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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배우 이유리가 연기대상을 차지했다. 그녀의 소감 속에 등장했 듯 "그림자처럼 주연을 빛나게 해 온" 악역에게 돌아간 트로피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열린 2014 MBC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은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국민악녀 연민정을 연기한 배우 이유리였다. 총 71만2300표 중 38만 5434표, 54.1%라는 압도적인 시청자의 지지였다.
그동안 진행된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은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몫이었다. 지난 2009 MBC 연기대상에서 '선덕여왕'의 배우 고현정이 미실 역으로 대상을 차지한 것이 예외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당시 미실은 선악 구조를 뛰어넘어 드라마 속 판 자체를 흔드는 파괴력 있는 캐릭터였다. 그 때문에 '왔다 장보리' 속 순수 악역 캐릭터 연민정 이유리가 받은 대상은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결과였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상대로'라는 것이다. '왔다 장보리'에서 타이틀롤 장보리를 연기한 배우 오연서의 연기 또한 뛰어났지만, 52부작 드라마 내내 시종일관 서슬퍼런 눈빛으로 독기 어린 말을 쏟아낸 이유리의 연기는 그만큼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냈다.
한 회도 쉬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며 마지막 순간에는 말 그래도 불구덩이에 손을 집어넣는 독한 악녀를 신들린 듯 소화해내는 이유리의 모습은 시청자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밉기는 한데 마냥 밉진 않은 '국민악녀' 연민정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배우에게 있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연기력이 대중으로 하여금 악녀까지 사랑하게 만든 것이었다.
시청자의 실시간 투표로 대상을 선정하는 2014년 MBC 연말시상식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유리는 시청자의 선택을 통해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이는 '악녀도 정말 잘하면 대상을 받을 수 있다'는 연기사의 유의미한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배우 이유리. 사진 = MBC 제공,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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