 드린다”라고 했다. 박석민은 스승에게 감사할 줄 알고, 동료 선후배를 치켜세울 줄 안다. 그러면서 2014년 본인도 한 단계 뛰어올랐다.
[박석민(위), 최정과 박석민의 수비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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