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유하 감독은 그동안 여러 남자 배우들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줬다. 권상우가 그랬고 조인성이 그랬다. 유하 감독과 함께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찍었고 스타가 아닌 배우로 주목 받았다.
이들과 비슷한 행보의 배우가 또 등장했다.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를 잇는 '거리 3부작'인 '강남 1970'에 출연한 배우 이민호. 이민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배우'라는 옷을 제대로 입었다. 드라마에서 승승장구 하던 그가 영화 주연에 첫 도전, 스크린에도 완벽히 어울리는 배우라는 걸 입증해 보였다.
이민호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이후 영화 제의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영화를 한다면 그래도 20대 후반쯤이 돼서 좀 더 성숙한 느낌이 들었을 때 하고 싶었다. 어떠한 주제나 메시지를 대변하려면 성숙한 느낌이 났을 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늦게 영화에 뛰어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 결과는? 많은 이들이 영화배우가 된 이민호의 모습에 호평을 보냈다. 그를 독보적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에 빗대자면 영화배우라는 왕관을 쓰려는 자 이민호가 그 무게를 완벽히 견뎌낸 셈이다.
이민호는 "언론시사회 때 최종 편집본을 같이 봤는데 기다렸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억지로 영화에 들어가기 위해 애쓴 모습이나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을 안 받은 것 같아 그런 부분에서는 잘했다고 생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 스크린 주연작 치고는 굉장히 강한 작품인 게 사실. 이민호가 연기한 종대는 기존 재벌남에 꽃미남으로 대변됐던 그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밑바닥 인생인데다 속된 말로 '피와 살이 난무'하는 곳, 그 폭풍 같은 곳 한가운데 서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민호는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쎈 영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굳이 의식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굳이 배우가 아니어도 항상 남자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로망이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도 도전해볼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를 만들어보겠다고 결정한 작품은 아니었다. 업계에서 대본은 주인이 있다고 하지 않나. 타이밍이 딱 맞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유하 감독이 이런 이민호에게 주문했던 것은 기존의 이미지를 모두 벗고 완벽히 종대가 되는 것이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종대의 절박함, 답답함을 스크린에 온전히 투영해 내길 원했고, 이민호는 유하 감독의 주문을 100% 소화해 냈다.
이민호는 "영화가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 감독님이 출구 없는 인생에 대한 그런 절박함, 처절함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여겼다. 반대되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다 보니 바깥세상의 그런 것들을 버리고 종대로 들어오길 바라셨던 것 같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 단역으로 잠깐 나왔는데 감독님이 그 때 눈빛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그 때는 정말 굶주린 눈빛이어서 그 때의 눈빛이 좋았다고 이야기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이민호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면 가진 건 몸뚱이 하나에 믿을 건 싸움실력뿐인 밑바닥 청춘을 살고 있는 종대의 모습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민호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이겠지만.
이민호는 "나도 20대 초반 그런 출구가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고 이것들을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있다. 그 깊이가 종대만큼은 아니겠지만 비슷한 생각들을 한 시간이 있어서 그 때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 나도 20대 후반이 됐다. 또래 친구들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설계를 하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그런 감정들을 유추해 볼 때 그렇게 어렵게 몰입해야 하는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민호는 연애 스타일에 빗대 자신의 과거 이야기도 살짝 털어놨다. 그 시기들이 있어 종대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그는 "어렸을 때, 20대 초에 연애했던 걸 기억해보면 난 항상 약자의 입장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자존심은 있는 편이어서 돈이 없으면 아예 나가지를 않았다. 떳떳하게 얼마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야 친구나 여자친구를 만났다. 또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또래들에 비해서 많이 겪었다고 생각한다. 교통사고도 나봤고 절망적인 이야기도 들어봤고 집안 사정이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때문에 그 감정과 비슷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스타에서 스타와 진정한 배우, 두 가지 타이들을 모두 거머쥐려 하고 있는 이때. 이민호는 스타라는 타이틀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을 내비쳤다.
이민호는 "시작은 배우로 하는 것이고 스타의 타이틀은 대중이 주는 것이다. 스스로 '내가 스타야'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되는 경우는 없지 않나. 스타 타이틀은 드문 사람들이 얻는 것 같다. 난 굳이 그 타이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수보다 소수에 속하는 입장인데, 우리는 소수가 더 메리트가 있는 직업이라고 본다. 스타 타이틀을 깨거나 벗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배우로서 그 안에서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기존에 재벌 이미지 이런 것만 생각났다면 이제는 이런 쪽도 생각날 수 있는 배우가 됐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 가지 이미지가 떠올랐다면 지금은 두 가지 갈래로 떠오르게 되는 시작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걸 넓혀갈수록 스타보다는 배우가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길을 더욱 넓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픈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민호가 출연한 영화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어 유하 감독이 다시 1970년대로 눈을 돌린 작품이자, '비열한 거리'에 이어 가진 것 없는 젊은 남자들의 꿈과 의리, 배신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유하 감독의 '거리3부작'의 완결편에 해당한다.
일확천금이 가능했던 격동과 낭만의 시대인 1970년, 권력과 폭력이 공생하는 강남이권다툼의 최전선에서 성공을 향한 욕망을 좇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민호와 김래원이 가진 건 몸뚱이와 싸움 실력뿐인, 잃을 것도 무서울 것도 없는 고아 출신의 김종대와 백용기로 분했다. 21일 개봉.
[배우 이민호.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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