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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10대 팬들이 날 귀여워 해주던데요?"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 속 진경은 악역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았다. 진경이 연기한 송차옥을 무조건 악역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주요 인물과 대립각을 이루는 인물이 이토록 사랑 받을 수 있다는건 분명 배우에게도 뿌듯한 결과다.
진경은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 욕 먹을 각오만 했지 사랑 받을 각오는 안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 특히 마지막에 송차옥이 깨달음을 얻고 갱생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송차옥 같은 기성세대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가치관을 버릴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며 "잘못됐다고 하면 잘못된거 알아도 인정하지 않고 자기만의 성 안에서 쌓아온게 있기 때문에 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성을 통해 송차옥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쪽팔리다는걸 인정하지 않았나. 그 순간 사람이 정말 변했다. 갱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웃음) 송차옥의 캐릭터가 변하면서 더 많이 사랑을 해주시더라.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많이들 좋아해 주셨다. 지인들도 왜 이렇게 예뻐졌냐고 했다. 그런게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진 부분이라 생각한다. 평소 저만의 스타일이 없는 백지 상태라 그런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진다.(웃음) 이번엔 송차옥 역에 맞는 모습이라 더 사랑해주신 것 같다."
이어 진경은 '피노키오' 속 최대 수혜자라 평가되며 박혜련 작가와 조수원 감독의 전작인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악역 민준국(정웅인)과 비교된 것에 대해 "극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역할이라 민준국이라고 말해주시는 건 영광이다. 초반엔 악역의 기능만 담당할 줄 알았지 이렇게 주제적으로 접근하는 인물인건 몰랐다. 죽어 마땅한 캐릭터니까 기재명(윤균상)으로 인해 죽을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라 주제와 맞닿은 캐릭터로 끝까지 갈 수 있어서 배우로서 굉장히 좋았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진경이 '피노키오'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일까. 진경은 "제 연기로 제일 기억에 남는 신은 기하명(이종석)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서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나. 그 때부터 갱생의 길이 시작된 거라 며칠 전부터 '어떻게 표현하지' 고민하면서 굉장히 부담이 돼 밥도 못 먹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 신은 찍을 때 현장에서는 대성통곡을 했었다. 꼿꼿하게 서서 운다고 대본엔 나와 있지만 저는 사실은 무릎 꿇고 주저 앉고 싶을 정도의 감정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 많이 터졌었다.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언니. 창자에서부터 뭐가 나오던데요'라고 했을 정도로 울었다. 15년 동안 감춰져 있던 감정이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 차원이 아니더라. 근데 너무 과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감정을 잘 배분해 촬영을 했다. 그 순간을 계기로 사람이 완전히 한꺼풀 벗겨지는 거라 굉장히 부담 되고 중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처럼 진경의 연기로 인해 송차옥과 그녀를 통한 주제 의식이 더 잘 표현된 만큼 칭찬과 인기도 이어졌다. 이에 진경은 "너무 칭찬들을 많이 해주셔서 과분할 정도였다. 다들 '딱 너다. 너를 위한 캐릭터다'고 했다. 좋은 말이란 좋은 말은 다 들었다. 이번에 10대 팬들도 많이 생겼다. 얼마전에 팬카페도 생겼더라. 송차옥 때문에 팬카페가 생긴 것이다. 그게 제일 큰 변화다. 촬영장에 커피차도 보내고 신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SNS를 안한다. 캐캐묵은 미니홈피가 있었는데 거기에 많이 글을 써주더라. 어린 친구들이 날 좋아해 신기했다. 너무 의외다"며 "'넝쿨째 굴러온 당신' 할 때만 해도 40대 남성분들이 좋아해주셨는데 이삼십대도 아니고 10대들이 좋아해주니 정말 의외였다. '아니 너네 왜 나이 많은 나한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저를 약간 롤모델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근데 재미있는건 10대들이 날 귀여워 하더라. '완전 귀엽지 않냐?' 이러고 드라마 속 표정들을 캡처해놓고 날 너무 귀여워 해준다. 자기들끼리의 용어가 있는데 '씹덕(귀엽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 쩔어' 막 이러더라. 나는 처음에 욕하는 줄 알았다. '아무리 미워도 왜 욕을 해?' 그랬는데 그게 귀엽다는 의미더라. 왜 날 귀여워 할까.."(웃음)
10대 팬들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게 다소 의아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트렌디하고 발빠른 10대 팬들이 있으니 연기적으로나 배우 개인적으로나 빠른 피드백과 소통이 가능해졌다. 자신이 의도했던 연기를 알아봐 주니 배우로서 뿌듯한 감동과 쾌감을 느낀다.
"모니터 하면서 디테일한 표현들을 10대 팬들이 다 캐치하고 있더라. 그 부분 캡처하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그게 다 보인다는 거니까.. 눈동자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더라. 제가 그렇게 디테일하게 준비한 연기까지도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면서 기뻤다. 그런 게 드라마의 매력 같기도 하고 연기적으로도 많이 느끼게 됐다."
[배우 진경.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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