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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상영관 부족으로 고심했던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의 배급사 대표가 대형배급사의 스크린 독식을 비판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14일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의 제작사 삼거리픽처스의 대표이자 이를 배급한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엄용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엄용훈 대표는 영화 흥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사회 뒤풀이 분위기가 좋았으며 원작이 스테디셀러로 검증 받은 바바라 오코너의 소설일 뿐 아니라 4년 간의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점 등을 들며 '개훔방'의 흥행 성공을 예측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엄 대표는 "혹자는 왜 하필이면, 가장 경쟁이 치열한 이 시기에 개봉을 해서 힘든 상황을 자초하였느냐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라며 "이 영화의 원작 판권 구매시 계약 만료기간을 넘기면서 연장 조건으로 합의한 '2014년 12월 31일까지는 개봉을 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개봉일을 맞추고자 작업을 해 온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연말 극장가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참 여러 가지로 녹록하지 않더군요. 어리석게도 이정도 일거라고는 꿈속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같은 영화인으로서 영화사에 남을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져 개봉을 하고 엄청난 흥행성과를 이루어 내는 것을 보며, 함께 박수와 축하를 보내야 함이 당연한 일일 테지만 한없는 무기력감을 느끼면서 산업의 구조를 한탄하거나 원망 섞인 시선으로 한탄과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대기업 배급사와 함께 일하고 좀 더 충분한 시간과 자본이 주어졌다면 더 좋은 완성도와, 더 강력한 배급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미련도 가져 보았습니다"라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엄용훈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세 가지 죄를 지었다고 자책했다.
엄 대표는 "첫째, '개훔방' 제작자로서 관객 여러분께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게 한다는 현재의 멀티플렉스 시스템에서도 불구하고 먼 길을 찾아다니면서 보게 해야 하는 불편과 수고를 끼치고 말았습니다. 둘째, 그 동안 함께 고생했던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 분들에게 실패한 작품에 참여하게 했다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셋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 작품에 용기와 응원의 마음으로 투자를 결정해 주셨던 투자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손실과 큰 시름을 겪게 하였습니다. 이 글을 통해 영화를 제작한 부덕한 제작자로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사과했다.
특히 엄용훈 대표는 '개훔방'에 출연한 김혜자에게 폐를 끼쳤다며 미안해함과 동시에 모든 사람들의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 동안 한국 영화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여 건강하고 공정한 경쟁관계를 조성해 보자는 취지로 제작자들이 모여 2013년 6월에 설립하여 1년 반 동안 무보수로 대표직을 수행해 왔던 한국영화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의 대표직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울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서울영상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등 영화와 관련한 대외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모든 직을 내려놓고 영화 제작자로서의 본분만 지켜나갈 것이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해 꺼져가는 불씨를 조금이라도 유지시켜 보자는 심정으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뜻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엄용훈 대표는 "지금껏 응원을 보내주신 영화계 동료 및 선후배,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자비로 대관 상영을 지원해 주신 소중한 분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친구 여러분 등 너무나 많은 분들께 신세를 졌습니다"라며 "이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더 겸손하고, 더 착하게, 좋은 영화를 제작하는 일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개훔방'은 사라진 아빠와 집을 되찾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열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작품으로, 김혜자를 비롯해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이지원 홍은택 등이 출연했다. 개봉 후 네티즌들 사이에서'좋은 영화임에도 대기업과 직배사들의 영화에 밀려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상영관 확대 요청 서명 운동 등이 일고 있다.
[사임 의사를 밝힌 엄용훈 대표. 사진 = 엄용훈 대표 트위터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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