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2014년은 한국 영화계에 미치는 이병헌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영화계는 보통 작품에 의해 개인이 회자되기 마련이다. ‘명량’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기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최민식이 그랬고, ‘변호인’에서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응어리를 폭발시키던 송강호가 그랬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흥행퀸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인 손예진과 ‘음파음파’만으로도 관객들의 배꼽을 빠지게 한 유해진 역시 그러했다. 이들은 ‘명량’의 최민식, ‘변호인’의 송강호,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손예진과 유해진이었다.
반면 올해 이병헌은 달랐다. 한 개인으로서 작품에 영향을 끼치며 극장가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이병헌이라는 인물 하나로 개봉 시기가 뒤로 밀리거나 당겨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현재까지도 개봉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작품들이 생겨났다. ‘협녀:칼의 기억’의 이병헌이 아니라 이병헌의 ‘협녀:칼의 기억’이었다.
‘협녀:칼의 기억’은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등이 출연하는 무협 사극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초 개봉 시기도 극장가 성수기인 12월로, 2014년을 책임질 기대작으로 손꼽혔지만 ‘이병헌 동영상 협박 사건’으로 올해 개봉이 불가능해졌다. 투자·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당초 12월 개봉이 확정된 것이 아니었고 현재도 후반 작업 중이라는 입장. 롯데엔터테인먼트는 12월을 책임질 영화로 한류스타 김우빈, 이현우와 믿고 보는 고창석이 의기투합한 케이퍼무비 ‘기술자들’을 내놨다.
12월 사극영화의 부재에 ‘상의원’이 12월 24일 개봉을 확정했다. 사극끼리 정면승부를 피하려 했던 ‘상의원’으로서는 부담을 덜 수 있는 셈. 여기에 12월을 책임질 또 한 편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영화 ‘국제시장’은 강력한 경쟁작과의 대결을 피하며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내년 개봉작들은 비상이 걸렸다. ‘협녀:칼의 기억’이 개봉 시기를 내년 2월로 조율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짐에 따라 이즈음 개봉작들이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 이병헌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전도연의 또 다른 출연작인 ‘무뢰한’도 개봉 시기를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1~2월 개봉을 계획했지만 ‘협녀:칼의 기억’과 함께 개봉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무뢰한’ 역시 기대작인 만큼 다른 영화들 또한 ‘무뢰한’의 개봉 시기를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병헌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극장가의 판을 뒤흔든 것이다.
검찰은 이병헌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걸그룹 다희와 모델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병헌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임이 확실해졌지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협녀:칼의 기억’은 주연배우의 예상치 못한 흉문에 큰 리스크를 안은 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 여파를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맞게 된 작품들 또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떠안게 됐다.
올 하반기 극장가는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다 짜 놓은 판을 뒤집고 새로 짜 맞췄으며 지금도 새로운 판을 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을 촉발시킨 ‘이병헌의 나비효과’. 이로 인한 여진(餘震)이 2015년 어떻게 판을 뒤바꿀지 지켜볼 일이다.
[배우 이병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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