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전히 유재학 감독은 여유가 넘친다.
모비스는 5일 kt전서 완패했다. 시즌 두번째 2연패. 2라운드 이후 줄곧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모비스로선 충격적이다. 선두를 SK에 넘겨준 채 올스타브레이크를 맞이했다는 사실 자체가 찝찝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유 감독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패배 자체가 아쉽긴 해도, 당장의 순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
유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린다. 당장의 순위보다는, 팀의 장, 단기적인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서 정규시즌을 안전하게 운행하고, 플레이오프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다. 정규시즌은 챔피언결정전까지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유 감독이 매 시즌 정규시즌 막판 실전서 전력을 끌어올리고, 플레이오프용 전술을 가다듬는 이유.
▲모비스의 또 다른 현실
모비스가 다른 팀들에 비해 전력이 월등히 뛰어난 건 아니다. 올 시즌 모비스는 78.5득점, 73실점했다. 득실마진은 5.5점. 물론 10개구단 1위이긴 하다. 그러나 모비스 역시 10점 이상 완승은 그리 많지 않다. 모비스는 지난해 12월 13일과 15일 시즌 첫 2연패를 당했다. 이후 5연승으로 회복했지만, 10점차 이상 완승은 단 1경기였다.
때문에 승부처에서의 응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은 모비스의 특장점. 양동근 문태영 함지훈 리카르도 라틀리프로 이어지는 주전라인업은 수년간 호흡을 맞춰왔다. 승부처에서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올 시즌의 경우 최근 완성도를 높인 2-3 매치업 존, 라틀리프의 강력한 골밑 지배력 등으로 승부처를 장악해왔다.
최근 2경기 연속 이런 장점이 발휘되지 않았다. 전자랜드전의 경우 매치업 존이 공략당하면서 데미지를 입은 건 사실. 그러나 kt전은 지난해 12월 13일 KGC전처럼 초반부터 느슨했다. 하지만, 모비스 선수들도 사람이다. 이해가 된다. 이대성이 복귀했지만, 양동근은 여전히 체력적 부담이 있다. 이대성의 운동량이 적고, 특유의 투박한 플레이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양동근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승부처에서 여전히 양동근 의존도가 높다. 함지훈도 비 시즌에 재활만 하느라 전반적인 위력이 지난 시즌만 못하다. 문태영도 노장이라 체력적 부담이 있다. 때문에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모비스 승부처 집중력이 약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식스맨들이 메워줘야 하는데, 유 감독의 눈에는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 전준범 송창용 박구영 등이 외곽에서 한 방을 갖췄지만, 꾸준함이 보장된 카드들은 아니다. 또 수비력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때문에 유 감독 시선에 지금 모비스는 완전체가 아니다. 끌어올리고 연마해야 할 점이 수두룩하다. 유 감독이 한 때 불만족 인터뷰를 했던 것도 이런 측면에선 이해가 된다.
▲만수의 이유있는 여유
이런 이유 때문에 모비스는 내부적으로 리빌딩이 시급하다. 유 감독도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2연패 직전부터 몇 차례 언급했다. 좋은 성적과 함께 리빌딩을 병행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두 마리 토끼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성적은 좋지만, 리빌딩은 큰 진척은 없다. 물론 전준범 송창용의 성장은 단연 눈에 띈다. 그러나 이대성의 부상이 의외로 오래가면서 업그레이드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대목에서 인상적인 건 유 감독의 대처다. 전혀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여유가 넘친다. 최근 유 감독에게 “시즌 중 전력 끌어올리기 작업을 꾸준히 해왔는데, 올 시즌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만약 전력 상승을 하지 못하고 시즌을 끝내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 감독은 “괜찮다. 또 그 다음에 하면 된다”라고 웃었다.
한 농구관계자는 “유 감독의 여유이자 자신감이다. 괜히 ‘만수’가 아니다. 다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모비스 리빌딩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떻게든 유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대비하기 위해 전술전략을 마련 및 업그레이드하고, 팀에 덧씌울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식스맨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2-3 매치업존이 전자랜드에 의해 깨지긴 했지만, 여전히 효율성 높은 전술. 이 역시 시즌 도중 전력을 잘 갈고 닦아온 증거. 단순히 주전 몇 명만 잘 움직인다고 해서 통하는 전술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올스타브레이크가 있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에도 브레이크 이후 전력을 재정비했다. 최근 다소 지친 주전들은 쉬면서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럴 경우 최근 2연패 과정에서 드러났던 집중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신적 재무장도 가능하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모비스 전력이 좋아질 여지가 더 많다.
2연패했고, 2위로 내려앉았지만, 0.5경기 차에 불과하다. 선두탈환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설령 정규시즌 우승을 SK 혹은 동부에 빼앗기더라도 진검승부는 플레이오프라는 게 유 감독 지론. 리빌딩 작업, 전력 끌어올리기 작업이 약간 더디지만, 나름대로 여전히 의미있게 진행 중인 것도 사실. 때문에 유 감독은 좀처럼 여유를 잃지 않는다. 자만이 아니다. 이유있는 여유,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유재학 감독(위), 모비스 선수들을 바라보는 유재학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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