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호주 캔버라 안경남 기자] 졸전이었다.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가 쿠웨이트 10번 마샨이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이날 한국의 플레이는 실망스러웠다. 차두리가 멋진 돌파를 선보였고 남태희가 골맛을 봤지만 그게 전부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오늘처럼 하면 우승은 어렵다. 많은 팀이 오늘 경기를 보고 한국이 우승후보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 손흥민·구자철·김진현이 없었다
쿠웨이트전 선발 명단은 지난 오만과의 첫 경기와 비교해 무려 7명이 바뀌었다. 부상을 당한 이청용의 조기 귀국이 결정된 가운데 손흥민, 구자철, 김진현, 김창수이 감기와 부상으로 인한 회복 차원에서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강제적 플랜B를 가동한 슈틸리케는 원톱에 이근호를 세우고 공격 2선에 왼쪽부터 김민우, 이명주, 남태희를 포진시켰다. 중원은 기성용, 박주호가 변함없이 짝을 이뤘고 수비는 김주영 대신 김영권이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골키퍼는 김승규가 장갑을 꼈다. 쿠웨이트도 4명이 호주전과 달랐다. 특히 수비에 변화가 컸다. 호주전서 부상을 당한 파델이 빠졌고 마투그, 부라이키, 사힌이 수비를 이뤘다. 공격에선 교체로 호주전을 뛰었던 나세르가 선발로 출전했다.
● 전반전
전반에 한국은 기성용을 중심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남태희, 김민우는 자주 중앙으로 이동했고 이근호는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하지만 서로간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골은 쿠웨이트의 약점인 왼쪽 수비를 파고든 차두리로부터 나왔다. 전반 24분 김민우의 패스를 받은 차두리는 상대의 예측을 깬 폭발적인 질주로 측면을 허문 뒤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남태희가 머리로 정확하게 받아 넣었다. 쿠웨이트는 중앙 수비수 파델이 부상을 당해 마투그, 하제리, 메사드로 센터백을 구성하고 수비시에는 5명이 라인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호주전처럼 왼쪽 측면이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호주전 패배의 주범인 카흐타니 대신 사힌을 왼쪽에 배치했지만 차두리를 놓치면서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이근호는 확실히 조영철 보다 원톱의 성격이 강했다. 후방으로 자주 내려오기보단 전방에서 상대 뒷공간을 공략했다. 이명주는 기본적으로 중앙에 머물렀고 김민우, 남태희는 중앙으로 이동하거나 서로 자리를 바꿨다. 하지만 상대를 흔드는 역할을 하진 못했다. 오만전서 후방으로 내려가 빌드업을 도왔던 기성용은 쿠웨이트전에서 보다 전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7명이 바뀌면서 조직적으로 문제를 드러냈다. 패스 미스가 잦았고 상대에게 쉽게 볼을 빼앗겨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기성용은 경기 후 “볼을 쉽게 잃어버려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 이명주 ‣ 조영철, 왜?
하프타임에 슈틸리케 감독은 이명주를 빼고 조영철을 투입했다. 남태희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이동했고 조영철이 오른쪽에 섰다. 남태희에게 본래 포지션을 찾아주고 조영철을 통해 공격 2선의 스위칭 플레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명주를 빼면서 한국은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남태희가 이명주보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미드필더와의 사이가 벌어졌다. 이때 남태희는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 볼을 자주 빼앗겼고 이는 곧바로 쿠웨이트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명주를 뺀 선택이 옳았다고 밝혔다. 그는 “교체가 실패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조영철은 이명주보다 못하지 않았다. 남태희가 이 교체로 인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훨씬 잘했다. 우리가 기용한 선수가 어떤 활약을 보이느냐에 따라 교체의 성패가 결정되는데 활약상을 볼 때 교체는 틀린 판단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 후반전
한국의 변화와는 별개로 쿠웨이트는 후반 들어 전체적인 라인을 올렸다. 스리백이었던 수비는 공격시에 포백처럼 전환됐다. 21번 마크시드는 전반보다 더 전진해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4분 마크시드가 페널티박스 외곽 우측에서 때린 슈팅은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한국 골문으로 날아갔지만 아쉽게 골대를 강타했다. 나세르와 투톱처럼 섰던 마샨도 후반에는 왼쪽 측면으로 넓게 포진하며 차두리의 오버래핑을 견제했다. 왼쪽 윙백 사힌도 공격 가담의 횟수를 늘렸다. 그로인해 전반에 이렇다 할 수비 대상이 없었던 차두리는 후반에 마샨이 측면으로 오면서 전반처럼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공수 간격이 벌어진 양 팀의 경기는 복싱 경기처럼 치러졌다. 다소 지루했던 전반과 달리 후반은 공격과 수비가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정신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과 쿠웨이트 모두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에 실패했고 승리는 전반에 1골을 넣은 한국에게 돌아갔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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