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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이 풋풋한 그리고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로 극장가에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진모영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7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그들이 공유한 행복, 슬픔, 아픔, 기쁨, 사랑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 노부부가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둘 중 한명을 떠나보내기까지를 담백하게 그려낸다. 초반부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사실을 먼저 알리며 관객들의 감성에 호소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결심도 전한다.
진모영 감독은 소위 말하는 '신파'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또 그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는 뜻도 전했다. '신파'라는 말로 일컫기에는 이 노부부의 헤어짐이 무척이나 숭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진모영 감독은 "'죽음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판다'라는 이야기가 싫어졌다. 우리는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관객들의 눈물을 질질 짜게 하면서 끌고 가고, 그런 건 아니지 않나. 그렇게 해서 표를 많이 판다는 건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비록 관객이 조금 덜 오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요소들이 불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생과 사를 넘나들고, 임종을 하시고, 할머니께서 오열을 하고, 장례식장에서 가족이 오열하고 그런 장면들은 충분히 찍었다. 하지만 그런걸 보여주면 주제가 왜곡되거나 옆길로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옆길로 가는 걸 안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진모영 감독의 생각이 관객들에게 전해졌는지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슬픔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노부부의 고귀한 사랑에 더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부부 모습은 사랑스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했으며 죽음 그 너머에 영원한 사랑도 있음을 새삼스레 다시 깨닫게 했다.
진모영 감독은 "그 자체(할아버지의 죽음을 먼저 알린 것이)가 훨씬 더 담백하고 슬펐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그걸(감정팔이) 안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석하고 평가해주니 관객이 우리의 생각을 읽어줬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웠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컷은 두 컷만 썼다. 널어놨던 수의를 가지고 가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발을 감싸는 장면과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얼굴을 만져보는 그 두 신만 썼다"고 설명했다.
많은 관객들이 느꼈던 것처럼, 진모영 감독이 '님아, 이 강을 건너지 마오'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사랑'이다. 노부부가 표현하는 가장 큰 키워드가 '부부의 사랑'이며 이걸 확대하면 연인, 가족 간의 사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모영 감독은 "난 동화 같다고 생각했다. 동화는 '왕자와 공주가 만나 열렬히 사랑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대요'로 끝나지 않나. '그래서 늙어서 어떻게 됐어?', '죽어서 어떻게 됐대?'와 비슷한 이야기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고 생각한다. '늙어서도 잘 살았대. 마지막 이별도 그들 방식대로, 사랑 속에서 보내줬대. 그리고 다음 생에 만나 또 사랑하기로 약속하고 갔대'라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또 "동화적 이야기지만 현실의 인물들이 펼쳤을 때 생기는 거대한 힘이 있다. 그걸 이 부부가 '여기 있어'라고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힘 때문에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보다 더 힘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우리 영화가 스펙터클하지 않다. 기승전결이 있고, 아이돌이 나와서 하면 더 섹시하고 예쁜데 그런 말들을 하지만 그것이 갖지 못한 힘을 현실 속 진지한 사람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님아, 이 강을 건너지 마오'의 주인공인 조병만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강계열 할머니를 남겨둔 채 전쟁, 홍역 등으로 잃은 6명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진모영 감독은 "할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할머니가 변하는 과정들이 보였다. '죽으니까 슬퍼'라는 걸 뛰어넘고 있었다. 내복 장면에서 보여줬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이 죽음은 단순히 칼로 툭 자르는 개념이라기보다 이미 할머니에 의해 다른 세계로 확장됐다. 차원이 다른 세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 점이 할머니께서 위대하신 부분이고, 그것이 우리나 관객들에게 여러 생각해볼 지점들을 안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영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진모영 감독 역시 이 영화가 '영원한 사랑'이라는데 동의했다.
진모영 감독은 "할머니가 열어 놓은 세계가 영원으로 가버린 것"이라며 "할머니가 보여준 세계가 있다고 본다. 할머니가 어느 날 부엌에서 할아버지의 옷을 가져다 태우신다. 그 때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가서 좋은 자리 잘 잡아 놓고 날 데리러 와요. 혼자 오래 있게 하지 말고'라고 말한다. 난 그게 할머니가 열어 놓은 멋진 세계라고 본다. 죽음을 하나의 단절적인 세계로 놓지 않고, 사랑의 과정이며 그 과정에 있어서 영원한 사랑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이라고 본다. 그 세계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전했다.
진모영 감독은 고 조병만 할아버지를 위해 영화를 보내드렸다. 할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영화 관련된 것들을 태워 보내드렸다. 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머물렀던 댁에 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진모영 감독은 "커플로 와서 집에 돌아갈 때 손을 잡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가족이 와서 영화관을 나갈 때 손을 잡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역할인 것 같다. 그리고 사회로까지 확장은 못 시키더라도 작은 단위의 행복들을 조금 더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을 잡고 강을 건너 외출을 하듯 돌아갈 때 손을 잡고 가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진모영 감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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