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 뼈있는 발언 “경기 외적인 변수 없어야 우승”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경기 외적인 변수가 없어야 한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5일 동부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의미있는 코멘트를 남겼다. 모비스의 우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라고 했다. 이어 “과거 우승했을 때 경기 외적인 변수가 전혀 없었다. 작년에도 그랬다”라고 했다. 그러나 유 감독이 보기에 올 시즌 모비스는 경기 외적인 변수에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유 감독은 쉽사리 ‘우승’을 얘기하지 않는다.

유 감독은 시즌 중 잘 나갈 때도 ‘불만족 코멘트’를 종종 날렸다. 순위, 결과를 떠나 유 감독만의 절대적 기준에 선수들이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 그런데 자세히 파고들면 유 감독이 당장 제어하기 힘든 부분, 다시 말해서 경기 외적인 일들로 악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었다. 2위를 달리는 모비스가 이 정도다. 모비스보다 성적이 더 좋지 않은 팀들 중 경기 외적인 일로 더 큰 데미지를 입은 케이스가 허다하다.

▲신경전 극복한 문태영

유 감독은 경기 외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케이스로 문태영을 꼽았다. 그는 “태영이가 상대의 신경전에 휘말린다”라고 했다. 모비스는 올 시즌 KGC에 3승1패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3승의 득실마진은 평균 +9점. 올 시즌 흔들리는 KGC 행보를 감안하면 모비스가 꽤 고전했다. 그 중심에 문태영이 있다. 단순히 득점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유 감독은 “문태영이 KGC의 지능적인 수비(신경전 포함)에 흔들린다”라고 했다. 이어 “태영이에게 어느 팀을 상대하든 냉정해야 한다고 말해줬다”라고 털어놨다.

KGC 수비조직력은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수비력만 보면 끈적하다. 특히 양희종과 박찬희는 동 포지션 톱클래스 수비수. 거친 수비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기 흐름에 따라 상대의 신경을 긁는 지능적인 행위도 잘 한다. 유 감독은 이들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KGC는 모비스를 상대할 때마다 양희종을 문태영에게 붙였다. 이런 부분은 단순한 경기력 외적인 부분이라는 게 유 감독 설명.

감독 입장에서 게임 플랜을 완벽하게 준비하더라도 막상 실전서 에이스가 상대의 거친 수비와 신경전에 냉정함을 찾지 못하면 언제든지 팀이 승부처에서 무너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결국 문태영 본인에게 달린 부분. 모비스는 17일 KGC를 86-73으로 완파하며 최근 좋지 않은 흐름을 끊었다. 문태영은 20점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그 경기가 의미 있었던 건 문태영이 상대의 의도적인 신경전에 휘말리지 않았기 때문. 모비스로선 매우 값진 승리.

▲외적인 변수 차단한 LG

유 감독은 최근 5연승 상승세를 탄 LG도 경기 외적인 변수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팀으로 지적했다. 핵심은 에이스 데이본 제퍼슨. 그는 2년 연속 슬로우 스타터다. LG 전력에 제퍼슨의 비중을 감안하면 엄청난 치명타. 김진 감독은 일전에 “제퍼슨이 부지런한 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비 시즌 몸을 전혀 만들지 않은 채 LG에 합류했다. 시즌 초반 제퍼슨의 경기력이 뚝 떨어지면서 LG도 매우 고전했다. 외국인선수는 9월에 팀에 합류한다. 제퍼슨이 비 시즌 몸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건 LG로선 제어할 수 없는 악재였다.

제퍼슨이 살아나자 LG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4라운드 중반부터 5연승 행진. 제퍼슨은 연일 승부처서 맹폭을 퍼붓는다. 김종규마저 합류하면서 마침내 완전체 전력을 갖췄다. 올 시즌 빅3 제퍼슨 문태종 김종규 경기력이 모두 최상인 건 사실상 지금이 처음. 유 감독은 “LG는 원래 무서운 팀이었다.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지난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경계했다. 이 상태로 플레이오프까지 치고 올라올 경우 강력한 다크호스라는 의미. 외적인 변수 차단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잘 드러난 케이스.

▲이유있는 KGC 추락

그런 점에서 올 시즌 KGC의 부진은 의미가 있다. 시즌 전 KGC는 다크호스로 꼽혔다. 특급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KCC에 보냈다. 그러나 강병현과 장민국을 받아 만만찮은 전력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시즌 초반부터 계속 꼬였다. 두 이적생은 허리 부상으로 정상적인 경기력을 뽐낸 경기가 그리 많지 않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최근 장민국의 부친 장윤창 씨의 구단 사무실 기물 파손 사건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아버지로서 아들의 출전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할 순 있다. 그러나 구단 사무실의 기물을 파손하면서까지 트레이드를 요구한 건 추태다. 이런 외적인 요소는 당연히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상범 전 감독의 경질과 이동남 감독대행의 갑작스러운 선임, 이 감독대행을 둘러싼 야인들의 흔들기 모두 경기 외적인 변수가 경기력에 강력하게 악영향을 미친 케이스.

KGC는 시즌 중반까지 중위권서 버티다 최근 7연패로 급격히 추락했다. 19일 선두 SK를 꺾고 한숨을 돌렸지만, 6강 플레이오프행은 여전히 미지수. 부진은 여러 이유가 있다. 분명한 건 그 중심에 경기 외적인 변수가 너무 많이 작용했다는 점. 전력만 놓고 보면 KGC는 결코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할 팀이 아니다. 과거 공기업 특유의 느슨한 문화에 사로잡힌 구단 고위층의 행정에 잡음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유 감독의 뼈 있는 발언은 공교롭게도 장윤창씨 사건 직전에 나왔다. 주춤했던 모비스, 급격한 상승세의 LG,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KGC 모두 이유가 있다. 모든 농구관계자가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유재학 감독(위), 제퍼슨(가운데), KGC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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