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기적이 현실로. LG 트윈스는 지난 해 믿기 어려운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최하위로 출발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내더니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기대 이상의 성과도 얻었다.
기적은 허투루 이뤄진 것이 아니다. 여러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바로 '최경철의 도약'이었다. 만년 백업 포수로 지낸 그가 주전 마스크를 꿰차자 LG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와신상담한 세월만 10여년. 그간 쌓은 내공이 빛을 발했다.
그의 안정적인 리드 속에 투수진도 고공비행을 했다. 이따금씩 결정적일 때 터뜨리는 한방 역시 매력적이었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홈런포를 쏘아 올리더니 시리즈 MVP까지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LG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으며 행복한 한 해를 마무리한 최경철은 이제 새로운 2015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2014년, 나에게 정말 감사한 시즌
최경철에게 2014시즌은 어떤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팬들께서 많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셨다. 정말 감사한 시즌을 보냈다"는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역시 포스트시즌을 꼽았다.
최경철은 "특히 준플레이오프는 인상 깊은 경기였다. 1차전에 홈런을 치기도 했지만 그때보다는 3차전에 잠실구장으로 왔을 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잠실구장을 '점령'한 LG 팬들은 엄청난 함성을 내뿜고 있었는데 특히 최경철이 타석에 들어서면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그의 등장을 반겼다.
"나도 내가 아닌줄 알고 다른 데를 바라봤을 정도였다. 기분 좋았다. 전율이 조금 오르긴 했다"
LG는 최경철의 활약을 앞세워 준플레이오프를 3승 1패로 마무리하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MVP는 당연히 최경철의 몫이었다.
"자신감이 좋았다. 준플레이오프 가기 전에 양상문 감독님과 김정민 코치님이 '너는 할 만큼 했으니까 보너스 게임으로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마음 편하게 모든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사실 LG는 준플레이오프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았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가 결정되지 않아 막판에는 포스트시즌과 버금가는 혈전을 벌여야 했다.
최경철은 그때를 떠올리며 "너무 힘들었다. 우리에겐 매 게임이 결승전이고 시리즈였다. 준플레이오프 조차 '가장 편한 경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LG는 플레이오프에서 넥센에 1승 3패로 패해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우리가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그는 "다음에는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는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다"라고 희망을 비쳤다.
사실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고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포수는 특히 체력적인 소모가 많은 포지션이다. 더구나 풀타임 주전으로 치르는 첫 시즌이었으니 그 어려움은 더했다.
"작년 7월에 가장 힘들었다. 그때는 경기 끝나고 어떻게 끝났을지 모를 정도로 힘든 경기도 있었다. 너무 지쳐서 장비가 스스로 풀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지금 그는 체력 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경철은 "겨우내 운동을 꾸준히 계속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작년에 체력이 많이 달린다는 걸 느꼈다. 부족한 걸 느끼고 그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게 최경철의 '근황'이었다.
▲ 희망이 있었기에 인내도 있었다
최경철은 SK와 넥센을 거치면서 한번도 주전이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1군에서도 많은 경기에 나오는 선수도 아니었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제 3의 포수' 역할을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에게 포기란 없었다. "정말 많은 인내를 했다. 희망이 있었기에 인내가 있었다"는 그는 "누구나 1~2군 백업 생활을 하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상황도 많겠지만 나도 그 상황에 있었고 인내를 하지 않으면 힘든 시절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나도 신고선수로 내려간 적도 있었고 그 선에 가까이 있었다"고 말했다. 야구를 포기하려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그는 다시 방망이와 글러브를 잡았다.
"한번씩은 그만두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야구를 찾았다. 그러면 정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가장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야구를 했다"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는 그를 찾는 팀들이 있었다. 두 차례의 트레이드가 이를 증명한다. 최경철은 "처음 트레이드됐을 때는 다른 팀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착잡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두 번째로 트레이드될 때는 오히려 더 편한 기분이었다. 뭔가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트레이드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사실 기회를 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들도 많다. 아직 기다림이 '진행 중'인 선수들에게 최경철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든 기회는 오는 것 같다. 그 기회를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기회는 찾아올 수 있다. 그 기회를 위해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②편에서 계속
[최경철.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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