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말은 어떻게 될까.
두산의 스토브리그. 파격 그 자체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스토브리그에 돈을 많이 쓰는 구단은 아니었다. 그러나 올 겨울엔 다르다. FA 장원준을 4년 84억원에 붙잡았다. 두산이 순수 외부 FA를 영입한 건 사실상 처음이었다. 또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에게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연봉 150만달러(약16억6000만원)를 투자해 5년 연속 함께하게 됐다.
예비 FA들에게도 화끈했다. 주장 오재원에게 연봉 4억원을 안겼다. 지난해 1억7000만원서 135.2%가 인상됐다. 팀 역대 최고 인상액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하루만에 깨졌다. 두산은 간판타자 김현수에게 7억5000만원을 안겼다. 지난해 4억 5000만원서 66.7%, 3억원이 인상된 금액. 팀 역대 최다 인상액. 김현수는 FA 및 해외 복귀파를 제외한 선수 중 최고 연봉자가 됐다.
▲파격행보 진원지는 김승영 사장
무엇보다도 김승영 사장의 의지가 확고하다. 김태형 감독이 취임하면서 지난해 부진을 털고 도약하려는 것. 김 사장은 장원준 계약 당시 단장 및 실무자와 함께 동석한 사실이 알려졌다. 보통 FA 계약은 단장 선에서 마무리된다. 사장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김 사장은 지난 11월 30일 곰들의 모임 환담회 당시 기자들에게 “구단에 필요한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다. 예전 니퍼트, 김동주 계약 때도 직접 미국, 일본으로 달려갔었다”라고 했다. 당시 김 사장이 직접 협상테이블까지 함께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진심이 장원준 계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건 확실했다.
또 당시 김 사장은 “니퍼트는 꼭 잡겠다”라고 했다. 내년 FA로 풀리는 김현수와 오재원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두산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반드시 잡겠다”라고 했다. 김 사장은 자신의 발언을 하나, 둘 현실화하고 있다. 김현수와 오재원에게 예비 FA 프리미엄을 확실하게 안겼다. 내년 이후에도 놓치지 않겠다는 김 사장의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난 대목.
야구계에선 달라진 두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남은 송일수 전 감독의 경질과 김태형 감독의 부임. 화끈한 돈잔치까지. 2013시즌 이후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모두 놓친 것과는 전혀 딴 판. 결국 두산 파격행보의 최종 목적지는 한국시리즈 우승. 우승을 위해선 투자가 필수. 구단으로선 투자를 해야 할 부분에 화끈하게 했다.
▲거액 4인방의 2015년
결국 거액을 받은 4인방들이 잘 해야 한다. 거금에 상응하는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니퍼트와 장원준은 올 시즌 두산 원투펀치다. 지난 몇 년간 선발진 약화로 힘겨웠다. 니퍼트는 지난 4년간 뛰면서 평균자책점 등 세부적 기록이 약간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반등할 수 있을 지가 포인트다. 또 아직 투수 FA 이적생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장원준은 나이도 젊고 부상도 없는 타입. 넓은 잠실구장, 역량이 뛰어난 두산 야수진의 공수 지원 등 호재가 많다. 장원준이 두산에서 새 역사를 쓸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현수와 오재원 역시 두산 핵심 타자들. 지난 시즌 오재원이 2번, 김현수가 3번을 쳤다. 김태형 감독의 의중에 따라 올 시즌 두 사람의 타순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전들이 확고한 두산 라인업 속에서 두 사람의 2~3번타순은 최적에 가깝다. 물론 둘 다 어느 타순에 놓아도 제 몫을 할 만능 타자들. FA 직전 시즌이라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두산 입장에선 두 사람이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인상액을 보면 그래야 한다.
▲그들의 1년 후 모습
1년 뒤 거액 4인방의 모습은 어떨까. 4년 계약한 장원준을 제외하곤 모두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 두산으로선 니퍼트, 김현수, 오재원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둬 2016년에도 함께하는 게 목표다. 다만 이미 이번 오프시즌에 거액을 투자한 터라 내년에는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좋은 활약을 펼치면 당연히 붙잡아야 할 당위성이 있다. 설령 김현수와 오재원이 올 시즌 주춤한다고 해도 FA 시장서 붙잡지 않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세 사람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 물론 두산이 팀 성적을 위해 감행한 일. 두산으로선 내년 이후에도 세 사람과 함께하려면 이번 오프시즌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두산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김현수와 오재원을 FA로 붙잡아야 김 사장의 약속도 완벽하게 이행된다.
올 시즌 후 김현수의 FA 시장가격은 86억원에 SK와 재계약한 최정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김현수와 오재원 모두 젊고 전성기를 달리는 타자라는 점에서 가치가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150만달러에 붙잡은 니퍼트를 내년 이후 또 붙잡으려면 200만달러 이상의 지출도 각오해야 할 듯. 이번에 화끈하게 지갑을 연 두산으로서도 적잖은 부담. 물론, 두산으로선 올해 이들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팀 성적까지 받쳐준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 될 전망이다.
[위에서부터 니퍼트, 장원준, 김현수, 오재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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