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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피츠버그의 진심이 궁금하다.
강정호에게 포스팅 최고액 500만2015달러를 적어낸 피츠버그. 강정호 에이전트 엘런 네로와 피츠버그의 1개월 독점협상도 막이 올랐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 점이 많다. 여러 정황상 피츠버그의 진심을 알기가 쉽지 않다. 현 시점에서 피츠버그의 진심을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의 강정호의 운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피츠버그는 분명, 강정호를 높게 평가했다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몰마켓. 올 시즌 총연봉 7766만 6333달러로 메이저리그 전체 27위. 그런 피츠버그가 한국인 내야수에게 500만2015달러를 적어낸 건 큰 관심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포스팅금액과 연봉은 어느 정도 비례한다. 때문에 피츠버그가 강정호 영입에 책정한 예산은 꽤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네로는 강정호에게 약 4년 2000만달러 정도의 계약을 요구할 심산. 실제 그것보다 몸값이 깎인다고 쳐도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연봉과 포스팅 비용 합계 최소 1500만달러~2000만달러를 투자해야 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피츠버그가 지구 라이벌들의 전력보강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포스팅 금액을 높게 부른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위장 입찰설. 그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현 시점에서 피츠버그가 속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팀들 중 강정호 포스팅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난 팀은 세인트루이스 정도.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도 내야진이 탄탄하다. 결국 피츠버그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영입 의사 표명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피츠버그가 스몰마켓이라 연봉협상에서 어느 정도 밀고 당기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 폭이 클 경우 협상에 진통을 겪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악의 경우 김광현 케이스처럼 계약이 불발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실제 피츠버그와의 계약이 성사될 것인지, 성사되면 어떤 조건인지도 결국 강정호를 향한 피츠버그의 진심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튼튼한 내야, 강정호의 운명은
피츠버그 내야진은 튼튼하다. 유격수 조디 머셔와 2루수 닐 워커, 3루수 조시 해리슨, 1루수 페드로 알바레스가 자리를 잡았다. 특히 워커와 해리슨은 좋은 공격력으로 2013년 내셔널리그 MVP 앤드류 맥커친과 함께 피츠버그 타선을 지탱했다. 때문에 강정호가 2루 혹은 3루에서 뛴다면 백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주전 유격수 머셔는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떨어지지만, 수비력은 괜찮다. 강정호 역시 미국 현지에선 수비력이 검증된 편이 아니다. 때문에 강정호가 머셔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스몰마켓 피츠버그가 큰 맘 먹고 투자한 강정호를 과연 백업으로 활용하겠느냐는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도 500만2015달러를 적어낸 스몰마켓 팀이 강정호를 백업으로만 쓸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시선이 존재한다. ESPN 등 일부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머셔 혹은 부진한 주전 내야수를 트레이드 시키고 그 자리에 강정호를 주전으로 쓸 가능성도 제기했다. 더구나 피츠버그는 이번 스토브리그서 템파베이 유틸리티 내야수 숀 로드리게스를 영입한 상태. 대타감으로 1루수 요원 코리 하트도 영입했다. 현재 피츠버그 상황에 비싼 백업은 어울리지 않다.
그러나 강정호를 보험용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적지 않은 몸값을 받고 입단하면 메이저리그서 쓰긴 써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오른손 대타로 쓰다 시즌 중반 이후 상황을 보고 주전으로 쓸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것. 실제 워커는 허리 부상을 안고 있다. 해리슨은 아직 꾸준함이 증명되지 않았다. 머셔가 강정호보다 공격력이 월등히 뛰어난 수준도 아니다. 강정호는 일단 백업으로 출발하되, 악재 혹은 빈 틈이 발견되면 주전급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피츠버그 내야가 탄탄하지만,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진 않다.
▲철저한 준비만이 살 길
강정호의 연봉, 포지션, 활용법 등은 아직 설만 무성하다. 결국 협상테이블에서 각종 옵션 및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을 넣거나 혹은 뺄 때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드러날 전망이다. 네로는 직접 협상을 하면서 강정호에게 그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줄 것이다. 강정호도 구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쓸 것인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스프링캠프에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2월 중순에 시작한다. 곧바로 시범경기를 병행한다. 강정호도 서바이벌 무대에 바로 투입된다. 국내에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혹은 시범경기서 부진해도 정규시즌서 간판스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거 강정호는 신인이다. 약 1달간 불규칙적으로 기회를 받으면서 코칭스태프의 평가를 받게 된다. 초반부터 공수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겨야 한다.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진심이 어떻든 당황하지 않고 대응해야 한다. 강정호가 개막전부터 주전을 곧바로 꿰찰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본다면, 적은 기회서 임팩트를 남긴 뒤 서서히 입지를 넓혀야 한다. 그에 따라 미국에서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철저한 준비만이 살 길이다.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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