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백업도 무섭다.
개막 16연승. 우리은행이 여자프로농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2003년 겨울리그 삼성의 개막 15연승을 넘어선 역대 개막 최다연승 신기록. 더 인상적인 건 해를 거듭할수록 전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 위성우 감독의 지도력과 용병술은 정점에 올랐다. 특유의 견고한 조직력은 남자농구 모비스 SK보다 오히려 더 좋은 부분도 있다.
특히 이 시점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은 백업멤버. 우리은행은 위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최약체였다. 위 감독 부임 전에도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 양지희 중심의 조직력 강화 작업은 진행 중이었다. 리빌딩은 선택과 집중이 핵심. 위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백업들까지 동시에 성장시키는 건 무리였다. 위 감독은 지난 2년간 주전들의 조직력 극대화에 치중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백업 성장을 이끌어냈다. 우리은행 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이길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다. 개막 16연승 과정에서 그 힘이 극대화됐다.
▲백업 폭풍성장
이선화 김소니아 김은경 등이 빠져나갔다. 대신 박언주가 돌아왔고 이은혜 김단비가 성장했다. 베테랑 강영숙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이은혜. 공격력이 날카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수준급 수비력과 스피드를 활용한 속공 전개가 눈에 띈다. 어시스트 능력도 괜찮다. 박혜진과 이승아를 뒷받침할 정도로 성장했다. 24일 삼성전서도 발목에 부상해 결장한 이승아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흔히 말하는 기록지로 설명할 수 없는 공헌도가 높은 타입.
또 다른 핵심 식스맨은 박혜진 언니 박언주. 과거 한 차례 팀을 떠났다가 올 시즌 돌아온 박언주는 기본적으로 외곽에서의 한 방이 날카롭다. 임영희 백업으로 활용되지만, 승부처에서 전략적으로 기용될 때도 있다. 삼성전서는 다소 부진했으나 우리은행 공격 루트를 넓혀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베테랑 강영숙과 김단비도 있다. 강영숙은 고질적으로 잔부상이 많다. 나이도 적지 않아 식스맨이 적격. 신한은행 시절부터 강영숙을 잘 아는 위 감독은 세밀하게 출전시간을 조율한다. 최근 양지희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강영숙은 10분 내외로 출전하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승부처에서 리바운드, 골밑 수비를 착실히 해낸다. 김단비는 힘이 매우 좋다. 외곽에서의 한 방도 갖췄다. 3~4번 수비가 가능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지난 여름 위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박성배 코치의 수훈이 엄청났다.
▲위성우 감독 의미심장한 코멘트
24일 삼성전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이은혜, 강영숙 등 백업 멤버들의 중요성이 높았던 게임. 삼성이 더블 포스트를 사용하면서 임영희가 빅맨들과 매치업됐다. 수비부담이 늘어나면서 초반 3파울. 그때 박언주가 2쿼터 막판 5분여를 잘 버텨냈다. 강영숙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양지희 몫을 대신 해냈다. 이승아 대신 경기운영을 맡은 이은혜가 없었다면 승리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위 감독은 냉정했다. “확실히 승아 공백이 컸다”라고 했다. 이은혜는 공격력은 그리 좋지 않다. 삼성은 스위치 디펜스를 하면서도 이은혜를 사실상 놔줬다. 그러나 이승아는 올 시즌 날카로운 3점포를 장착한 상태. 이승아가 있었다면 당연히 삼성으로선 수비 부담이 컸을 것이다. 또 위 감독은 “경기운영이 뻑뻑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했다. 박혜진과 이승아가 동시에 투입될 때 이승아가 1번 역할을 소화한다. 그때 우리은행의 세트오펜스가 가장 원활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은행도 항상 주전들의 컨디션 난조, 부상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 직후 위 감독의 코멘트는 인상적이었다. “백업들이 많이 성장했다. 플레이오프서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삼성전은 우리은행으로선 플레이오프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삼성이 3라운드 맞대결 대패를 되갚기 위해 엄청난 응집력을 발휘했다. 또 우리은행은 개막 최다연승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다. 그 여파로 우리은행 경기력은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백업들이 주전들의 미세한 공백을 조금씩 메워냈고, 승리에 일조했다. 위 감독은 “이런 경기를 통해서 우리 선수들이 또 한번 성장할 것이다”라고 했다. 단순히 개막 최다연승 달성 그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는 의미. 결국 우리은행이 무결점 팀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실전을 통해 증명했다. 폭풍성장한 백업이 핵심이다.
[우리은행 선수단. 사진 = 용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