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FC 서울 골키퍼 김용대(36)의 몸무게는 올해도 어김없이 81㎏이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이콘스에서 처음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김용대의 몸무게는 항상 81~82㎏이었다. 시즌이나 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부상을 당해 재활치료를 할 때도, 저울의 숫자는 변함이 없었다. 1m89의 큰 키에, 스스로에게 딱 맞는다는 이 체중을 14시즌째 지켜 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파워와 민첩성,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이 체중을 지키고 있습니다. 체중 변화는 자기만이 알 수 있는 것인데, 그걸 유지하지 못하면 팬들은 금세 알아봐요. 둔해 보인다는 말이 금세 나옵니다. 저흰 이게 직업이니까 책임감, 프로의식을 갖는 게 당연하죠.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가는게…”
풋풋하던 청소년 대표시절에 이어 프로와 국가대표에서 명성을 떨치던 김용대에겐 어느새 노장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러워졌다. FC 서울에선 최고참이고, K리그 경기에 나가 상대선수들과 경기전 악수를 나눌 때도 그 보다 나이가 든 선수는 김병지(44,전남) 정도 외에는 없다고 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에 한창 땀을 쏟고 있는 ‘노장 골키퍼’ 김용대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체중 이야기로 시작됐다. 지난달 괌 전지훈련에서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 FC서울 선수들은 대부분 4㎏ 안팎으로 저울 숫자가 떨어져 있다고 해서 꺼낸 인사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먹고 쉬면 살은 찌죠. 하지만 계속 운동하면서 몸무게를 체크하고…. 전에 어릴 때는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는데, 이제 술은 집에서 아내와 가볍게 한 잔 정도 하는 식으로 관리합니다”
노장이 되면서 체중 뿐 아니라 사생활 관리도 철저해졌다. 지난 2010년 겨울 결혼한 부인 염세희씨(38)와 사이에 9개월 된 딸 리유를 보면 가장으로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김용대는 이번 시즌 첨예한 주전 경쟁을 앞두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전남전에서 골대에 부딪히는 부상을 당해 한 동안 골문을 비운 사이 후배 골키퍼 유상훈(26,1m94)이 훌륭하게 빈자리를 메우면서 시작된 주전 경쟁은 이번 시즌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김용대는 2014 시즌 24경기에 나서 19실점, 유상훈은 15경기에서 9실점으로 막상막하였다.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은 없다. 누구든 준비된 사람이 경기에 나간다”는 최용수 감독의 말대로 어느 포지션에서건 경쟁이 치열하지만, 딱 한 자리밖에 없는 골키퍼 포지션에선 그야말로 불꽃 튀는 자리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김용대, 유상훈에 이어 청소년 대표 출신 양한빈(24,1m94)도 가세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후배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현실이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한데, 김용대는 아주 편안해 보였다.
“늘 자신 있게 생각하고요. 그보다는 사실 경쟁이라고 말하지만, 잘 하는 선수가 뛰게 되는 거고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잖아요. 선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부상당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준비하고 있으면 그 다음은 저희들의 몫이 아니죠. 선수로서는 그것 뿐입니다”
선수가 혼자 노심초사 한다고 될 일이 아니란 이야기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위기일 수도 있는데, 주전 뺏긴다고 선수생활 끝나는 거 아니고요”
골키퍼는 민첩성, 순발력과 빠른 판단력 등 운동능력에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자리다. 젊은 후배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운동 능력을 보여주고, 또한 그들이 따라올 수 없는 노련미를 두루 갖춰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데서 나오는 여유가 비쳐졌다.
김용대의 올해 목표는 주전 경쟁을 넘어 팀의 우승이다. “올해 1, 2차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많이 소화했고, 고비를 잘 넘겼습니다. 지금 분위기는 우승할 것 같은데…. 선배로서 모범을 보이면서 후배들과 재미있는 축구, 즐기면서 이기는 축구를 하겠습니다” 그는 특히 승리를 강조했다. “이겨야 재미있죠”
지난 시즌 든든히 앞을 지켜주던 김주영이 상하이로 이적했지만, 차두리를 비롯해 김치우, 김진규 등 믿음직스런 수비수들이 잘 해주리란 신뢰를 잊지 않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최근 아시안컵을 보고 느낀 점도 이야기했다. “월드컵 이후 침체돼 있었는데, 이번에 아주 잘 했어요. 감독님도 잘 모셔온 것 같고, 우리팀에선 차두리가 열심히 잘 해줬어요. 자랑스런 후배, 팀에 돌아오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용대에겐 국가대표는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2000년부터 여러 차례 아시안컵에 나갔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도 나갔지만 그 때마다 주전은 아니었다. “그걸 못해봐서 아쉬운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 김용대는 “저야 뭐 이제는 안 불러주겠지만 불러주면 열심히 하겠고, 팀에서 열심히 잘 하면 어떤 기적 같은 일이 오지 않을까요? 팬들이 대표팀 보내야 한다는 말 해주시면, 그런 말 나오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나이나 명성을 따지지 않고 선수를 중용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 김용대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팬들의 칭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김용대의 긴장감 어린, 그리고 희망 가득한 2015 시즌이 곧 시작된다.
[사진 = 공동취재단]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