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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해롤드&모드', 꽉 찬 박정자와 강하늘의 공허함이 만나 최상의 합을 이뤄낸다.
연극 '해롤드&모드'는 세대를 초월한 19세 청년과 80세 할머니의 순수한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 초연부터 함께한 연극계 대모 박정자와 대세로 자리 잡은 강하늘이 만나 최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사실 '해롤드&모드'를 표면적으로만 바라보면 다소 파격적이다. 19세 청년이 자신보다 61세 많은 80세 할머니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표면적인 이야기 자체가 자극적이기 때문. 게다가 극중 해롤드와 모드를 연기하는 강하늘, 박정자 역시 나이 차이가 48살이나 되기 때문에 이들의 호흡 자체만으로도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해롤드&모드'의 안을 들여다보면 표면적인 이야기에만 머무를 수는 없게 된다. 19세 해롤드와 80세 모드, 두 사람의 나이차 만큼이나 이들이 서로를 채워주는 끈끈한 유대감의 폭이 넓기 때문.
전 세대를 아우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다 보면 두 사람의 로맨스에 이야기가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 우리의 낭만적인 로맨스와 인간적인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나이 만큼이나 서로간의 간극이 큰 해롤드와 모드, 또 박정자와 강하늘이 만났기에 더 극대화된다. 연극계 대모라 불릴 정도로 그야말로 꽉 찬 박정자와 이제 막 연기의 맛을 알아가며 자신의 연기적 공허함을 채우고자 하는 강하늘이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을 넘어 채우고 쌓아가는 것이다.
앞서 강하늘은 뮤지컬 '쓰릴미', '왕세자실종사건', '어쌔신' 등으로 이미 무대에서 인정 받고,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런 만큼 더 큰 공허함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저한테는 계속 메꿀 수 있는 게 필요했다. 나를 메꾸고 가다듬을 수 있는 게 필요했다. 내가 비워진 것에 대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힐링 연극을 만나게 됐다"고 고백했다.
'대세'라 불리며 이곳 저곳에서 그를 칭찬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럴수록 연기의 기본적인 고뇌를 더 하게 됐던 것. 그 와중에 박정자를 만났으니 그는 다시 초심을 생각하게 됐고 자신의 부족함을 가까이서 깨닫게 됐다. 이에 강하늘은 박정자와의 호흡을 영광스러워 하며 "한없이 부족한 점이 보이니까 저 스스로 조금 심적으로 힘든게 있는데 그래도 이겨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배울점이 끝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무대에서의 박정자와 강하늘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만으로도 깊은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는듯 보인다. 박정자의 꽉 찬 그 무언가가 강하늘의 빈 곳을 긍정적으로 채우고 있음이 느껴지고, 이는 곧 모드가 해롤드의 빈 곳을 채워주는 극 자체의 이야기와도 연결된다.
각박한 사회 구조 속에 지쳐 괴짜가 된 해롤드가 자유분방하고 사랑스러운 모드와 친구가 되고 그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은 말 그대로 '힐링'이다. 사람이기보다 기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모드가 '힐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그 때문. 관객들의 공허한 마음을 대체불가 박정자의 모드가 꽉 채워주니 어느새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생기고, 모드가 전하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에 어느 순간 치유를 받게 된다.
또 감각적인 연출과 세련된 무대는 물론 센스 있는 대사와 박정자 강하늘을 비롯 우현주 홍원기 김대진 이화정의 통통 튀는 연기는 '해롤드&모드'만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한편 연극 '해롤드&모드'는 오는 2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해롤드&모드' 공연 이미지. 사진 = 샘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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